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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 K jin Jan 05. 2023

유방암 환자의 정기검진 후기

대체 어떤 검사를 받는지 들어보실 분?

이 정도 경력이면 검진받는 정도는 식은 죽 먹기가 되어야 하거늘 늘 떨리는 걸 보면 예전이나 지금이나 쫄보인 건 매한가지다. 암 덩어리를 떼어내고 항암과 방사선 치료까지 받아놓고도 이렇게나 많은 검사를 해야 한다고? 싶겠지만 그것이 암이다.



1년에 2번, 앞으로의 삶을 무탈하게 지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걸린 중요한.



이러니 검사를 앞두고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것은 물론이고 검사가 끝나고 결과를 기다리는 사이 항암치료할 때 후유증 중 하나였던 의미 없는 헛구역질을 반복하게 된다. 괜찮겠지~ 싶은 행복회로와 설마? 싶은 불행회로가 1분 단위로 왔다 갔다 한달까. 암 타입, 나이, 기수마다 검진 항목이 제각각 다르겠지만 내가 겪은 걸 써보겠다.



1. 맘모그래피


드라마 질투의 화신 속 남주 이화신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유방을 위아래로 찍어 누르던 기계에 매달리며 소리치던 장면을 찾아보면 이해가 쉽다. 말 그대로 수술하지 않은 쪽 가슴을 위아래로 꾹 누르는 검사다. 말이 꾹이지 꽉!이나 다름없다. 유일한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검사지만 잠깐 참으면 끝나 있으니 그나마 뒤에 따라오는 검사보다는 낫다. 참고로 방향을 바꿔 두 번 촬영한다. 한 번이 아니라는 점.


2. 유방 초음파


맘모그래피 검사 결과를 먼저 확인한 후 검사를 진행한다며 초음파실에 먼저 들어가 있으라고 한다. 그럼 캄캄한 초음파실에 혼자 벌러덩 누워 있게 되는데 이런 생각이 절로 밀려온다. 맘모 결과가 좋아야 되는데! 그렇지만 결과를 물어볼 새도 없이 담당의가 들어와 초음파 검사를 시작한다. 검사들 중 뭐가 가장 최악인가요? 물어본다면 개인적으로 초음파라고 말하고 싶다. 검사가 아픈 건 아닌데 심리적인 압박감이 상상초월이다. 유방암을 발견했던 것도 임파선 전이를 확인했던 것도 초음파 검사다. 말 그대로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조직검사를 할 수도 있다는 거다. 이 글을 적으면서도 떨리는 걸 보니 초음파 검사는 나에게 숨 막히는 존재다.

초음파 기계를 이리저리 움직이다 어느 부위에 멈춰서 컴퓨터로 딸깍, 딸깍, 사진 찍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과 함께 내 인생 또 조졌구나, 싶어 눈물이 흐르려고 한다. 어느 때는 초음파 기계로 쇄골과 목까지 검사할 때가 있는데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자. (나는 불가능했지만).


3. 복부 초음파


이 검사를 받기 위해선 아침에 일어나 병원에 오기까지 밥도 물도 섭취해선 안 된다. 먹을 수 있다고 해도 입맛이 뚝 떨어져 안 먹었겠지만.

이 검사는 또 다른 면으로 긴장감이 느껴지는데 아까는 유방에 초음파 기계를 댔다면 이번엔 배에다 대는 거다. 뱃살이고 뭐고 창피함을 생각할 겨를도 없다.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뱉으며 배를 빵빵하게 한 후 호흡을 멈춰야 하는데. 초음파 검사가 다 그러하듯 여기서도 딸깍, 딸각 소리가 나는데 사람 미치게 한다. 마지막엔 몸을 한쪽으로 누워서 갈비뼈 있는 쪽도 검사한다. 생각할수록 초음파 검사가 제일 살 떨린다.


4. 채혈, 엑스레이


초음파가 끝나면 채혈실에 가서 피를 뽑는다. 오른쪽 유방암 수술을 했기에 평생 오른쪽 팔은 채혈을 할 수 없게 되어 왼쪽 팔로 해야 한다. 문제는 항암을 오른쪽 팔에 맞다가 혈관이 잘 안 잡혀 막판에 왼쪽팔에 맞았다는 건데 그쪽 혈관도 형편없는 건 마찬가지라 채혈실 선생님의 실력 하나만 바라고 입장한다. 고수분들 답게 바로바로 뽑아주실 때도 있고 컨디션 안 좋으면 손목 근처에서 뽑을 때도 있는데 뭐 어쩌나 싶다. 채혈할 때마다 잼잼 죽어라 하면서 제발 한 번에 뽑게 해 주세요~ 바라다보면 끝나 있다.


엑스레이실 근처는 가장 붐비는 곳 중 하나인데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찰캌! 하고 나오면 되는 거라 가장 빠른 회전율을 보는 곳이기도 하다. 초반 검진 때는 엑스레이가 아니라 폐 CT를 찍었었는데 단계가 완화되어 어찌나 다행인지.

참고로 폐 CT는 만세 자세로 CT 기계 안에 들어가 숨을 들이쉬세요, 하면 들이쉬고 참으세요, 하면 참고 내쉬세요, 하면 내쉬는 걸 반복하면 되는데 답답한 것은 물론이고 검사가 주는 압박감에 또 잔걱정이 늘어나곤 했다.


5. 유방 MRI


아, 이것도 힘든 검사다. 초음파 검사가 심리적으로 힘들다면 이건 귀가 힘들다. 조영제를 맞아야 하니 손등에 주삿바늘을 찌른 채 입장하는 게 1차로 힘들고(어째됐든 주사를 또 맞아야 하니까) 검사실에 들어가 천장을 보고 눕는 게 아니라 엎드려 있어야 하는 게 2차로 힘들다. 이 와중에 중간에 조영제가 투여되니 팔은 만세를 하고 있어야 한다. 슈퍼맨 자세를 한 상태로 대략 20분 정도 가만히 있는 게 미션이다.


단순하게 통 안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다. 검사 내내 "따따따따따따따따따" 하는 생전 처음 듣는 기계 소리를 끊임없이 들어야 한다. 소리가 큰 탓에 귀마개를 주는데도 큰 효과는 없다. 그 큰 소리를 들으며 내 인생 왜 이렇게 됐을까, 생각하다 보면 약 들어갑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조영제가 투여되는 느낌이 든다. 그럼 엎드려 있는 탓인지 울렁거리면서 토하고 싶은 느낌이 확 끼친다. 오른손에 혹시 검사 중 버티기 힘들면 누르라는 버튼을 쥐어주는데 이걸 누르면 앞에서 버틴 10분을 날려버리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인내의 한국인은 꾹 참는다. 그럼 끝나 있다.


6. 전신 뼈검사


특이한 검사 중 하나다. 다른 검사의 준비물이 공복이라면 이 검사는 물을 마셔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검사실에 가서 방사성 주사를 손등에 먼저 맞고 3시간 후에 물을 최소 1L 이상 마시고 오라는 안내를 듣는다. 그럼 그 사이 편의점에 가 500ml 생수 2통을 억지로 때려 넣으면 된다. 검사까지 여유 시간이 있으니 물을 마시며 그제야 조금 밥을 챙겨 먹고 밖에 나가 공기를 쐰다. 사람 심리가 참 이상한 게 물 마시지 말라고 하면 목마르고 물을 마시고 오라고 하니 금방 물배가 차 힘이 든다. 그래도 한 번에 완벽하게 끝내는 게 좋으니 보통 1L를 마시고 병원 근처 공차에 가 평소 좋아하는 메뉴를 사 마신다. 이 와중에 물보다 그게 더 맛있으니 심란한 와중에도 맛은 아는구나 싶다.


검사는 20분 정도 진행된다. 이번엔 팔을 옆에 딱 붙이고 천장을 보며 눕는다. 손가락도 쫙 편 채로. 그 상태로 있으면 몸을 고정시켜주시는데 그때부터 가만히 있으면 된다. 내 눈앞으로 기계가 왔다가 발끝으로 가도 어느새 옆구리에 기계가 바짝 다가왔다가 돌아가도 움직이지 않으면 끝난다.


이 검사는 기계 소리가 요란하지 않다. 조용해도 잡생각이 많이 든다. 자의가 아닌 타의로 움직이지 못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검사라서 심리적 요인이 따라 그런 거겠지만 별생각이 다 든다. 보통 전신뼈검사가 마지막 검사 코스이니 언제 또 버스 타고 집까지 가나, 싶은 생각도 든다.



- 모든 검사는 이리저리 검사실을 시간 맞춰 이동해야 되는데 육체적으로 힘들다기보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번 검진도 통과해야 되는데' 하는 간절함과 '혹시나' 싶은 안 좋은 생각이 반복적으로 왔다 갔다 해 사람을 미치게 한다. 그럼에도 이런 과정을 겪고 겪고 또 겪어서 5년 차 검진을 무사 통과했다는 게 기적 같다.



삼중음성 유방암이라고 했을 때 수술 후 병실에서 다른 보호자가 했던 충격적인 말도 기억나고. 아무튼 삼중음성은 인식이 독하고 또 독하다고 박혀 있어 딴에는 걱정되는 마음에 그런 거겠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나 같은 사람도 살아남았다는 걸 알려주기 위함이다.



5년 전, 내가 간절하게 나같은 사람이 잘살고 있다는 글을 찾아 헤맸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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