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영어를 처음 배울 때 인사 다음으로 취미를 묻는 문장이 꼭 나옵니다.
'What is your hobby?'
독서 reading, 달리기 running, 등산 climbing mountain, 요리 cooking, 영화감상 watching movies, 테니스 playing tennis 등등
배운 단어를 활용하기 위한 학습 전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취미 한 두 개 있는 게 멋지다, 혹은 정신 건강을 위해 필수다 싶지만 당시만 해도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여겼으니까요.
이력서에 쓰는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새 직장이나 새로운 모임에 들어갔을 때 '취미가 뭐예요' 라는 질문을 받으면 뭐라고 답할지를 생각해 봅니다.
"... 명상 동호회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첫 시간에 자기소개를 해야 하더군요. '취미는 뭐예요?'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습니다...
'독서가 취미라고 하면 너무 고리타분해 보이지 않을까? 다들 나를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방금 한 말, 진짜 당신 생각인가요?>> 김범준 지음, 시그마 북스)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제 경우는 '요즘 무슨 책 읽어요?'라고 묻더군요. 순간 마음이 복잡해졌습니다. 책 제목을 말하긴 했는데 상대방이 모르는 책입니다. 대략적으로라도 어떤 내용인지 말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도 이제 막 읽기 시작한 책이라 내용도 잘 모르겠고 뭐라고 답해야 하는지도 몰라서 당황스러웠습니다.
그 경험이 있은 후 다음부터는 책 이름과 함께 카테고리를 함께 말하자 싶었습니다.
또 독서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 있게 자기 계발서를 읽는다고 했죠. 하지만 또 벽이 나타났습니다. 이 분야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비판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습니다. 반론을 하고 싶었지만 속으로 '어버버...' 하다 끝났습니다.
책을 읽는 나는 말을 잘 못하고 안 읽는 상대가 말을 더 유창하게 하더군요.
다행히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읽기와 글쓰기를 계속하다 보니 나름 내성이 생겼습니다. 카테고리와 책이름, 간략한 내용이나 저자에 대해 짧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자기 계발서도 계속 그것만 읽는 게 아니라 힘들 때 달달한 간식을 먹어주는 것처럼 동기부여가 필요할 때 가끔 읽는다고 가볍게 답합니다.
누구나 책을 읽고 싶어 합니다. 아니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람들 중 실제로 책을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성인 독서인구가 43%라고 하죠. 10명 중 4명이 책을 읽습니다. 그러니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습니다.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당당하게 독서라고 답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