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구름 집
우재(愚齋) 박종익
차오르는 물살 끌어와 구름집을 샀어요
딱히 집이라고 하기에는 겨우 물살의 끝점
물거품으로 기둥 세우고 지붕을 올려 봅니다
지푸라기 한 줌 얼씬거리지 않는 자리에
파도가 쓸려간 구름집 한 채
모래집이 허물어지고 몽돌이 으스러질 때까지
물거품이 목숨값을 흥정합니다
저 오갈 데 없는 수많은 찔룩게들
물 주름은 어쩌라고요
가진 게 파도뿐인 바다는,
그저 아가미가 떡 벌어지는 세상입니다
보증금에는 이자가 붙지 않는다는데
엘니뇨가 드리우고 간 구름 지붕 아래서
월말이면 민들레꽃이 피었다가
다시 시들고 맙니다
질경이꽃도 꽃이라고, 꽃게가
가위 손을 흔들며 바닥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이제 막 품에서 보풀같이 풀려나온 주꾸미들
어느 바다 어느 하늘에서 꿈꿀 수 있을까요
파도는 흘러가는 것도 아니고
떠도는 것은 더더욱 아닌데
구름도 별자리도 얼씬거리지 않고
물거품만 보송보송 피어오르는 구름집을
남의 속 모르는 소라게가
자꾸만 기웃거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