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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Jul 28. 2024

아르메니아 여행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 지구촌 나라들  60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60번째 나라

아르메니아 (23년 10)     


코카서스 여행 5일째인 2023년 10월 3일, 화요일, 조지아 트빌리시를 출발해서 아르메니아와의 국경이 있는 사다클로를 향해서 약 1시간을 이동하였다. 조지아 쪽 국경이 있는 사다클로에 도착해서 양국의 출입국 사무실은 200m정도 떨어져 있어서 도보로 이동을 하였고, 양국 모두 비교적 간단한 출입국 수속을 마치고 아르메니아로 넘어왔다. 

아르메니아 국경

아르메니아는 같은 이웃 나라인 아제르바이잔과도 육로로 국경을 넘나들 수 있지만 두 나라 사이의 관계가 좋지 않을 뿐만 아나라 최근까지도 나고르노 카라바흐 지역의 독립을 둘러싼 무력 충돌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자들은 조지아 쪽 국경을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르메니아는 세계에서 최초로 기독교를 공인한 자부심을 갖고 있고, 지금은 튀르키예 영토가 된 아라랏트 산에 노아의 방주가 정착했던 성서의 나라이기 때문에 종교적으로 이슬람국가인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과는 관계가 소원한 게 당연해 보인다.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파이프라인이 이웃 나라 아르메니아를 거치지 않고, 조지아를 우회하여 튀르키예와 서방으로 보내지고 있다. 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간의 오랜 갈등과 긴장된 관계를 반영한 결과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으로 인해 매우 긴장된 상태를 유지해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제르바이잔은 아르메니아를 거치는 대신 조지아를 통해 가스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튀르키예와 서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파이프라인 중 하나인 BTC(Baku-Tbilisi-Ceyhan) 파이프라인은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시작해 조지아의 트빌리시를 거쳐 튀르키예의 제이한에 이른다. 이 경로는 아르메니아를 우회해 아제르바이잔 가스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서유럽 시장으로 보낼 수 있게 했다.


또한 남부 가스 회랑 프로젝트는 아제르바이잔의 천연가스를 조지아를 거쳐 튀르키예와 남유럽으로 운반하고 있다. 이는 아제르바이잔과 유럽연합(EU) 간의 에너지 협력의 일환으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고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


이처럼 아제르바이잔의 가스 수출 경로는 지정학적 상황과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반영하며, 아르메니아와의 갈등을 피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출 루트를 확보하려는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여러 정황은 아르메니아가 주변 국가인 튀르키예나 아제르바이잔은 물론 유럽연합의 국가들로부터도 외면당하는 왕따 국가같은 느낌이 들어 안타까웠다. 


아르메니아 국토 면적은 2만 9천km2로 남한의 1/3정도이고, 인구도 300만으로, 북쪽에 조지아, 동쪽으로는 아제르바이잔, 서족은 튀르키예, 남쪽으로는 이란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내륙 국가인데 튀르키예, 아제르바이잔 등 이웃 나라와 친하지도 못하게 지내고 있는 데다가 유태인의 디아스포라 못지않게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이 800만 명이나 되는 나라이다. 


컬러 텔레비전, 병원의 MRI, 레미콘 트럭 등이 아르메니아 사람들에 의해 발명할 정도로 유능한 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하기 전에 아르메니아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웬지 레바논과 이스라엘이 연상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에 근무하면서 레바논 사람들과 JV로 함께 일했던 적이 있는데 레바논 사람들의 탁월한 비즈니스 능력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그들은 대부분의 자녀들을 캐나다로 유학시키고, 캐나다 영주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국경을 넘어 아르메니아에서 처음 도착한 곳은 세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된 아흐파트 성 십자가 수도원이었다. 이곳은 9세기에 건축되어 아르메니아 종교, 교육 기관 및 도서관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아흐파트 성 십자가 수도원

수도원에 도착하자, 고풍스러운 건축물이 한눈에 들어왔다. 수도원의 돌담과 고딕 양식의 아치형 문, 정교한 조각들이 새겨진 기둥들은 우리를 마법 같은 중세 시대로 이끌었다. 

수도원은 9세기 당시의 건축 기술과 예술적 감각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성당 내부는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빛나는 벽화와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었다. 특히, 성당의 중앙에는 고대 기독교의 중요한 성물들이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빛났다.

수도원의 한쪽 구석에는 옛 수도승들이 사용하던 작은 방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수도승들은 묵상과 기도를 통해 영적인 삶을 살았다고 한다. 

수도원 앞 넓은 뜰에서는 웃음이 가득한 시간이 흘러갔다. 일행들은 서로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며 카메라 앞에서 인증샷을 남겼다. 웃음소리와 함께 찍힌 사진들은 그날의 행복한 순간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수도원의 평온함 속에서 우리는 잠시 일상을 잊고 순수한 즐거움을 만끽했다.

뜰을 둘러보다가 야생화와 들풀들 사이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 클로버 잎에서 일행들은 잠시 행운의 네 잎 클로버 찾기에 나섰다. 누군가는 네 잎 클로버를 발견하며 작은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들꽃의 향기와 부드러운 바람이 어우러져,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시간이 흘러도 그날의 따뜻한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수도원과 그 주변의 자연, 그리고 함께한 사람들과의 소중한 추억은 마치 한 폭의 서정적인 그림처럼 마음에 남아 있다.

수도원 주변은 아름다운 자연경관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높은 언덕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일품이었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작게 보이는 마을들이 멀리 보이는 산맥들과 어우러져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수도원 주변을 산책하다가 문득 수도원 돌담 넘어 아르메니아 할아버지와 눈길이 마주쳤다.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더니 할아버지는 천천히 손을 들어 우리 인사에 답례해 주었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얼굴에 피어난 미소는 주변의 돌담과 풍경을 더욱 서정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의 인자한 눈빛과 따뜻한 손짓은 마치 시간 속에 멈춰 있는 한 장면처럼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다. 


아흐파트 수도원을 떠나며, 우리는 아르메니아의 자연을 만끽하며 세반 호수 쪽으로 이동했다. 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점점 더 장엄해졌고, 코카서스 산맥의 험준한 절경이 우리의 눈앞에 펼쳐졌다. 


점심때가 되어 우리는 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한 전원의 식당에 들렀다. 식당에서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아르메니아의 전통 요리인 양고기 스튜와 신선한 야채 샐러드로 점심 식사를 하고 세반 호수에 도착하였다. 







점심식사 후 다시  이동하는 중에 아르메니아의 휴게소에 들렀다. 이 휴게소에서는 아르메니아의 여러 가지 물고기들을 판매하는 수산 시장과 생필품, 그리고 아르메니아의 전통 화덕에서 빵을 굽는 다양한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드디어 세반호수에 도착하였다.

세반 호수는 아르메니아에서 가장 큰 호수로, 그 크기가 서울 면적의 1배나 될 정도이고 아르메니아 면적의 5%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 호수이다. 청명한 물과 주변의 산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경치를 자아냈다. 세반 호수에 도착해서 호수가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 잡은 세반 수도원으로 올라갔다. 이 수도원은 9세기에 지어진 고대 아르메니아 건축의 걸작으로, 그 역사와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수도원은 성 아라켈로츠 교회와 성 아스타바차친 교회 등 두 개의 주요 건물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이 두 교회는 모두 검은 현무암으로 지어져, 그 견고함과 중후함이 돋보였다. 수도원의 외관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내부는 경건한 분위기로 가득 차 있다. 수도원 주변의 정원과 뜰은 잘 가꾸어져 있으며, 다양한 야생화와 들풀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냈고, 수도원에서 바라보는 세반 호수의 전경은 한 폭의 그림처럼 잔잔한 호수와 그 너머로 펼쳐진 산맥과 마을들의 풍경이 어울어져서 호수의 고요함과 산맥의 웅장함을 동시에 느끼게 하였다. 





세반 호수를 떠나 아르메니아의 수도 예레반으로 이동한 우리는 ARMENIA GARDEN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하였다. 아르메니아에서 점심 식사를 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저녁 식사 장소도 마치 성처럼 생긴 건물과 내부의 다양한 조경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레스토랑의 웅장한 건물은 중세의 성을 연상케 했고, 정교하게 꾸며진 정원은 다양한 식물과 꽃들로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었다.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는 이 식당을 위해 전통 화덕에서 빵을 굽고 있는 후덕한 인상의 아르메니아 아주머니가 계셨다. 그녀는 따뜻한 미소로 손님들을 맞이하며, 정성껏 빵을 구워내고 있었다. 인상좋은 아주머니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며, 그 순간을 소중하게 간직했다.



저녁 메뉴는 양고기 꼬치와 아르메니아 전통 빵, 그리고 신선한 과일로 구성되어 있었다. 양고기 꼬치는 불에 잘 구워져 부드럽고 풍미가 가득했으며, 전통 빵은 화덕에서 갓 구워내어 따뜻하고 바삭했다. 신선한 과일은 식사의 마무리를 상쾌하게 해 주었다.

ARMENIA GARDEN 레스토랑에서의 저녁 식사는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조경, 그리고 따뜻한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우리의 여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예레반의 ANI CENTRAL INN으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호텔에서 우리는 하루의 피로를 풀며, 아르메니아에서의 또 다른 하루를 기대하며 편안한 휴식을 취했다.     


여행 6일째인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우리는 이른 아침 호텔에서 식사를 마친 뒤 예레반 시내에 있는 어머니의 동상을 방문했다. 이 동상은 아르메니아의 역사와 강인함을 상징하는 중요한 기념물로, 그 앞에서 아르메니아의 자부심과 역사를 느낄 수 있었다.



이후, 약 1시간을 이동하여 코비랍 수도원에 도착했다. 코비랍 수도원은 아르메니아와 튀르키예의 국경 부근에 위치하고 있었다. 수도원에서 멀리 바라보면 튀르키예 국경 너머로 노아의 방주가 정착한 아라랏 산이 웅장하게 보였다. 그 광경은 마치 성경 속 이야기의 한 장면을 현실에서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수도원의 지하 동굴과 내부를 관람하면서 우리는 이곳의 깊은 역사와 종교적 의미를 체험했다. 지하 동굴은 성 그레고리의 감금 장소로 알려져 있다. 수도원 주변에는 아라랏 산이 국경 너머에 있어서 직접 아라랏 산 근처까지 가지 못하는 대신, 이곳에 공동묘지가 있는 듯 하였다.  



코비랍 수도원을 떠난 우리는 우리나라의 한계령처럼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지그재그로 한참을 달려, 마침내 가르니의 주상절리가 있는 마을에 도착했다. 



이곳 마을에 있는 작은 차를 나누어 타고 가르니의 주상절리로 이동했다. 가르니 주상절리는 자연의 신비로운 힘을 보여주는 경이로운 장소였다. 주상절리는 마치 거대한 파이프 오르간처럼 규칙적으로 배열된 육각형의 돌기둥들이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그 장엄한 광경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자연이 빚어낸 이 신비로운 풍경 앞에서 우리는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곳의 경치는 마치 다른 세상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을 주었고, 자연의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다시금 느끼게 해주었다.


가르니에 주상절리의 절경을 감상하고 다시 작은 차를 타고 마을로 돌아와 마을의 아름다운 전원 식당에서 식사를 하였다.  


점심 메뉴는 넓적한 양갈비구이와 꽁보리밥과 야채에 고추장을 비벼놓은 듯한 독특한 요리와 토마토, 오이, 상추 등에 드레싱을 가마한 야채샐러드였다. 정성껏 준비된 음식들은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았고, 식사 내내 정원에서 불어오는 상쾌한 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었다. 




이 레스토랑의 정원은 호두나무와 포도나무 등으로 운치 있게 꾸며져 있는 모습이 매우 정겹고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잔디밭에서 떨어진 호두를 몇 개 주워 호주머니에 넣고 만지작거리며 이후 여행을 다녔다. 



이곳에서도 화덕에 불을 지피며 빵을 굽고 있는 소박한 노년 부부를 만났다. 그들의 따뜻한 환대에 우리는 기념사진을 함께 찍으며 소중한 추억을 남겼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설 때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잔잔하게 내리는 비가 마을을 더욱 운치 있게 만들었다. 우리는 가르니의 주상절리를 떠나 다음 목적지인 가르니에 신전과 게하르트 수도원을 관람하였다. 


먼저 가르니 신전은 아르메니아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그리스-로마식 건축물로, 그 우아한 기둥들과 섬세한 조각들이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신전의 고대 돌기둥은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신전 내부로 들어서니 고대의 웅장함과 역사적 깊이가 느껴졌고, 우리는 마치 수천 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만끽했다.



신전을 둘러본 후, 우리는 근처에 있는 게하르트 수도원으로 이동하였다. 게하르트 수도원은 산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 비와 안개가 더해지면서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수도원 입구까지 오르는 언덕길 옆으로 옛날 십가가 문양을 새긴 부조의 석판들이 눈길을 끌었다. 



수도원의 입구에 도착하니, 고요한 분위기와 함께 수도원의 웅장함이 우리를 맞이했다. 게하르트 수도원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으로, 암석을 깎아 만든 건축물들과 그 안에 숨겨진 보물 같은 예술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지하 예배당은 독특한 구조와 경건한 분위기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수도원 내부에 들어서자, 어린아이의 세례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수도원의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신성한 의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장면은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성직자의 엄숙한 목소리로 기도문을 읊으며 아이의 이마에 성수를 뿌리고 있었다. 부모님과 가족들이 둘러싸고 있는 가운데, 세례식은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기 위해 진행되었다. 우리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 신성한 순간을 경건하게 지켜보았다. 수도원 내부 한쪽 모퉁이에는 지하수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이 지하수에 손을 내밀어 소원을 빌면 그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한 명씩 차례로 손을 내밀어 지하수에 닿게 하면서 소원을 빌었다. 차가운 물이 손끝에 닿자 신비로운 기운이 느껴졌고, 마음속 깊은 소원을 진지하게 빌었다. 수도원 뒷 편으로는 가을 단풍이 한창인 나무 숲과 계곡의 물소리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비가 점점 더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리는 우산을 쓰고 수도원의 구석구석을 탐험했다. 수도원 바깥의 산과 계곡의 절경은 비와 어우러져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수도원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고, 우리는 그 장면을 사진에 담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도원을 내려오는 언덕길에는 세 명의 거리 악사들이 어코디언과 북 그리고 아르메니아 전통 목관악기인 두둑으로 합주 연주를 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악사들의 연주는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비의 리듬과 함께 음악은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아르메니아 전통악기는 두둑의 독특한 음색은 깊고 풍부한 울림을 가지고 있어, 듣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통 목관악기의 소리가 어코디언과 북의 연주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전체적인 음악은 아르메니아의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느낌을 주었다.



악사들은 우리의 관심을 반갑게 받아들이며 더욱 열정적으로 연주했다. 주변을 둘러싼 아름다운 자연 경관과 어우러진 음악은 우리의 여행을 한층 더 특별하게 만들어주었다.


수도원에서 예레반 시내로 돌아온 후, 우리는 시내의 중심가로 향했다. 예레반의 활기찬 카페 골목을 지나면서 다양한 향기와 소리가 우리를 맞이했다. 골목 양옆으로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줄지어 있었고, 각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커피와 디저트의 달콤한 향기가 우리의 발걸음을 사로잡았다.

카페 골목을 지나 우리는 예레반의 명소 중 하나인 카스카데로 향했다. 카스카데는 계단식 정원과 분수, 그리고 다양한 조각품들로 유명한 장소였다. 



그 중에서도 뚱뚱한 고양이 조각상은 특히 인기가 많았다. 동글동글한 모습의 고양이 조각상은 귀여우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뽐내며 많은 사람들의 사진 촬영 장소로 사랑받고 있었다. 



카스카데 내부로 들어가서 우리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꼭대기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에스컬레이터는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었고, 각 층마다 예술 작품들과 전시물들이 배치되어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현대적인 예술 작품들과 고전적인 조각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마치 미술관을 탐방하는 기분이 들었다.


꼭대기에 도착하자, 예레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넓게 펼쳐진 도시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웠다. 시내 곳곳의 랜드마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우리는 이 멋진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잠시 여유를 즐겼다.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와서 기분이 상쾌해졌다.



꼭대기에서의 멋진 경치를 감상한 후,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따라 다시 지상 광장으로 내려왔다. 계단을 내려오는 동안에도 곳곳에 배치된 예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각 작품마다 독특한 이야기와 의미가 담겨 있어, 마치 예술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상 광장에 도착하니, 분수와 함께 사람들이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카스케이드에서의 즐거운 오후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예레반 시내에 있는 SINTRA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아늑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우리를 반겼다. 첫 번째로 나온 요리는 씨레기 나물같이 생긴 독특한 음식이었다. 다음으로 나온 토마토와 오이가 들어간 야채 샐러드는 상큼하고 신선한 맛이 이미 여행 중에 여러번 먹었기 때문에 다들 익숙해 하였다. 잘 익은 토마토의 달콤함과 오이의 아삭한 식감이 조화를 이루어 입맛을 돋우었다. 샐러드에 올려진 신선한 허브와 드레싱은 이 요리를 더욱 맛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두 겹의 얇은 밀가루 반죽 속에 달걀과 치즈, 요구르트 등을 섞어 넣어 화덕에 구운 전통 요리였다. 메인 요리는 양고기 구이와 얇게 썰은 양파에 고춧가루 소스와 새싹 나물을 얹는 요리였다. 







식사를 마친 후, 우리는 레스토랑을 나와 예레반의 비 오는 밤거리를 산책하기로 했다. 빗방울이 부드럽게 내려 도시의 밤을 촉촉이 적시고 있었다. 비 덕분에 거리의 불빛들은 더욱 반짝이며 낭만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우산을 쓰고 느긋하게 거리를 걷는 동안, 우리는 하루 동안의 경험을 되새기며 담소를 나눴다.


먼저 예레반 시내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 들러 아르메니아에서 유명한 코냑을 한 병 구입했다. 아르메니아 코냑은 그 명성이 자자해 스탈린이 윈스턴 처칠에게 매년 400병을 선물하기로 약속한 일화가 있을 정도다. 또한 프랑스에서 코냑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을 때, 그 맛이 프랑스 코냑보다 더 좋았다는 평가를 받은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슈퍼마켓의 주류 코너에 들어서자 여러 종류의 아르메니아 코냑이 진열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중에서도 특히 평판이 좋은 브랜드를 골라 구입했다. 코냑 병의 디자인과 라벨에서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이 우리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잠시 후, 우리는 예레반 공화국 광장 앞에 있는 한 카페로 들어갔다. 카페 내부는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었고, 창밖으로 보이는 비 오는 광장의 풍경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차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오늘의 일정을 정리하며 모처럼의 여유 시간을 가졌다.

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우리는 카페의 창문 너머로 비 오는 광장을 바라보았다. 광장은 비에 젖어 더욱 아름답게 빛났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오늘의 여행에서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떠올리며 웃음을 터뜨리기도 하고,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오늘 하루의 즐거운 기억을 가슴에 담고, 우리는 다음 날의 여정을 기대하며 다시 빗속을 걸어 ANI CENTRAL INN으로 돌아와 여장을 풀고, 예레반에서의 두 번째 밤을 보냈다. 


여행 7일째인 2023년 10월 4일 수요일, 우리는 아침 일찍 ANI CENTRAL INN에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체크아웃을 하고, 예레반에서 서쪽으로 약 20km 떨어진 예치미아진 대성당으로 향했다. 상쾌한 아침 공기 속에서 우리는 여정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출발했다.


이동하는 도중, 도로에서 아라랏 산이 아주 잘 보이는 곳이 있어 잠시 멈추기로 했다. 아라랏산은 맑은 날씨 덕분에 선명하게 보였고, 그 웅장한 모습은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다. 차에서 내려 아라랏산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하며, 이 순간을 사진으로 남겼다. 멀리서 바라본 아라랏산은 그 자체로도 아름다웠지만, 주변의 푸른 초원과 어우러져 더욱 경이로운 풍경을 자아냈다.



아르메니아 국경 너머 튀르키예 영토에 있는 아라랏산


아르메니아에서 바라다 본 아라랏산


잠시 휴식을 취하며 아라랏산의 장엄한 경치를 즐긴 후, 우리는 다시 예치미아진 대성당으로 향했다. 

대성당에 도착하자, 그 웅장한 건축물과 정교한 조각들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예치미아진 대성당은 아르메니아의 중요한 종교적 중심지로, 그 역사적 가치와 아름다움이 곳곳에 묻어났다.

이곳의 담장 너머로도 아라랏산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예치미아진대성당의 건축은 301~303년경에 시작되었지만 여러차례 파괴되었고, 1627년부터 모세스(Moses) 대주교에 의해 대성당의 돔과 지붕, 신부관 등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길과 성벽 모양의 높은 담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1650년대부터 서쪽 종탑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1682년에는 규모가 작은 세 개의 종탑이 동쪽, 남쪽, 북쪽에 더 세워졌다. 에치미아진 대성당은 사각형의 비잔틴 양식이지만, 로마 가톨릭의 로마네스크 양식도 혼용되어 있다. 길이가 33m, 폭이 30m, 돔의 높이가 34m에 이르는 웅장한 건물로, 돔과 종탑이 지붕 위로 돌출되어 있다. 1869년 게보르크 4세 대주교에 의해 제대 뒤 동쪽 부분이 확장되어 박물관이 되면서 직사각형 모습으로 변화되었다. 이곳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옆구리를 찌른 로마 병사의 롱기누스의 창과 노아의 방주 파편이 있다. 후대에 노아의 방주 파편을 십자가 한 가운데 넣어 역사성과 종교성을 가진 십자가로 만들었다고 하였다. 






대성당과 박물관 내부를 꼼꼼히 둘러본 후, 우리는 성당 지하에 있는 특별한 식당으로 향했다. 이곳은 코카서스 지역을 여행하며 만난 식당 중 가장 인상 깊은 장소로 기억될 만했다. 고풍스러운 성당의 지하에 자리 잡은 이 식당은 아르메니아의 역사와 문화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독특한 장소였다.

지하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아치형 천장과 석조 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넉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촛불이 은은하게 빛나며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이곳은 마치 중세 시대의 향기를 간직한 채, 오늘날의 여행객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듯했다.





메인 메뉴로 나온 양꼬치 요리도 일품이었다. 부드럽고 육즙이 풍부한 양고기는 특유의 향신료와 어우러져 깊은 맛을 자아냈다. 


이 고풍스러운 성당 지하 식당에서의 식사는 우리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아름다운 대성당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맛본 양꼬치 요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선 특별한 경험으로 자리 잡았다. 이곳에서의 식사는 코카서스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우리의 여행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아르메니아에서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아르메니아의 국경을 넘어 밤 시간에 트빌리시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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