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마중
우재(愚齋) 박종익
지구의 중심을 향해 바다를 오르내리는
그녀는 들숨 날숨이 없다
그러므로 전복 소라에게도
벅차오르는 숨, 조여오는 물살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다
처자식 먹여 살리겠다고
더 깊은 푸른 바닥의 선심을 얻어야 한다
바다가 아무리 등 떠밀어 올려도
그녀에게 중력은 목숨이어야 하고
최소한 밥이어야 한다
막 건져 온 전복 홍해삼 뿔소라 성게
산목숨 팔아 날 것을 얻는다
이따금 돌문어라도 걸리는 날엔 횡재수다
그녀의 나이만큼 낡은 망사리에
가득한 목숨값으로
어판장에서 또 내일을 사고판다
멀리서 골목에서
종일 엄마를 기다리다가
엄마를 부르며 한달음에 물마중 오는
철부지의 멍든 눈시울에
모진 바닷물이 철썩거린다
대문 깊숙이 들어서는 것도
또 하나의 물질이다
숙제를 안 해도 지아비가 술을 먹고 와도
숨을 꾹 참고 식구들 가슴 깊숙한 곳으로
물질해야 한다
조금만 더 숨 참으면 식탁에 웃음꽃 피어나고
저 깊은 바닥에서 세상 밖으로
튼실한 날 것을 끌어내며
뿜어내던 힘찬 숨비소리에
살맛이 주렁주렁 열릴 것이라고
밥상을 물려 놓고 먼 바닷바람 소리를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