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ano Quartet The KEY, Christmas Edition
— Piano Quartet The KEY, Christmas Edition
2025년 12월 23일(화) 오후 7시30분,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피아노 콰르텟 The KEY – Christmas Edition》 공연이 열렸다. 피아니스트 박종훈의 초대로 객석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감동은 시작된 셈이다. 그의 피아노는 언제나 그렇듯 투명하고 선명했다. 음 하나하나가 또렷하게 깊은 울림으로 마음을 설득한다. 끊임없는 탐구와 열정으로 구축해 온 그의 음악 세계 속으로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간,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피아노 콰르텟 The KEY는 ‘순수한 피아노만의 울림으로 음악이 마음을 여는 하나의 열쇠(Key)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로 2023년 창단된 팀이다. 이날 무대에는 미시간 주립대 동문인 박종훈, 옥윤애, 조무현, 최고은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했다. 두 대의 피아노, 여덟 개의 손, 마흔 개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합주는 스케일뿐 아니라 밀도와 균형에서 인상적이었다.
첫 곡은 존 필립 수사의 〈The Stars and Stripes Forever〉(M. Wilberg 편곡). 흔히 행진곡의 대명사로 알려진 이 곡은 8 hands 편성에서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냈다. 경쾌한 리듬 속에서도 각 성부가 명확히 분리되어, 축제의 에너지와 질서가 동시에 살아났다. 40개의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화음은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질서의 감동이었다.
이어진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은 크리스마스의 정서를 가장 직접적으로 불러냈다.
〈March〉, 〈Sugar-Plum Fairy〉, 〈Dance of the Flutes〉에서는 옥윤애와 박종훈의 4 hands가 경쾌함과 섬세함을 절묘하게 교차시켰고, 〈Waltz of Flowers〉에서는 최고은과 조무현이 꽃잎이 회전하듯 풍성한 왈츠의 곡선을 그려냈다. 차이콥스키 특유의 선율미는 네 명의 손을 거치며 더욱 입체적으로 확장되었다.
세 번째 곡, M. Wilberg의 〈Fantasy on Themes from Bizet’s Carmen〉에서는 네 명이 다시 모여 피아노 앙상블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오페라 카르멘의 정열적인 주제들은 리듬과 화성의 대비 속에서 한 편의 드라마처럼 전개되었고, 각 연주자의 개성이 충돌하지 않고 조화로 수렴되는 지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인터미션 후 무대는 본격적인 크리스마스로 들어섰다.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중 Winter와 Spring은 탱고 특유의 긴장과 계절의 대비를 피아노만으로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겨울의 응축된 에너지는 단단했고, 봄은 리듬 속에서 생동했다.
마지막을 장식한 시벨리우스의 〈Finlandia〉는 이날 공연의 정서적 정점이었다. 본래 민족적·영웅적 성격이 강한 이 곡은 피아노 편곡을 통해 웅장함보다 숭고함으로 다가왔다. 특히 박종훈의 연주는 과장 없는 호흡으로 전체 구조를 단단히 지탱하며, 앙상블의 중심축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의 피아노는 앞서 나서기보다 전체를 빛나게 하는 리더십의 소리였다.
오늘의 앵콜곡은 외곡 캐롤송 Ding Dong Merrily on High, 한국어로 딩동 메리 울려라라는 곡으로
크리스마스의 기쁨을 종소리처럼 경쾌하게 전하는 전통 캐롤로 너무 위트있고 유쾌한 마무리였다.
이번 공연은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두 대의 피아노가 만들어낸 울림은 40개의 손가락이 ‘함께 연주한다’는 말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했고, 음악이 어떻게 마음을 여는 열쇠(Key)가 될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했다. 무엇보다 박종훈 피아니스트의 성실하고 투명한 음악은, 이 앙상블이 왜 신뢰받는지 분명히 보여주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음악으로 먼저 마음의 문을 연 저녁, 함께 동행해 주신 한국예총 예술시대작가회 지순이 사무국장님과의 따뜻한 시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Program]
J. P. Sousa (1854-1932)
The Stars and Stripes Forever (arr. M. Wilberg)
Piano 1 옥윤애, 최고은
Piano 2 조무현, 박종훈
P. I. Tchaikovsky (1840-1893)
Nutcracker Suite (arr. E. Langer)
No.2 March
No.3 Dance of Sugar-Plum Fairy
No.7 Dance of the Flutes
옥윤애, 박종훈
No.8 Waltz of Flowers
최고은, 조무현
M. Wilberg (b.1955)
Fantasy on Themes from Bizet’s Carmen
Piano 1 조무현, 옥윤애
Piano 2 박종훈, 최고은
Intermission
Christmas Carol Medley (arr. Bella and Lukas)
A. Piazzolla (1921-1992)
Four Seasons of Buenos Aires - Winter & Spring (arr. P. Petrof)
Winter - 옥윤애, 조무현
Spring - 최고은, 박종훈
J. Sibelius (1865-1957)
Finlandia, Op. 26 (arr. John W. Schaum)
Piano 1 박종훈, 옥윤애
Piano 2 최고은, 조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