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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숨자 Dec 12. 2022

영화낭인

코리아 영화낭인s

 영화병도 평범한 예술병의 하나다. 그렇지만 영화가 산업적인 측면이 여타 예술에 비해 크고 한국 특성상 자기 시나리오가 있어야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특이점이 분명히 있다. 


전통파

 영화판은 보통 영의정이 못된 김삿갓들의 향연이라 대체로 나이든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일찍이 청소년일 때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그릇된 꿈을 가지고 번듯한 영화과에 진학한 젊은이들도 있다. 이들의 천운은 비교적 젊을 때 영화판의 허상을 깰 기회를 접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똘똘하게 현실을 깨닫고 빠르게 발을 뺀다. 한국이 전공에 관계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유독 많기도 하지만 사회에 나와 보면 영화과를 졸업해서 쌩뚱맞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출판계같은 문화 예술 분야에 종사하는 것은 그나마 관련성이 있는 편이다. 영화 ‘찬실이는 복도 많다’에서 배우의 가정부 일을 하는 주인공과 배우의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과외 선생님 모두 영화과를 나왔다. 기본적으로 태생이 오타쿠인 경우가 많아서 집중력이 있는 편이라 새로운 분야에서 잠재력이 터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돈 버는 재주가 있는 경우는 드물고 벌었다가도 금방 까먹는 듯하다. 


학구파

 언뜻보면 행색은 반듯한 경우가 많다. 평범한 학교를 졸업하고 영화과 석사나 한예종 같은 예술학교에 진학 또는 여러 가지 사설 교육 기관을 기웃거린다. 병증이 깊은 이들은 유학을 가기도 한다. 그럴만한 자본이 있는 경우가 많아서 형편이 괜찮은 편이다. 회사에 다녀서 착실하게 월급을 모은 유형도 있지만 파마론도 많다. 파마론의 경우 유산을 물려받으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유독 예후가 좋지 않다. 일단 먹물들이라 그래도 제정신이신 분들은 교육계로 진출을 많이 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유독 이렇게 교육계로 진출한 이들이 본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는 경우가 드물다. 


스트리트파

 냅다 찍는 이들이다. 대체로 잃을게 없고 그들만의 시선으로 쓸 수 있는 시나리오가 분명히 있어서 갑툭튀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지만 대부분 시나리오는 형편없고 완성본도 안타깝다. 기본적으로 끼가 있는 이들이 많아서 생활을 위해 연기를 하기도 한다. 보조출연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하는 등 행동력이 있는 만큼 생활력도 꽤 있는 편이다. 그런데 그만큼 과감해서 빚도 잘 낸다. 일가친척의 가산을 다 탕진하기도... 아빠 집 전세금 빼서 찍은 영화 ‘똥파리’처럼 잘되는 건 너무나 희박하다. 


폐인

 그냥 놀기는 조금 민망해져버린 나이라 영화에 대한 원대한 꿈이 있었던 척 위장한다. 회사를 관두고 싶거나 평범한 백수면서 꿈을 핑계 삼는다. ‘이경미’ 감독도 회사 다니기 싫어서 갑자기 씨네필인 척하면서 영화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 생활력이 없지만 신기하게도 이들의 그늘이 되주는 부모님이나 연인이 있다. 빌붙을 사람을 기가 막히게 알아보는 재주가 탁월한 편이다.


경력파

 연출에도 참여해보고 살짝 찍어본 영화가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거기서 멈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오조 오억명 있다. 카파가 백수양성소라는 것을 아는가. 영화 ‘셀프 포트레이트’에 나온 노숙자 할아버지는 무전취식을 일삼고 난동을 부리는 것으로 일상을 채우시면서 살아 가신다. 그가 그 시절에 중앙대 연극 영화과를 나와 외국의 유명 영화제에서 입상을 한 건 사실이었다. ‘셀프 포트레이트’ 감독은 남의 일 같지가 않아 그의 주위를 서성인다. 그래도 유튜브 시대가 와서 기술이 있는 사람들은 밥벌이는 한다.


심한 경력파

 이미 입봉하거나 제작에 뛰어 들어 성공했던 사람들도 훼까닥하면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슬프지만 다시 못 일어나는 경우도 많다. 영화하다 진 빚 때문에 발이 묶인 사람도 많다. 그래도 ott 시장이 탄생하고 연출 일자리가 비교적 많아져서 시대의 수혜를 입고 있다.

 

 영화감독이라는 직업이 많은 사람들을 통솔해야 하다보니 인간적으로 매력이 있는 사람이 많다. 보통의 낭인처럼 꽈배기처럼 꼬인 면이 분명 있지만 막상 그들과 만나게 되면 미워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렇지만 인생을 종치고 싶지 않으면 일부러 다가가지 않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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