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슬픔을 사는 사람들
경제학 이론 속 사람인 이콘(Econ, homo economicus)은 이득에 따라 결정한다. 반면, 사람은 기쁨(효용)으로 결정한다. 10만 원(재화의 한 종류)을 가지고 있을 때보다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가지는 것 혹은 보는 것이 더 즐거울 때 구매한다. 일반화하면, 재화의 교환은 더 큰 즐거움을 얻는 행동이다. 인간은 이콘이 아니기에 감정에 따라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인 결정을 자주 한다. 하지만, 가난은 사람을 이콘으로 만든다.
소비로 슬픔을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 재화의 교환은 더 큰 즐거움을 위한 행동이 아니다.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소비(재화의 교환)가 슬픔 또는 걱정으로 이어진다. 매달 100만원을 버는 4인 가족의 외벌이 부모를 떠올려보자. 가족들이 따듯한 한 끼를 먹기 위해 사용해야 할 돈은 3만원이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3만원이란 돈(-)을 지출하여 4명의 따듯함+배부름+생존(+)이란 기쁨을 얻는다. 하지만, 외벌이 부모 입장에서는 다르다. 가진 것이 적은 상황에서 3만원의 지출은 생계에 대한 걱정을 만든다.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남은 돈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이제 따듯함 + 배부름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와 같이 기쁨과 동시에 부정적인 감정(-)이 생긴다. 앞서 말했듯이, 감정의 크기 변화는 이익보다 손실에서 더 크다. 즉 기쁨을 위해 소비를 했지만, 슬픈 것이다. 행동경제학에 따르면, 사람은 재산이 늘어날 때보다 잃을 때 더 불편함을 느낀다. 100만원이 있는 상태에서 10만원을 추가로 벌어 110만원이 될 때와 10만원을 잃어 90만원이 될 때 느끼는 감정의 크기가 다르다. 손실에서 느끼는 감정이 이익에서 느끼는 감정보다 2배 더 크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변화의 폭은 현재 상황(준거점)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 가난한 사람들의 준거점(현실 또는 기준점)은 변화의 폭이 심한 곳에 위치(푸른색 점)하고 있다.
그림 1. 전망 이론의 가치 함수 (출처 : 전망 이론 (프로스펙트 이론)으로 보는 투자 심리의 본질)
또 하나, "소유 효과"가 없다. 간혹, 파는 것이 더 이득인 상황이 분명한데도 팔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학에서 가정하는 합리적인 사람 '이콘'이라면 소비한 돈보다 되팔아서 얻을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파는 것이 당연하다. 전통적인 관점 수요와 공급으로 생각해도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가격이 2배 3배가 뛰어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행동은 전통적인 경제이론으로는 설명이 안된다. 행동경제학은 이 현상을 가지고 있는 것(소유)이 다른 것과 교환하는 것보다 더 기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느끼는 기쁨보다 팔았을 때(잃었을 때) 느끼는 손실감이 더 크기 (혹은 교환할 물건을 가질 때 생기는 이익이 더 작기) 때문에 거래를 거부한다. 이런 현상을 '소유 효과'이라 한다.
내가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10만원에 샀고, 지인이 자신에게 20만원에 팔라고 제안을 한 상황이다. 아이유의 열렬한 팬인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이 아이유인 나는 어떤 결정을 할까? 열렬한 팬인 나는 절대 팔지 않거나, 최소 50만원이면 팔려고 할 것이다. 반면, 후자의 나는 팔 것이다. 나의 상태에 따라 결정이 달라지는 것이다(실제로 나는 아이유 팬이라서 안 팔고 보러 갈 것이다. 단, 100만원이면 고려해보겠다.). 열렬한 팬인 나에게 아이유 콘서트 티켓은 20만원보다 더 기쁨을 주는 반면, 또 다른 나는 20만원에 더 기쁘다. 단, 소유 효과은 내가 '사용할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물건에서만 발생한다. 즉,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교환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 적당한 가격에 되판다.
이렇듯, 보통 사람들은 기쁨의 크기로 선택을 한다. 하지만, 크기의 변화는 위치마다 다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들은 변화의 폭이 큰 곳에서 살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소유 효과를 일으킬 만큼의 기쁨을 얻을 수 없다. 위치가 그들을 "이콘"으로 만든다. 만약 그들이 10만원의 아이유 콘서트 티켓을 가지고 있더라도, 11만원을 제시하는 누군가에 팔 확률이 아주 높다. 다만, 합리적인 선택이 그들을 부자로 만들어준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소유"에서 오는 기쁨을 즐기지 못할 만큼 살아가기 힘들다는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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