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입춘(立春)

by 휘진

아슬히, 고개 내민 내게.

-

프롤로그를 제외하면, 내 2026년 글의 첫 시작이 될 입춘 글이다. 봄이 되면, 그것을 주제로 하는 노래를 당연하게 들어왔다. 국내나 국외 가수의 노래를 가리지 않고. 일본의 요루시카라는 밴드의 봄도둑, 버스커버스커 벚꽃엔딩(연금...), 아니면 그냥 마음이 몽글해지는 테일러 스위프트의 Love Story라던지. 한로로라는 인디 가수를 작년에 처음 알았고, 입춘이라는 곡이 마침 또 있고, 그런데 그것이 그 가수의 인기곡이라기에 안 들어 볼 수 없었다.

-

분명 내가 생각한 따뜻한 곡조는 아니었다. 꽤나 적적한, 형용하기에는 어려운, 입춘이어도 짙게 남을 수 밖에 없는 겨울의 한기가 서린 곡이라, 그리 생각했다. 그런 입춘만을 보내왔고, 보내고 있기에 그동안 들어왔던 봄의 노래들은 미뤄두게 되었다. 길을 걸을 때에도, 일을 하다 콧노래 흥얼거릴 때에도, 밥 먹고 산책을 하는 동안에도 입 밖으로, 코를 타고 흘러 나오는 노래들은 요즘은 그녀의 입춘이란 곡이다.

-

작년 말부터는 가치관을 조금씩 바꿔보려 생각했다. 지나온 길을 돌아가지 않고, 그냥 나아가는 것을 생각했다. 내가 두고 온 것에, 도망쳐 온 것에 축복이 가득하기를 바라되, 미련을 가지지 않고자 했던 나는, 그대로는 안 되겠다 느껴졌다. 잃어버린 감정이 많고, 낭만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었다. 곁에 남아 있는, 남기고 싶은 사람의 수도 많지 않아 나는 내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었던 감수성과 공감을 취해야 할 때였다. 물론, 나를 위해서도. 누군가의 공감과 애정을 받기 위한 공감과 섬세함은 필요없다. 그것은 날 위한 것이 아니야. 내가 나를 돌보고, 부드러운 사람이 되기 위해, 내가 나를 안아주기 위해 그것들을 되찾고자 한다.

-

요즘은 친구 A와 매주 만나고 있다. 그동안 답장을 잘 못 한 것도 마음에 걸려 연락을 보냈고, 다행히 여전히 내게 빠른 답장을 보내주었다. 개인적인 일들이 있어 연락을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있지만, 평일에, 주말에, 내 쉼에 아무도 없어 혼자만의 시간을 보냈던 때와 단 한 명일지라도 내가 나로 편하게 있을 수 있었던 이 3주 동안의 시간에 감사한다.

-

회사는 여전히, 고용 불안정성보단 업무 불안정성이 남아있다(...). 매년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알겠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새해와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 많은데 매번 1분기의 끝자락에서야 그것이 확정되니 기대감보다는 불안감과 조급함이 마음에 자리를 잡아 버린다. 올해는 어떤 새로운 일을 할까, 새로운 것을 접목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물론 하지만, 무엇을 할지 모르는데 어떻게 할까를 생각하기엔 내겐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일까나?

-

잃어버린 것을 되찾으러 가는 24걸음 중 첫 번째 걸음이다. 아직 큰 변화가 있을 순 없고, 있어도 그건 그것대로 다소 착잡한(...) 결과이지 않을까. 이 미미한 걸음에도 변화는 따라올 테니, 과거에서 지금까지의 내가, 다시 과거를 돌아보는 걸음을 가지더라도 이미 그때의 나와는 다른 사고를 지니고 있을 테니 돌아가는 그 길 또한 변화로 여기려 한다.


다음 절기까지, 조금 더 확실하고 따뜻한 에너지를 챙겨 돌아올 수 있기를. 그리 소망하게 된 입춘이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1화24, 12,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