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INFJ인 사람의 변명
한때 엄청난 인기 열풍이던 MBTI검사를 할때마다 나는 늘 INFJ였다. 16가지의 성격 유형 중에 가장 드물다고 하는 이 예언가형 성격은 나와 판박이다. 내향, 직관, 감정, 판단으로 구성된 이 성격의 특징 중 지금 불현듯 떠오른 특징은 바로 '사회적 카멜레온'이다. 나는 예전부터 만나는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상황인지에 따라 성격이 참 많이 달랐다. 누구나 이런 사회적 가면이 있겠지만, 내 경우 그 정도가 심한 편이었다. 가끔은 내 진짜 성격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다중인격에 대한 설명을 보며 혹시 내가 그런건 아닌가라는 착각마저 들기도 했다. 나의 이러한 사회적 가면은 나의 넘치다 못 해 과한 ‘배려심’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릴때부터 친구들 사이에서도 늘 언니 같다는 소리를 들었던 나는 또래보다 성숙한 성격이었다. 남을 챙겨주고 마음을 배려해주면 나는 정작 힘들어도 내 마음은 오히려 편했다. 이런 이타적인 성격이 그나마 교사 생활을 지속하게 했던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성격이 결국앤 나 자신을 돌보지 못 하고 갉아먹는 덫이 되어 내게 돌아왔다. 남은 배려하지만 나는 배려하지 못 하고 남에게는 관대하지만 나에게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댔던 것이다. 결국 그것이 씨앗이 되어 번아웃이 왔고 더 이상 남을 위해 살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든지 번아웃은 온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가면을 여러번 고쳐쓰다 지쳐서 생긴 번아웃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내가 가진 가면은 여전히 많다.
박물관에서는 착하고 능력있는 동료, 남편에게는 오랜 믿음직스러운 반려자, 아들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똑똑한 슈퍼우먼, 부모님에게는 소중한 막내 딸, 친구들에게는 똑부러지고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언니같은 친구, 또 어떤 누군가에겐 어떤 소중한 의미로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가끔 궁금하다. 나를 언제 어디선가 스쳐간 모든 이에게 나는 매번 어떤 가면을 쓰고 있었을까. 그 가면에 혹시라도 못난 얼굴이 보였다면 미안했다고 작은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