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끈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품

허리끈


우재(愚齋) 박종익


위아래로 길게 하얀 줄이 도드라진

추리닝을 입고 학교에 가요

외줄 허리끈을 힘껏 잡아당기면

아버지의 낡은 소가죽 허리띠보다 몇 걸음 더 팽팽해져요

허리가 헐렁하면 지각할지 모릅니다

친구들과 달리기해요

검은 고무줄로 허리를 꿴 친구들이 앞서가요

힘차게 달려나갈수록 허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흘러내려요

앞발과 뒷발 사이에서 몸통은 엇박자로 뒤뚱거리고

언제 넘어질지 모를 불안감이 등을 떠밀어요

무릎에 구멍 나는 것보다

허리가 헐렁한 것이 더 무섭고 살 떨려와요

언제 쓰러질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매일 달리기 전에 허리를 바짝 졸라매요

허리를 당겨 매는 만큼 달리는 발소리는 더 경쾌하거든요

바지와 나는 점점 한몸이 되어가요

집에 돌아갈 때는 달그락거리는 빈 도시락의 울음을 업고

나는 다시 달려야 해요

구멍은 어머니께서 작은 바늘로 메워 주실 거예요

장에 가신 아버지는 노란 생고무 줄을 사 오실지 몰라요

내일은 일등으로 달리고 싶어요

술을 드시는 건지, 저녁별이 멀어질 때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네요

허리끈이 팽팽하게 당기는 저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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