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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홍섭 Jul 28. 2024

조지아 여행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59번째 나라

나이 숫자만큼 돌아본 62개국 지구촌 나라들 59번째 나라

조지아 (23년 10)     


23년 10월 우즈베키스탄,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조지아 등 4개국을 10박 11일 동안 여행하였다. 


코카서스 3국 중의 한 나라인 조지아는 흑해 동남해안을 끼고 있으며, 카프카스 산맥 지대에 자리잡고 있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터키, 동남쪽과 남쪽으로 아제르바이잔 및 아르메니아와 국경을 접한다. 면적은 6만 9천 ㎢, 인구 약 4백만 명으로 추산되고, 수도는 트빌리시이다. 조지아 대부분의 지역은 산악지대로, 카프카스 산맥에 속하는 봉우리들의 평균 높이가 4,600m 이상에 이른다. 카프카스 산맥이 차가운 북풍을 막아주고 흑해의 영향을 받아 기후는 온난하다.


여행 루트는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를 경유해서 아제르바이잔의 바쿠까지 항공편으로 입국해서 아제르바이잔의 육로를 따라 조지아의 국경을 통과해서 서쪽으로 조지아의 시그나기를 여행하고, 조지아에서 육로로 아르메니아를 다녀온 뒤 다시 조지아의 남북 루트인 트빌리시, 므츠헤타, 아나누리, 구다우리, 카즈베기까지 왕복해서 다시 트빌리시까지 와서 트빌리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를 경유해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전체 10박 11일의 코카서스 일정 중에 조지아는 

여행 4일 차인 23년 10월 2일에 아제르바이잔의 국경을 통과해서 조지아 와인의 본고장인 시그나기 마을과 근처에 있는 보드베 사원을 둘러보고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서 1박을 하였다.

아제르바이잔 국경


여행 7일 차인 10월 5일 오후에 아르메니아 국경을 통과해서 조지아의 트빌리시로 다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하고, 트빌리시를 가로지르는 쿠라강 유람선으로 트빌리시 야경 투어를 마친 뒤 트빌리시에서 1박을 하였다.


여행 8일 차인 10월 6일에는 무츠헤타에서 카즈베기까지 가서 트레킹과 카즈베기 마을을 거쳐 구다우리 호텔에서 1박을 하였다.


여행 9일 차인 10월 7일에는 구다우리 호텔을 출발해서 남쪽으로 무츠헤타를 경유해서 트빌리시로 돌아와서 트빌리시 시내 투어를 마친 뒤 1박을 하였다.


여행 10일 차인 10월 8일은 아침에 트빌리시 호텔을 출발해서 공항으로 이동해서 오전 11시 55분에 트빌리시에서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로 날아가서 타쉬켄트 공항에서 약 6시간 30분을 대기한 뒤 밤 비행기를 타고 10월 9일 오전에 인천에 도착하면서 10박 11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여행 중에 조지아에서는 여행 4일 차와 7일 차, 8일 차, 9일 차까지 4박을 하였고, 실제 투어는 4일 차, 7일 차 야간, 그리고 8일 차와 9일 차 등 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조지아로 국경을 넘는 과정은 100m 이상 되는 보도 블럭으로 포장된 경사진 언덕길에 1.5m 정도 되는 폭에 왼쪽은 조립식 담장이고 오른쪽은 시멘트 담장으로 둘러쳐진 두 사람 정도 다닐 수 있는 좁게 느껴지는 통로 길을 캐리어를 끌고 이동해야 했다. 

아제르바이잔 국경과 조지아 국경사이 이동 통로


국경을 통과한 뒤 조지아 국경 근처에 있는 환전소에서 달러 당 2.64 라리로 환전을 하였다. 


조지아 환전소

아제르바이잔 셰키에서 양국 국경을 지나 조지아 시그나기로 가는 도로는 2차선 도로였는데 국경으로 향하는 화물차량들과 콘테이너 차량 행렬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었다. 


조지아에서 아르메니아로 가려는 차량 행렬

조지아 국경에서 1시간 30분을 이동해서 시그나기에 도착하였다. 언덕에 위치한 작은 마을 시그나기는 광장을 중심으로 붉은 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마을의 한쪽에 있는 식당 겸 와이너리에서 조지아 와인 시음과 점심 식사를 하였다. 인터넷에 잘 알려진 와이너리인 ’꿩의 눈물‘ 이 아니라서 약간은 실망스러웠지만 패키지여행의 한계라고 생각하였다. 


조지아 시그나기 마을


시그나기 와이너리 겸 레스토랑



조지아 와인 시음



지구상에서 최초로 와인을 만들어 먹기 시작한 조지아는 8천 년와인 생산 역사를 갖는 명실상부한 와인의 본고장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와인이라는 말의 기원도 조지아어로 그비노(Ghvino)인데, 이것이 이탈리아로 가서 비노(Vino), 프랑스에서 뱅(Vin), 독일어 바인(Wein), 영어 와인(Wine)으로 변화하였다. 


비옥한 코카서스 산맥의 토양과 흑해 연안에서 불어오는 온화하고 수분 가득한 바람은, 좋은 품질의 포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전 세계 포도 품종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많은 토착 포도 품종을 갖고 있는 조지아는 살아있는 포도나무 종자은행이라 불릴 정도다. 현재 조지아에서 확인된 포도나무 품종은 총 526종이며, 이 중 40종이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재배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사페라비(Saperavi)‘는 조지아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대표적인 적포도 품종이다. 



이번 여행의 일행 중에 와인 전문가이셨던 한 의사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무꾸자니’ 와인을 공항 면세점에서 2병 샀다. 이 와인은 조지아 동쪽 ‘무꾸자니’ 지역에서 ‘사페라비’ 적포도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으로 타닌이 적게 느껴져서 와인 초보자들에게도 잘 맞을 거라고 했는데 귀국해서 먹어보니 역시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조지아는 예로부터 집집마다 땅에 묻은 ‘크베브리’라고 불리는 도기 항아리에 일용할 와인을 만들어 즐겼다. 조지아 곳곳에 세워진 동상, 가문의 문장, 건축물 등을 보면, 포도나무나 와인잔이 꼭 들어가 있을 정도다. 조지아 사람들은 일상 속에 늘 와인이 함께한다. 오죽하면 물보다 와인에 빠져 죽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할 정도이다. 조지아 말로 건배를 뜻하는 ‘가우마르조스’ 한 마디면 금새 친구가 될 수 있다. 조지아 사람들은 기쁜 날에는 28잔의 와인을 마시고, 슬픈 날에는 18잔의 와인을 마신다고 한다. 


크베브리

‘깐지’라 불리는 술잔이 이들의 와인마시는 습관을 대변한다, 양이나 염소 등 동물의 뿔로 만들어서 한번 와인을 받으면 다 마시기 전에는 세워 놓을 수가 없다. 

깐지


잘 여문 포도를 껍질째 혹은 줄기째 으깬 뒤 항아리 안에 넣어, 입구를 진흙으로 단단히 밀봉시킨 후 땅에 묻어 4~6개월 숙성시키면, 조지아 와인이 탄생한다. 이 방식은 전통 와인 양조법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받았고, 크베브리에서 만든 와인을 ‘앰버 와인’이라 부른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마을 어귀의 언덕길을 따라 산책을 하였다.  고풍스러운 거리가 이어지면서 양털로 짠 소품들을 파는 노점, 작은 레스토랑들이 있는 골목은 동화 속 풍경처럼 평온하고 낭만적이었다. 시청사를 지나면서 광장 앞 주차 공간 한 모퉁이에는 덩그러니 뉘어져 있는 크베브리를 둘러싸고 한 관광 그룹의 가이드가 일행들에게 조지아 와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크베브리


마을 중앙에는 자그마한 공원이 있고, 동상이 하나 서 있는 ’솔로몬 도다쉬빌리‘ 광장을 지났다. 공원의 한쪽에는 글자가 빼곡한 벽이 있었는데 2차 세계대전 당시 러시아군에 강제 징집돼 죽은 이들의 이름을 새겨놓은 ‘전사자의 벽’이라고 했다. 



좁다란 골목길을 좀 더 오르니 눈앞에 성벽 마을과 탁 트인 평야 뒤로 캅카스산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었고, 언덕의 난간을 사이에 두고 발아래 황홀한 풍경들이 내려다보이는 작은 카페에서 짧은 시간이나마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나마 ‘백만송이 장미’ 노래의 배경이 되었고 이곳 시그나기가 고향이라던 조지아의 국민화가 ‘니코 피라스마니’를 떠올려 보았다.

시그나기

시그나기는 ‘백만송이 장미’ 노래의 배경이 된 ‘니코 피로스마니’의 고향이다. 피카소를 포함한 많은 화가들에게 영향을 준 조지아 국민화가 ‘니코 피로스마니’는 독학으로 공부를 했고, 무명으로 젊은 시절을 보내다가 가난과 질병 속에서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의 불행은 프랑스 출신 여배우였던 ‘마르가리타’를 사랑하게 되면서 자신의 그림과 집. 심지어는 피까지 팔아서 그녀를 위해 백만 송이 장미를 사서 그녀의 집 앞을 꽃으로 장식했지만, 그녀는 누가 선물했는지도 모른 채 밤 기차를 타고 순회공연을 떠나 버렸다. 두 사람은 이후에도 평생 만나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는 심수봉의 번안가요 ‘백만 송이 장미’와 관련된 전설같은 이야기다.

꽃을 보내 사랑을 고백한 슬픈 사랑 이야기는 화가가 죽은 후에 세상에 알려졌고, 라트비아 작곡가의 곡에 러시아의 시인 안드레이 보즈넨센스키가 시를 붙이고, 러시아의 국민가수 알라 뿌가 초바가 1980년대에 발표한 노래 ‘백만 송이 장미로 태어났다.. 


시그나기 마을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약 2km 떨어져 있는 곳에 보드베 사원으로 향했다. 이곳은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니노’가 잠들어 있었다. 포도나무 가지를 머리카락으로 엮어 만든 십자가를 들고, 무츠헤타를 시작으로 조지아 곳곳에 기독교를 전파했으며 이곳에서 숨을 거두었다. 사람들이 그녀의 관을 무츠헤타로 옮기려 하였으나 아무도 관을 들 수 없었고, 이를 하나님의 계시라 여겨 ‘성녀 니노’를 이곳에 묻고 교회와 수도원을 세웠다고 하였다.


보드베 사원


보드베 사원



 수도원에 입구로 들어서서 왼쪽의 교회 내부에 줄을 섰다가 몇 계단 아래 성 니노의 무덤을 보고, 밖으로 나와 경사진 잔디밭 언덕과 꽃밭에 둘러싸여 우뚝 서 있던 대성당의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수도원에서 내려다보이는 알라자니 평원이 평화로워 보였다. 


아르메니아에서 2박 3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7일 차인 10월 5일 저녁에 다시 국경을 넘어 조지아 트빌리시로 돌아왔다. 저녁 8시에 트빌리시의 한국식당인 서울정에서 생뚱맞은 한국 라면을 먹은 뒤 트빌리시 쿠라강의 유람선 투어로 선상에서 나리칼라 요새의 성곽들, 케이블카, 평화의 다리 등의 야경을 감상하였다. 장거리 이동과 늦은 시간까지의 투어로 피곤이 몰려오면서 트빌리시에서의 7일 차 숙박을 하였다. 


 

트빌리시 한식당 서울정



트빌리시 야경





다음날 아침 트빌리시 호텔을 출발해서 북쪽으로 20km쯤 떨어진 곳에 두 강이 만나는 무츠헤타 마을의 강 건너편 언덕 위에 있는 즈바리 교회로 향했다. 언덕 꼭대기에 위치한 즈바리교회는 강 건너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을 포함한 무츠헤타 마을이 한눈에 보였다. 튀르키예 카스에서 발원한 쿠라강과 코카사스 산맥에서 흘러나온 아라그비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형태를 하고 있었다.


무츠헤타 마을

여행 7일 차에 조지아 북쪽인 카즈베기를 향하면서 올라갈 때는 즈바리 교회를 둘러보았고, 9일 차에는 카즈베기에서 트빌리시로 돌아오면서 무츠헤타 마을과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을 둘러보았다.

즈바리 교회


조지아에 기독교를 전파한 성 니노가 기도한 후 포도나무로 만든 십자가를 세웠고, 그 자리에 만든 교회가 즈바리교회이다. 성 니노는 기독교를 전파하며 작은 포도나무 가지를 교차하고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묶은 작은 십자가를 처음으로 이곳에 세웠다고 전해지는데 이 십자가는 조지아정교의 상징이 되었다고 하였다.


이어서 트빌리시에서 북쪽으로 계속 70km 정도 가면 있는 아나누리 성채에 도착하였다. 이 성채는 1200년에서 1249년 사이에 지어진 조지아에서 가장 오래된 성으로 두 개의 성과 하나의 교회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건물 전체를 성벽이 에워싸고 있는 형태로 방어 목적의 네 코너에는 높게 망루를 설치하여 동시에 요새의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성채 아래로는 아라그비강을 막아서 생긴 진발리 호수가 발아래로 내려다보였다.


아나누리 성채


아나누리 성채


아나누리 성채에서 나와 북쪽으로 가다가 구다우리 마을의 독일 풍식당 이름이 적힌 조지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메뉴로는 조지아 탄산수, 야채 샐러드, 빵 요리 ‘쿠브다리’, 만두 요리 ‘힝깔리’ 등 조지아 북부를 대표하는 요리들이었다. 


구다우리 레스토랑


조지아에서의 식사 메뉴로는 토마토와 오이, 고수풀 등이 들어간 샐러드는 우리의 김치처럼 거의 매번 공통이었다. 이곳에서는 ‘보르조미’ 탄산수를 시음하였다. ‘힝깔리’는 조지아식 만두로 만두 손잡이를 잡고 구멍을 내서 뜨끈한 만두피 속의 육수 국물을 먼저 먹고, 다음에 만두소를 먹는 식이었고, 조지아 전통 빵 요리인 ‘쿠부다리’는 약간 도톰한 피자처럼 생겨서 나누어 먹기 좋게 여러 조각으로 미리 갈라서 나왔는데 얇고 납작한 빵 속에 고기와 향신료, 고추, 양파, 마늘로 만든 소를 넣어 만든 조지아 북부 캅카스 산맥 기슭에 있는 스바네티 지역 전통 고기빵 요리라고 하였다. 


힝깔리



쿠부다리



조지아 보르조미 탄산수


점심 식사 후 구다우리부터 카즈베기를 향하는 길은 마치 강원도 진부령이나 미시령을 올라가는 것처럼 굽이굽이 산길이었고,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경관이 가을을 물들이기 시작한 단풍과 함께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었다.


캅카스 산맥


카즈베기 근처 트레킹코스로 잘 알려진 ‘투루소 벨리’ 입구까지 가는 산길은 폭이 좁아서 4륜 구동의 집차와 미니 봉고차로 갈아타서 30분 정도를 더 산속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비포장 산길에 한쪽은 낭떨어지라서 이동하는 동안 내내 아슬아슬하였다.


투루소벨리 가는 협곡 길


조지아 카즈베기 3대 트레킹으로는 ‘트루소벨리’ 트레킹, ‘주타’트레킹, ‘카즈베기’ 트레킹 루트가 있다. 우리는 패키지여행이라서 ‘투루소벨리’에서 맛보기 정도로 조지아 국기가 펄럭이는 타이어 언덕에서 출발해서 아바노 탄산수 연못이 있는 곳까지 왕복 1시간 정도를 트레킹을 하였다.



투루소벨리 트레킹 코스


투루소벨리 온천수


투루소벨리 트레킹 코스


구다우리 스키 리조트의 리프트가 보이는 코비 마을에서 버스에서 하차해서 4륜 구동 집차와 비슷한 크기의 미니 봉고차 등으로 6대로 나누어 탄 일행들이 트리킹을 시작한 곳까지는 함께 갔으나 돌아올 때는 먼저 소형차량이 있는 곳에 도착하는대로 출발을 하다 보니 우리 부부는 나중에 1대 남은 미니 봉고차를 타고 트루소 벨리 트레킹 코스를 빠져나왔다.


투루소벨리로 갈 때와 마찬가지로 아슬아슬한 산길을 빠져나와 버스에서 내려 갈아탔던 구다우리의 E 117 아스팔트 포장도로에서 버스로 갈아타리라는 예상과 달리 이 봉고차는 엄청난 속도를 내면서 북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구글 지도로 위치 확인을 하니 E 117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달리는 게 분명하였다. 봉고차에 함께 탄 우리 일행 6명은 차츰 불안해지기 시작하였다. 첫 번째는 난폭운전에 가까운 엄청 과속운전이 불안하게 하였고, 속도를 줄이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두 번째는 비포장 산길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나왔는데 왜 버스로 갈아타지 않고 북쪽으로 내달리는지를 알 수가 없었다. 우종필 가이드에게 전화를 했으나 연락이 되질 않았다. 구글 지도를 보니 E 117도로는 카즈베기를 지나 러시아까지 연결되는 도로였다. 차 안의 일행들은 전혀 의사소통이 안 되는 이 조지아 운전수의 과속운전과 북쪽으로의 계속되는 이동에 러시아 어디 몹쓸 집단에 잡혀가는 상상을 하면서 이런저런 농담 반 걱정 반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가슴을 조려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투어 버스는 우리를 내려놓고 카즈베기 마을의 대형버스 주차장에 미리 가 있었고, 소형차들이 투루소 벨리에서 나와 카즈베기 마을 주차장까지 연장해서 이동하는 현지 여행사 가이드의 계획과 조치를 이해하지 못했고 출발할 때 미리 알려주지 않은 해프닝이었다. 이런 상상과 걱정은 우리 차뿐 아니라 다른 차에 타셨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


조지아 코카서스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카즈베기의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와 이곳에서 내려다보이는 설산 배경의 카브베기 마을 풍경, 그리고 구름에 가렸다 나타나길 반복하는 5,048m의 카즈베기 설산 풍경이 아르메니아의 아라랏산 못지 않게 장엄하게 버티고 있었다.


카즈베기의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카즈베기 산



‘매혹의 땅 코카서스’의 저자도 설산을 배경으로 산꼭대기에 우뚝 서 있는 교회의 풍광이 비현실적인 그림으로 보였고, 그곳이 프로메테우스 신화가 깃들었다는 조지아의 카즈베기였기에 70일간의 코카서스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가슴 뜨거웠던 카즈베기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언덕에서의 짧은 일정을 뒤로하고 카즈베기 마을을 떠나 E 117 산악도로를 따라 한창 단풍이 물들어가고 있는 험준한 코카서스 산맥의 풍광들은 참으로 웅장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카즈베기와 구다우리 휴양지역의 호텔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러시아 수교 200주년 파노라마 구조물에서 저녁 노을이 지는 험준한 코카서스 산맥의 풍광에 대한 남은 미련들을 떨쳐버려야 했다.

조지아&러시아 수교 200주년 파노라마 구조물



카즈베기와 구다우리 사이의 E 117도로는 해발 2,000m ~2,100m 위치에 몇 군데에 콘크리트 기둥을 받치고 있는 반쪽은 절벽의 낭떨어지의 아슬 아슬한 모습이고, 나머지 반쪽은 터널의 지붕과 벽면이 되는 구간도 지나가게 되고, 어떤 구간은 여름에는 오픈된 도로를 지나지만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일 때는 내부 터널 쪽 도로를 이용하도록 만든 구간도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중국의 건설 업체가 진출해서 이 산악도로의 일부를 확장하거나 곧게 펴는 건설공사가 한창이라서 대규모 중국인 근로자 캠프시설과 콘크리트 PC 구조물 야적장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인 근로자 캠프시설과 콘크리트 PC 구조물 야적장


러시아 조지아 수교 200주년 파노라마 구조물의 상징성이 무색하게 중국은 이곳 코카서스 지역까지도 도로 건설사업에 투자하면서 아프리카에서나 라오스,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의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처럼 중국의 영향력을 키우고, 실익 추구을 위한 진출을 하고있는 모습들이 같은 건설인의 눈에는 매우 인상적으로 보였다.


이날 카즈베기에서 내려와 우리가 묵은 구다우리 마을은 가까운 곳에 구다우리 스키리조트와 트레킹 코스들이 많이 있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카즈베기 일정을 마치고 묵었던 구다우리 Best Western 호텔은 산장 호텔 같은 분위기라서 로비와 식당도 좁고, 객실도 아주 작았지만 진부령의 알프스 리조트 같은 곳에서 숙박하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침에 호텔에서 조식을 마치고 출발하기 전 호텔 앞 단풍이 한창인 코카사스 산맥의 풍경이 아침햇살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호텔 앞마당에 놓여있는 제설용 궤도차량과 화목 난로의 모습에 이곳의 겨울철 스키 리조트의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다.



코카서스의 가을 풍광을 내다보면서 서울에서 강원도 양양까지의 44번 국도같은 굽이 굽이 산길을 남으로 내 달렸다. 전날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즈바리 수도원에서 내려다보았던 두물머리 마을인 무츠헤타 마을로 돌아왔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조지아 무츠헤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은 시도니아가 예수의 옷과 함께 묻힌 묘소가 대성당에 보존되어 있다고 전해지는 유명한 성당이다. 우종필 가이드가 핸드폰 사진으로 시도니아가 묻혀있는 그림을 보여줬던 곳으로 주차장에서 기념품가게 골목을 한참 걸어 들어왔던 곳이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이 있던 무츠헤타는 수도 트빌리시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고, 수도를 트빌리시로 옮기기 전까지 이베리아 왕국의 수도였던 곳으로 BC 3세기부터 500년 이상 왕국의 수도로 번성을 이룬 곳이다. 므트바리(Mtkvar)강과 아라그리(Aragri)강이 합류하는 곳에 세워진 도시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다.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 내부





이 마을은 오히려 반대편인 즈바리 수도원 언덕에서 내려다보면 붉은 지붕의 도시가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게 보이며 마을 중앙에 보이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과 잘 어울려 보인다. 또한 무츠헤타 마을쪽에서 두 강 너머 언덕위로 보이는 즈바리 언덕과 그 위에 우뚝 솟아있는 즈바리 수도원의 모습도 카즈베기의 게르게티 츠민다 사메바 교회 모습처럼 아름다웠다. 

무츠헤타 마을에서 올려다본 즈바리 교회즈바리 언덕과 그 위에 우뚝 솟아있는 즈바리 수도원의 모습


무츠헤타 대성당 앞 기념품 가게와 성당 안에서도 비교적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고, 마을 길을 따라 걷다가 코카사스 산맥에서 흘러나온 아라그비 강가에 자리잡은 와이너리를 겸한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점심식사를 하였다.

무츠헤타 마을 와이너리 겸 레스토랑








이곳 레스토랑 한 켠에 있는 지하 와인 저장소와 크베브리가 묻혀있는 와인 숙성공간, 그리고 레스토랑 벽면에 전시된 온갖 종류의 와인과 와인담는 도기류, 와인 잔 등의 전시품들과 어울려 와이너리 레스토랑의 분위기가 흠뻑 묻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아라가비 강물이 흐르는 강가에 위치한 이 와이너리 레스토랑이 무츠헤타 조지아 첫날 시그나기의 와인 시음을 했던 레스토랑보다 운치있고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


므츠헤타마을에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로 돌아오는 길에 ‘조지아 연대기’가 있는 언덕에 올랐다. 이 조지아 연대기는 트빌리시가 내려다 보이는 트빌리시 북서쪽의 언덕에 세워져 있는데 작은 예배당도 있고, 트빌리시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었다. 조지아 연대기는 영국의 스톤헨지의 모습을 따라한 듯한 구성으로, 35m 높이의 모두 16개의 거대한 기둥에 성경, 그루지야 왕, 성인 및 그루지야 문화에 많은 공헌을 한 역사적 인물의 장면을 기록해놓은 인공 구조물이다.


조지아 연대기



조지아 연대기를 둘러보고 트빌리시의 랜드마크처럼 서 있는 성삼위일체 대성당으로 향했다. 1,000년 넘게 조지아 정교회의 중심은 므츠헤타에 있는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이었다. 조지아가 소련연방에 속해 있던 1989년 조지아 정교회를 대표하는 새로운 성당을 세우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국제적인 설계공모를 거쳐 1995년 11월 트빌리시에 성 삼위일체 성당 건축이 시작되었고, 2004년 11월 23일 성 조지(George)의 날 축성되었다. 이때부터 조지아 정교회의 총 대주교좌가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에서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으로 넘어오게 되었다. 성 삼위일체에 해당하는 조지아어가 츠민다 사메바(Tsminda Sameba)여서 츠민다 사메바 대성당으로도 불린다. 

성삼위일체 대성당


성삼위일체 대성당 내부


성삼위일체 대성당 내부



성삼위 일체 대성당을 둘러보고 쿠라강의 절벽 위에 세워진 메테키 교회와 교회 앞 마당에 말을 타고 도시를 내려다보는 ‘박탕 고르가살리 왕’의 청동 기마상을 지나 메테키 다리를 건너 케이블카 타는 장소로 이동하였다. 오후 4시쯤 케이블카를 타고 조지아 어머니상이 있는 나리칼라 요새 언덕으로 올라가서 쿠라강이 도시를 가로질러 흐르는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전망하였다.


트빌리스 전경


쿠라강의 양쪽 도시를 연결하는 부드러운 곡선 모양의 유리지붕이 아름다운 평화의 다리와 강 건너 우뚝 솟아 있는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 눈에 띄었고, 유네스코 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의 붉은 지붕들이 아름다워 보였다.

트빌리시 시내 전경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서 구시가지로 도보 투어를 하면서 저녁 식사를 할 식당으로 이동을 하였다. 구 시가지의 입구에는 조지아 와인 잔을 들고 건배를 제안하는 청동상이 우리 일행들을 반겨주었다. 

건배를 제안하는 청동상

토요일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구시가지 골목은 현지인들과 관광객들이 뒤 엉켜서 매우 복잡하였다. 구 시가지를 지나면서 한군데 더 교회에 들렀다. 시오니 대성당이라고도 하고 시오니 교회로도 불리며 ‘성 니노’의 십자가를 보관하고 있어서 유명한 곳이다.

때마침 토요일 저녁 예배를 드리고 있어서 조지아 정교회의 예배드리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있었고 교회 한쪽에는 성 니노의 십자가가 있어서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었다.


시오니 대성당 내부


지하 바자르, 음식점, 기념품 가게들이 줄지어 있었고, 한참을 걸어 가다 보니 자유 광장이 나왔다. 높이 35m의 자유기념탑 상부에는 용을 물리치고 있는 성 게오르게의 동상이 황금빛 찬란한 모습으로 우뚝 서 있었다.

자유 광장을 지나 조지아 트빌리시의 시내 투어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린 저녁 6시 20분 경 ‘Old City Wall’이라는 이름의 벽돌 아치 입구를 들어가면 지하 볼트 구조의 고대 성곽 지하로 보이는 식당에서 약 1시간 가량의 저녁 식사를 마치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호텔로 향하면서, 코카서스 3국에서의 여행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였다.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정리해 보면,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수도로, 남캅카스 지역의 중심 도시이다. 도시는 크라 강과 아라그비 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하며, 면적은 약 726km², 인구는 약 134만 명이다. 트빌리시는 기원전 4세기에 사카르트벨로 왕 바흐탄그 1세 고르가살리에 의해 세워졌다. 중세 시대에는 조지아 왕국의 수도로 번성했으며, 19세기에는 러시아 제국의 지배를 받았다. 1991년 조지아가 독립한 이후, 트빌리시는 조지아의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트빌리시는 역사와 문화가 풍부한 도시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구시가지와 메테키 요새, 트빌리시 성 삼위일체 대성당 등이 유명하고, 조지아의 전통 음식과 음악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며, 온천이 있다고 했지만 패키지여행의 제한된 시간 때문에 온천이 있는 곳은 둘러보지 못했고, 중앙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생긴 지하철 역시 직접 타 보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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