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하고도 네 번의 순환, 열하고 두 달의 시간, 네 개의 계절. 매년 고정된 윤회로써 돌아가는 24절기.
2023년은 브런치 북 매거진으로 매 절기를 기록해내었다. 절기에 대한 글은 아니었다. 그 절기를 내 감정을 풀어내는 일정한 간격으로 삼았을 뿐이었다. 절기도 제대로 알지 못해 입춘부터 시작하지도 않았다. 올해는 입춘부터 시작하는 고정적인 글을 써내려가고자 한다. 3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글을 취미로 쓰는 사람으로서도, 인격적으로도, 직장인으로서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달라진 것은 아마 필체일 것이다.
더 재미없는 글을 쓰고 있고, 더 딱딱한 글을 쓰고 있고, 더 자신에 대한 비관적 태도를 가지게 되었는데 그것이 내가 쓰는 모든 글에 투영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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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충분하지 않아 충분해지기 위한 과정을 기록해내는 것이 내 글의 모토였지만 그런 초심을 잃었다. 초심만을 잃은 것은 아닐 것이다. 감정적인 모습도 많이 잃었고, 가장 크게, 그리고 많이 잃어버린 것은 여유이다. 삶에 여유가 있지 않다. 비워야만 채울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말하는 나는, 그런 말로 남들의 수 많은 밤을 위로하며 조언하는 나는 나를 돌보지 않았다. 나는 마음 속 깊이, 가득히 자리 잡은 욕심과 인정욕, 애정욕, 소유욕과 같은 검붉은 감정들을 비워내지 못하였다. 마음을 비움으로써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닌, 지금의 내겐 마음을 비움으로써 여유를 채워야만 한다. 수반되는 것이 아닌 필요로 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정신에 그다지 이롭지만은 않았던 나의 생활 리듬을 바꾸기 위해 한 번 더 절기를 내 감정을 풀어내는 간격으로써 사용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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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절기에, 이 연재를 마치며, 에필로그를 적어내며, 지금의 나와 12월 나를 비교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스트레스에 지나치게 취약하다. 아주 사소한 스트레스에도 감정은 무너져 표정으로 드러나고, 사람이 많은 곳엔 잘 가지 못한다. 퇴근 시간대의 만원 지하철은 지극히 당연한 것임에도 숨을 쉬기 어렵다. 가슴이 압박 받는 느낌은 아닌데, 대기에 섞인 산소가 부족하다라는 느낌을 받으며 공황을 느낀다. 불안도는 말할 것도 없다. 누군가 나를 부르기만 하면 잘못한 것이 있는 걸까 겁이 나 잔뜩 겁 먹은 채로 마주하러 간다. 그래도 회피하지는 않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소화불량을 느끼고 있다. 억지로 위를 좁혀서, 장을 좁혀서 가스를 내보낸다. 생리현상이 자연스럽지 않게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한 것은, 나는 여름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고는 했지만, 날이 풀려 따뜻했다, 서서히 더워지다, 푹푹 찌다, 식어가는 그 너무나도 긴 시간을 그리워하고 있다. 겨울을 기다리게 되겠지만, 일단 이정도 추웠으면 충분히 추워했으니 그만 따뜻함이 자리 잡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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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인지라, 글을 쓰기 위한 정기적인 날짜는 토요일로 정해두었다. 매주 찾아오지는 못하겠지만, 보통 절기는 2주에 한 번씩 바뀐다고 하니 저를 기다려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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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은 곧이니, 가까운 토요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