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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다kim Jul 19. 2023

세상은 참 좁아요

좁은데로 살아가야죠

여유로운 일요일 오후,

누워만 있었더니 머리가 아파왔다.

 또 어디론가 나갔다 와야 될 것 같아  키핑장으로 향하였다. 더운 장마철이지만 매일 물이 필요한 벌레잡이식물 때문이다.

키핑장 도착하자마자 핸드폰벨이 나의 시선을 끌었다. '은방언니'라고 적힌 폰을 보며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속옷가게를 하는 사촌언니지만 평소 연락하고 지내는 분이 아니기에 무슨 일인가 궁금반 걱정반이었다.

"내 희언니다. 잘 지내제?

다른 게 아니고 내가 어제 우리 우가 상견례를 했는데 장모 될 분이 너 친구라더라.

그래서 궁금해서 전화한 거다."



사촌언니는 나처럼 딸 둘을 놓고 늦게 늦둥이 아들을 낳았는데 벌써 서른네 살이 되었단다.

언제 키우냐고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장가를 간단다.

참 세월 빠르다란걸 새삼 또 느낀다. 그만큼 나는 또 얼마나 늙었을까? 속절없이 세월만 자꾸 흘러간다.

내가 살고 있는 경주는 작은 도시라 조금 얘기하다 보면 거의 다 아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항상 행동조심 말조심을

아이들에게도 당부하곤 한다

사촌언니랑 사돈이 될 친구는 초등학교 친구이며

공무원 생활을 오랫동안 하고 있는 친구이다.

코로나로 초등모임을 못한 탓에

 대학 들어갔다는 딸이 벌써 취업해서  시집갈 때가 된 걸 알고 놀랐다.


언니는 "너도 딸내미 치울 때 되었제? "

하길래 두어 달 있으면 청첩장을 보내야 하므로

아니라고 말할 수 없어서

 "우리도 가을에 날 잡았어~"라고 말했다.

"언니 축하한다~"라고 하니

언니도 축하한다고 인사를 전했다.

아들이 청약한 아파트가 내년에 입주라 내년에 하자고 신부 측에서 제의해서 내년에 우리 집 앞에 짓고 있는 아파트로 신혼산림을 차린단다.

같은 아파트를 살아도 같은 통로가 아니면 얼굴 보기 힘들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사촌도 살고 사촌언니 딸도 살지만 마주치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촌언니 아들은 우리 아파트 근처에 있는 농협에 근무한다. 하지만 내가 가도 이모인줄 알아보지 못하기에 나도 일에 열중하는 조카에게 방해가 될까 모른척하곤 하였다.

그 조카도 어릴 적에 보아서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세상은 참 좁은 것 같다.

그래도 좁으면 좁은 대로 또 어울려 살아가겠지.

때로는 힘듦과 함께 하며

때로는 기쁜 일로 행복해하고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둥글둥글 살아가겠지.

행복이란 두 글자를 갈구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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