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 드믄 부다페스트의 밤을 걷고 있는 한 쌍의 연인들을 보았다.
왼쪽에 도나우 강이 흐른다.
조금만 더 가면 거기엔 세체니 다리이다.
이 길은 화려하지 않다.
부다 왕궁의 현란한 조명도, 강물에 반사된 국회의사당 첨탑의 불빛도 여기엔 미치지 못한다.
트램이 잠시 지나갈 뿐
길가엔 자동차 헤드라이트도 그리 흔하지 않다.
이 길은 시인들이 걷던 길이다.
많은 헝가리 시들이 여기가 고향이다.
이 길은 상념과 시차에 잠 못 이루는 여행자에겐 치명적이다. 들리는 것은 강 바람소리와 내 발자국 소리뿐이다. 그 길을 걷다 보면 도시와 존재 그리고 그 허망한 명제들에 대한 사고의 울돌목에 빠지게 된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지금 여기에 있는가.
거기서 담담하게 어둠을 가는 한 쌍의 남녀를 보았다.
어둠 보다 짙은 인생의 뒤안길을 함께 헤쳐온 듯 하다. 이정도 어둠과 갈등은 그들에겐 어쩌면 큰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부다페스트의 밤거리에. 연인들. 오래된 한 쌍의 남과 녀.
아름답다.
낭만보다 숭고해 보인다.
함께한 세월은 감정보다 굳세다.
시간은 애정보다 믿음직 스럽다.
부다페스트의 밤거리에서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