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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로뎅

2022 <미래시학> 겨울호에 원고발표

잠자는 로뎅


우재(愚齋) 박종익


이 자리에 앉으면 세상은 아득해야 하고

끝까지 들통나지 않아야 작전이다

문이 열리고, 바스락거리는 잡음들

발걸음 소리가 폴카 리듬을 타고

한 방향으로 빠지다가 서로 엉키면서

불협화음으로 끝난다

거친 숨소리들이 잦아지면

오른쪽은 고요한데 왼쪽은 소란스럽다

누군지는 몰라도 묵상을 깨뜨려서는 안 된다

안내 방송이 눈 감고 잠겨있는 몸에

발길질을 시작한다

다음 역은 방빼동, 방빼동역입니다

4개 국어가 이단옆차기를 하며

전속력을 다해 귓속을 파고든다

내가 내려 할 역은 아직 한참 멀었는데

2호선이 보이지 않아야 하고, 강변역은

처음부터 없는 역이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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