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끈
우재(愚齋) 박종익
위아래로 길게 하얀 줄이 도드라진
추리닝을 입고 학교에 가요
외줄 허리끈을 힘껏 잡아당기면
아버지의 낡은 소가죽 허리띠보다 몇 걸음 더 팽팽해져요
허리가 헐렁하면 지각할지 모릅니다
친구들과 달리기해요
검은 고무줄로 허리를 꿴 친구들이 앞서가요
힘차게 달려나갈수록 허리는 쥐도 새도 모르게 흘러내려요
앞발과 뒷발 사이에서 몸통은 엇박자로 뒤뚱거리고
언제 넘어질지 모를 불안감이 등을 떠밀어요
무릎에 구멍 나는 것보다
허리가 헐렁한 것이 더 무섭고 살 떨려와요
언제 쓰러질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래서 나는 매일 달리기 전에 허리를 바짝 졸라매요
허리를 당겨 매는 만큼 달리는 발소리는 더 경쾌하거든요
바지와 나는 점점 한몸이 되어가요
집에 돌아갈 때는 달그락거리는 빈 도시락의 울음을 업고
나는 다시 달려야 해요
구멍은 어머니께서 작은 바늘로 메워 주실 거예요
장에 가신 아버지는 노란 생고무 줄을 사 오실지 몰라요
내일은 일등으로 달리고 싶어요
술을 드시는 건지, 저녁별이 멀어질 때까지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네요
허리끈이 팽팽하게 당기는 저녁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