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연애를 '못'하는가/'안' 하는 가. 개인적인 핑계와 사유
최근에 단편영화 한 편을 만들었고, 현장에 온 팀원들 중 나를 제외한 3명이 연애를 하고 있었다. 연애를 가지고 놀림받을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놀림받는 과정에서 왜 필자는 연애를 안(못) 했는가를 논의해 보고자 한다.
왜 안(못) 했는가에 대한 의문과 논제를 재기하기 앞서, 필자의 소개부터 하고 시작하고 싶다. 이 인간이 왜 연애를 안(못) 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변명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
필자는 특성화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직을 했다. 대학은 선택지에 두고 있지도 않았고, 돈이나 벌고 싶다는 생각으로 특성화고에 진학했고 입학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고등학생 때는 글짓기 공모전과 취직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었으니 둘째 치고, 연애를 무조건 해야 한다는 선입견이 대대적으로 있는 20대 시절은 대체 어떻게 보냈을까.
필자가 처음 취직한 곳은 집과는 멀리 떨어진 산골이었고, 필자는 사람을 만날 의지 자체가 없었다. 스무 살 당시 필자의 목표는 '돈을 아껴서 집 산다.'라는 목표만 존재했으며, 연애는 '돈 많은 사람들이 하는 거지.'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봤을 때 비슷한 월급을 받는 사람들도 잘만 연애를 했는데 왜 그런 식으로 생각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연애를 하면 돈을 많이 쓴다.'='연애를 안 하면 돈이 모인다.'라는 공식이 정립되었다.
근데 필자가 간과한 점이 있다면 필자는 연애를 제외하더라도 돈을 모을 사람이었다. 적금 최고주의자에 취미는 넷플릭스, 사이버대학 학비와 교재비 정도가 내 지출의 전부였다. 즉 연애와 별개로 나는 어찌 되었던 돈을 모았을 사람이라는 것이다. 물론 목표금액 달성에 한 달 정도의 차질은 있을 수 있었겠지만.
이렇게 살며 어머니와 누워 티브이를 보고 있던 날, 어머니가 필자에게 '너는 연애 안 하니?' 물으셨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너는 왜 연애를 안 하니?'로 질문은 발전됐다. 그때 '연애는 나 혼자 해요?'라고 말했으나 위 대답과 어울리는 답변을 찾아내지는 못했다. 적절한 대답은 육하원칙에 맞게 '-한 사정이 있기 때문에 연애를 하기 힘들다.'라는 이유를 대면 어머니가 '니는 연애 안 하냐'라는 질답을 5년 넘게 주고받을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왜 연애를 안(못) 하고 있는 것일까. 연애와 이상형, 취향, 조건 그리고 필자의 조건 모두를 떠나서 필자가 연애에 가지는 가치관을 이 자리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정말 친한 친구도 1년에 한 번 만날까 말까인데, 그 친구를 매일 만나야 한다고 생각을 해보면 지극히 내향형이고, 혼자 있을 때 에너지를 충전하고 직장을 가야 하는 사람에게는 상당히 힘들어진다.
정말 친한 친구도 잘 안 보는데, 내가 지금 연인이라고 했을 때 '사회 통념상 규정하는 만남을 꾸준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실히 답변할 수 없었다. 필자는 필자가가 혼자 에너지를 채우고 글을 쓰고, 집에서 대청소도 하면서 충전하는 시간이 필요한 사람이다. 주변에 그런 핑계를 댔더니 '그것을 이겨내고 만나고 싶은 게 사랑'이라고 언급해 줬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건 무엇일까. 사랑해서 결혼한 필자의 부모님들께 여쭤봤다. 엄마에게는 '아빠 사랑해?' 아빠에게는 '엄마 사랑해?'라는 질문을 했고, 별거를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는 부모님의 답변이 돌아왔다. 경상도 여자와 전라도 남자니 그려려니 했다.
연애를 하고 있는 후배에게 물어봤다. 위에 말했던 내가 연애를 잘하지 않는 이유를 그대로 가져다 대면서 '그것을 이겨내는 게 진정한 사랑'이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연애를 하고 있는 동기에게 물어봤는데, 나를 한심한 표정으로 쳐다봤다.
물론 이 네 사람에게 정답을 요구한 건 아니다. 필자가 요구한 정답을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도 사실 잘 안 했다. 유가치한 가치들(시간, 돈)을 쏟아부으면서 재산으로 바꿀 수 없는 무가치한(사랑) 것을 등가교환 한다는 것이 납득이 어렵다는 데 있다.
통상적으로 내 주변의 연애를 한다는 사람들의 연애로만 지출하는 비용을 평균치를 내 봤다.(학생 기준) 통상적으로 한 달 당 추가적으로 10-20만 원 정도 소비하는데, 그러면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하는 게 낫지 않나?'라는 질문이 목 끝까지 왔다가 얼마 남지 않은 친구도 잃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하기로 했다.
이 글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 이것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이 글만 봐도 왜 연애를 못했는지 알겠다.' 싶긴 할 텐데, 필자는 조금 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어머니가 설날에 '니는 대학도 갔는데 왜 연애를 안 하냐.'라는 질문에 확실하게 답할 수 있을 정도의 글을 써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