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들의 이야기-1

막내고양이들의 이야기는 좀 길다.

by 쪼북

어떤 모정은


어떤 모정은 때로는 원치 않는 결과로 나오기도 한다. 꼬맹이에 비교하자면 월등하고도 거룩한 모정을 보여줬던 요미의 새끼들. 그러나 좁은 산실에서 2개월동안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제 동료들과 아웅다웅 살부대끼며 생활한 결론은 무한도르마무로 전염되는 허피스(호흡기증후군)과 귀진드기였다. 사무실로 데려온 네마리는 가히 꼬지르르했다. 콧물을 줄줄 흘리고 귓속은 시꺼먼 진드기로 버글버글한 상태였다. 내동댕이 방치 육아속에서도 번질번질한 털을 자랑하던 꼬맹이의 새끼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요미의 절절한 모성과 꼬맹이의 방임육아의 모습이 겹쳐보이며 결국 육아란 결과론적인 것인가 하는 밀도있는 성찰을 하기도 하였다.

귀진드기나 허피스는 그렇다치더라도 막둥이의 모습이 심상찮았는데 꼬맹이의 새끼중 막내인 꼬뇽이와 사이즈가 비슷하다는 점이다. 둘은 2개월정도의 차이가 난다. 꼬뇽이도 작고 약해서 걱정이였는데 이녀석은 더하다. 이름은 치치. 입양가기전까지 최대한 부르기 편한 이름을 지어줬다.


눈이 유난스레 큰 이유는 아마도 말라서 그렇다. 치치




집중묘육원 재오픈



언니들이 노는곳엔 다 따라가고 싶은 치치. 그러나 마르고 앙상한 다리가 마음을 따라주지못한다. 이리비틀 저리비틀 대며 모서리마다 머리를 쿵쿵 박는다. 사무실에서 육아를 하던 남편이 걱정스레 말한다.

"치치가 좀 이상한데 ...너가 와서 좀 봐줄수있어?"

직접 가보니 우당탕탕 놀다가도 밥만 부어주면 와르르 모여들어 와구와구 먹어대는 다른 새끼들과 달리 치치는 틈바구니에도 끼지않고 주변에서 겉돌고있었는데, 먹고싶은데 못끼는게 아니라 그냥 저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인지가 아예 없는듯보였다. 꼬뇽이마저도 마지막까지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며 절대 밀려나지않음으로써 더욱 대비되어보였다. 뭔가 잘못되어가고있는건 확실했다.

"얘 이유식 먹는 법을 모르는거 같은데?"


3-4개월령 되면 건사료도 시작할 나이다. 하지만 꼬뇽이가 있어서 말랑한 습식파우치에 무스형태의 캔을 비벼주어 급여한다. 대부분의 아기고양이들은 이정도 상태는 무난하게 섭취가 가능하다.

하지만.

"아니 아예 씹는법을 모르는거같아"

이것을 어떻게 먹는지 당췌 모르겠다는 치치의 까맣고 동그란 눈이 반짝이는게 불길하여 나는 그길로 치치를 집으로 데려왔다.



막내 꼬뇽이의 입양



그 사이 꼬뇽이의 입양이 진행되었다. 손도 안타고 약하고 작은 아이라, 입양을 갈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주변의 다리를 건너건너 입양의사가 있다는 분이 나타났다. 나와는 전혀 면식이 없는 사이라서 보내는걸 주저했다. 이전의 다섯마리를 보내면서 조금씩 서운한 감정이 꼬뇽이에게는 한가득 밀려왔다. 마지막이라서 그런걸까. 아니면 아픈손가락이라 그런걸까. 허피스로 한쪽눈이 유독 안좋은 꼬뇽이도 서열에서 밀려 식사시간마다 어쩔줄 몰라했고 그때마다 뒷덜미를 잡아 입천장에 먹이를 발라먹여야했는데 사납기가 이루말할수없어서 고생을 좀 했다. 그런 꼬뇽이가 입양이야기가 나오니 180도 달라졌다.

낮잠시간에는 남편의 가슴팍을 기어올라가 턱과 쇄골사이에 자리를 잡고 골골대며 잠을 자고 어디를 어떻게 만져도 하악질 한번 없이 몸을 내주었다. 갑자기 사람 몸에 스티커처럼 찰싹 붙어 떨어지질않으려고 했다. 꼬뇽이의 변화는 조금 서글프고 안쓰럽고 , 다행이었다.

"지도 가는걸 아나보네"

"이러면 보내기 싫어지는데"

"안보내면 우짤꺼여 다 끼고살꺼야?"

"여기서 사는것보단 집에서 사는게 낫지..."


꼬뇽이가 입양을 안간다면 갈곳은 쓰둥존뿐이다. 우리기준에선 엄마랑 같이 사는게 좋겠다며 합리화도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집고양이의 안락한 삶과는 비교할순없겠지.

꼬뇽이의 입양자는 "꼬뇽이가 손을 좀 안타는데요..."라는 말을 듣고서도 괜찮다는 의사를 보여주신분이었다.

그렇게 꼬맹이의 새끼중 가장 마지막인 막내 꼬뇽이까지 입양을 갔다. 아침이라는 이쁜 이름을 받아 잘 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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