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 가면축제 그리고 검은 볼레로의 여인.

이 도시에선 가면만이 진실을 말해요. 그 가면은 나에게 속삭였다.

by B CHOI
Venecia. Italy. 1702029.jpg




‘가면을 써 보신적이 있나요.’

목소리는 가면 속으로부터 흘러 나왔다.

나는 금방 알아챌 수 있었다.

그 목소리도 가면을 쓰고 있었다.

'나를 따라 오세요. 이 도시에서는 가면만이 진실을 말해요.'


매년 2월말 혹은 3월초

남미에서는 삼바 축제가 열리는 시기에

유럽의 중심 베네치아에서는 가면축제가 열린다.

시절은 동일하다

사순절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사람들은 이 축제를 즐기고 40일간의 금욕생활에 들어간다.





사실 난 그때가 가면 축제라는 것을 몰랐다.
단지 밀라노에서 베네치아 가는 기차표가 빠르게 매진되고 있었고

베네치아의 호텔 숙박료가 평상시보다 훨씬 비싼 것이다.


기차가 산타루치아역에 다가 갈수록 열차는 중세시대로 가는 타임머신이 된다.

사람들은 하나 둘 중세시대로 돌아간다.

처음에는 옷을 갈아 입는다.

그리고 베니스에 도착하면 가면을 쓴다.

기차에서 내릴 때 즈음 사람들은 중세의 귀족이 된다.





마음의 준비도 없이 나는 축제의 중심이 된다.

곤돌라를 타고 성 마르코광장이 보이는 부둣가에 내렸다.

축제의 사람들은 대부분 혼자 있지 않는다. 무리 지어 즐긴다.


하지만 마르코광장에서 그 여인은 혼자 있었다.

붉은색 드레스. 검은색 볼레로. 하얀 양산. 동그란 얼굴 그리고 검은 눈동자.

느낄 수 있다. 동양적이다.





귀족이다. 가면을 쓰면 신분이 바뀐다. 누구나 귀족이 될 수 있다.

세상은 나에게 가면을 쓰라고 강요한다. 축제라고 한다.

이 즐거운 세상에, 가면은 무죄라고 한다.


누구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다.

나도 즐겁고 이웃도 즐겁다. 가면을 쓰면 그렇다.

그건 베네치아이건 서울이건 크게 다르지 않다.

가면만이 진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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