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여러분, 고마워요.
눈이 동그랗고 맑은 선생님이 그보다 더 눈이 크고 까만 눈동자를 지닌 남자아이의 손을 잡고 복도를 빠른 걸음으로 걸어간다. 체육관 쪽으로 가는 걸로 보아 거기로 데려다 주려나 보다. 교무실에 들렀다 나오는데, 그 둘이 또 지나간다. 이번에는 달린다. 허둥지둥 스쳐가는 그들에게 길을 비켜 주었다. 어색한 웃음으로 서로 목례를 하면서. 이게 무슨 상황인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맞다. 입학식 때 봤던 아이다. 원래 다녀야 할 학교의 도움반에 자리가 꽉 차서 멀리 있는 우리 학교에까지 왔다고 푸념했던. 그래서 형도 도움반에 있는데 형과 동생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라던 그 엄마도 기억났다. 행여 입학식을 망칠까 아이 옆에 바짝 붙어 돌보는 그녀를 보며 '어머니께서 힘드시겠다'라고, 어떤 표정을 지을지 난감해하며 위로했었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이 씩씩하고 밝아 다행이었다. 엄마 닮아 아이가 서글서글하니 잘생겼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학교 주변을 뛰듯이 걷고 있던 둘을 보았었다. 새 학교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며칠 되지 않아 아직 얼굴 퍼즐을 맞추는 중이다.
이번에는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뛰어 온다. 이젠 그 어리고 예쁜 선생님은 녀석에게 거의 끌려 오다시피 하고 있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하고 머리카락이 흐트러졌다. 팔을 벌려 아이를 가로막았다. "아니, 이 녀석아. 그만 달려. 선생님 운동 그만 시키고 교실로 들어가!" 아이의 눈동자가 내게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을 방황한다. "아유, 선생님. 힘들어서 어떡해요." "괜찮아요."라며 그녀가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같이 양손을 하나씩 붙잡고 교실에 데려갔다. 다행히 지금은 순순히 따랐지만, 고집이 장난이 아니란다.
급식실에서 다시 만났다. 눈망울이 검은 그 아이는 벌써 세 번째 음식을 더 가지러 가고 있는 중이었다. 선생님은 옆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아이 옆을 지킨다. 식판을 떨어뜨리거나 넘어질까 노심초사 한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다. "안돼. 손으로 먹으면 안 되지. 자자. 숟가락으로.", "ㅇㅇ아, 너무 많이 먹었어. 이번까지만. 그만, 배 아파." 아이는 그만 먹을 생각이 없다.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허겁지겁 손으로 반찬을 집어 입에 넣는다. "선생님은 언제 식사하시나요?" "아이들 다 먹으면 실무사 선생님께 인계하고 먹어요. 이제 얘들 거의 다 먹었으니까..." 그 아이 말고도 도와야 할 아이들 여럿이 나란히 앉아 숟가락을 움직이고 있다.
교감선생님에게 들어보니 아이가 1학년이지만 힘이 세서 컨트롤도 쉽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밖으로 뛰쳐나가고, 못 나가게 하면 학교가 떠나갈 듯 울어 댄단다. 둘째 날엔, 집에서 기저귀를 채워 보내는데, 그걸 내리고 교실 바닥에 똥을 쌌다고 한다. 아이도 안 키워 본 젊은 선생님이 얼마나 기겁을 했을까. 그걸 묵묵히 다 처리했을 걸 생각하니 짠하고 울컥한다. 그녀의 엄마가 보셨더라면 가슴이 아렸겠지.
아이의 손에 이끌려 뛰다 지친 그녀의 기운 빠진 눈동자가 가슴에 박혀 어른거린다.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뭘까. 가끔 바통 터치해서 대신 달려 줄까? 따뜻한 격려의 말 한마디라도 더 건네는 게 더 나을까? 벌써 4년 차라고 하니 잘 버텨내겠지. 매일 달리기를 해도 지친 몸과 마음을 청량하게 재충전해 줄 '보람'이라는 친구가 그녀에게 자주 찾아가길 기도한다.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해내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하고픈 날이다. 이들이 영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