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_전북 익산, 충남 논산
2025년 4월 8일, 화요일
엄마가 나고 자란 전북 익산, 충남 논산에 다녀왔다.
기억도 나지 않는 세 살에 가보고는 27년 만에 엄마 고향에 갔다.
스물두 살에 고향을 떠난 엄마는 마흔두 살에 나를 데리고 고향에 갔다가,
일흔이 되어서야 다시 고향을 찾았다.
약 50년의 세월이 지난 마을은 예전의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워
할머니, 할아버지의 산소를 방문하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를 뵙기 5분 전, 엄마는 차에서 내려 숨을 골랐다.
27년 만에 찾아온 부모님의 산소,
벅차오르기도, 죄송하기도 한 복잡 미묘한 감정을 일흔 넘은 엄마는 등을 돌려 고르고 있었다.
그런 엄마를 보는 나는 '엄마가 너무 많이 울면 어쩌지'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회를 다니는 나는 산소 앞에 서 짧은 묵념과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고,
종교를 가지지 않은 엄마는 당신의 조부모님, 부모님의 산소에 절하고 술을 한 잔씩 드렸다.
어릴 때부터 제사를 지내지 않았기에 엄마의 절하는 모습은 참 어색하게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할머니 묘 앞에 엎드린 엄마가 '흐느끼진 않을까, 그러다 일어나 휘청이진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엄마는 눈물 한 방울 없이 금세 일어났고
술을 한잔 드리며 한 번도 꿈에 나오지 않은 당신의 엄마께 "엄마, 오늘 내 꿈에 꼭 나와줘"라는 짧은 부탁을 남겼다.
엄마의 약식 제사가 끝난 후 엄마가 많이 울까 걱정했던 내 마음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엄마는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너무 잘 정돈되어 있어서 '우리 엄마 아빠 잘 지내시네'라는 생각에 슬픔보다는 안도와 감사가 느껴져서 눈물이 안 났어"라고 말했다.
그 후 27년간 연락하지 않았던 묘를 관리하는 당신의 오빠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오빠, 아빠, 엄마 산소를 예쁘게 잘 관리해 줘서 너무 고마워, 덕분에 우리 엄마, 아빠가 잘 지내고 계신 것 같아서 마음이 푹 놓이네, 고마워 오빠."
슬픔이 가득할까 걱정했던 짧은 귀향은 안도와 감사로 끝이 났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다른 여행지를 가는 것보다 오늘의 짧은 귀향이 더 행복했다고 말했고,
당신의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의 귀향을 자랑했다.
우리 집(부산)에서 엄마 집(마산)까지 50분,
엄마 집(마산)에서 엄마 고향(익산)까지 2시간 40분,
도합 3시간 30분, 왕복 7시간.
하루에 다녀오기 쉽지 않은 거리와 시간이었지만,
엄마의 아들로 살았던 30년 중 가장 보람찬 7시간이 되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엄마를 위한 작은 봉사가 엄마뿐만 아니라 내 마음도 안도하게 만든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