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품

거미집


우재(愚齋) 박종익


바람이 우주의 기둥을 흔들어요

지붕은 벌써 날아가고 없습니다

사는 게 이런 건가요

아래로 내려갈수록 매달릴 데가 없습니다

별똥별이 쏟아지듯 내려가 봐도

외줄에 매달린 집은 사상누각입니다

눈물과 웃음의 좌표는 늘 바람에 나부끼고

생의 기울기는 숙성된 해와 달을 따라붙습니다

하얀 밧줄을 탄 바람이 우주를 가로질러

무중력의 끝점으로 추락하고 있어요

삶의 무게는 중력 가속도를 따라 위아래로 흔들리지만

두렵지 않으려고 악으로 깡으로

수직과 수직을 외줄로 하얗게 엮어 봅니다

태양이 사라진 암흑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으려고

밤새 이슬이 방울방울 생의 줄기를 적시고 있어요

젖은 몸 마르면 내일이면 어제보다 더 가벼워질까요

허공의 중심에다 온몸을 걸고,

죽을힘으로 나래짓을 해봅니다

중심이 흔들리며 삐걱거려요

바람이 나를 비켜 가고 있는 거지요

가진 거 하나 없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궁핍도

저녁이 내리면 달빛으로 흥건해지고

이슬에도 빛나는 환한 집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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