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집
결혼과 동시에 새로운 가족이 생겼다.
나의 로망과 전혀 반대인 가족
주말마다 의무적으로 상봉을 하며
나의 삶이 화려해 초라한 너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아
버릴까 말까?
헤어질까 말까?
도망갈까 말까?
망설이기를 여러 번...
어느 날의 예고 없는 풍파에
가슴을 도려낸듯한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삶의 끈을 놓고 싶을 때
날마다 나를 불러 예쁘게 단장하여 달라고 내 귀에 속삭이며
엉클어진 모습으로 나를 움직이게 하여 주었던 지혜로운 가족
30년을 함께 한 가족인데,
무심히 잊고 지낸 10년
'너 또한 , 오롯이 혼자가 되어 텅 비고 스산한 모습으로 오랫동안 버티었구나!'
가족 이었었다고, 생명을 키우라며 명령을 하는 잔소리에
대답 대신 망설임 없이, 가장이 되어 쓸고 닦고 심고 자르며 스산함을 걷어내면서
따뜻한 햇살이 비추어 주도록 가려운 곳을 긁어준다.
지금은
내 손길에 응답하듯 조금씩 감춰진 햇살을 꺼내어
따뜻함을 안고 있는 손님을 보내준다.
봄이 되면 꿈을 불어넣어 주고
여름 되니 친구를 만들어주고
가을에는 열매를 맺어 풍요로움으로 덤을 안겨준다.
오늘도 울타리를 함께 산책하며 겨울을 준비하여 따뜻함을 전하라고
잔잔하게 속삭이는 나의 집 나의 가족을 외면할 수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있는 별이다. 낮에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별이 없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