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의 이별법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품

도마뱀의 이별법


우재(愚齋) 박종익


꼬리를 내어주는 대신 몸통을 포기하기로 했다

갈비뼈를 반으로 나누어 셈을 치를 때

어느 쪽이 슬픔이고 기쁨인지 정답을 몰라서

이왕이면 큰 쪽을 떼어 주려다가

세 치 혓바닥까지 덤으로 넘겨주었다

몸통이 횡재수를 가졌다고 뛰어든

하얀 자작나무 숲길에

비스듬히 돌아누운 잎사귀 이름은

노란 도마뱀이 아니고

잘려나간 꼬리는 풀꽃이면 더더욱 안 된다

도마뱀을 쫓아간 쪽은 바람이지만

몸통에 네 다리 꺾어 주고 돌아선 꼬리가

바람 소리에 놀라 부러진 상처를 드러내도

누구도 귀띔해 주지 않는

저 어둠의 정체는 알 길이 없다

바람이 사정없이 내리치고 간 꼬리뼈 끝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무럭무럭 자란다

누구일까요

자작나무 잎사귀 사이에 숨어드는 그림자

가까우면 어느새 멀어지는 숲길은

수상한 반란이 금방 일어날 것만 같은데

감당할 수 없는 바람이 사방으로 흔들릴 때

꼬리가 잘려나간 방향으로

죽어라, 몸통을 불러봅니다

가지 끝에서 시간이 부러지고 꺾어집니다

추억의 꼬리표를 잘라내고

그 시간을 사각사각 후벼 파는 몸통

두 손 들어주기 위해 악착같이 피어나는 상처에

내 앞에서 핏발 서린 눈물 한 방울까지

그만 제 몸통을 자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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