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이별법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품
by 바다시인 우재 박종익 Aug 26. 2023
도마뱀의 이별법
우재(愚齋) 박종익
꼬리를 내어주는 대신 몸통을 포기하기로 했다
갈비뼈를 반으로 나누어 셈을 치를 때
어느 쪽이 슬픔이고 기쁨인지 정답을 몰라서
이왕이면 큰 쪽을 떼어 주려다가
세 치 혓바닥까지 덤으로 넘겨주었다
몸통이 횡재수를 가졌다고 뛰어든
하얀 자작나무 숲길에
비스듬히 돌아누운 잎사귀 이름은
노란 도마뱀이 아니고
잘려나간 꼬리는 풀꽃이면 더더욱 안 된다
도마뱀을 쫓아간 쪽은 바람이지만
몸통에 네 다리 꺾어 주고 돌아선 꼬리가
바람 소리에 놀라 부러진 상처를 드러내도
누구도 귀띔해 주지 않는
저 어둠의 정체는 알 길이 없다
바람이 사정없이 내리치고 간 꼬리뼈 끝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무럭무럭 자란다
누구일까요
자작나무 잎사귀 사이에 숨어드는 그림자
가까우면 어느새 멀어지는 숲길은
수상한 반란이 금방 일어날 것만 같은데
감당할 수 없는 바람이 사방으로 흔들릴 때
꼬리가 잘려나간 방향으로
죽어라, 몸통을 불러봅니다
가지 끝에서 시간이 부러지고 꺾어집니다
추억의 꼬리표를 잘라내고
그 시간을 사각사각 후벼 파는 몸통
두 손 들어주기 위해 악착같이 피어나는 상처에
내 앞에서 핏발 서린 눈물 한 방울까지
그만 제 몸통을 자르고 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