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레터 Feb 22. 2023

잘나가는 드라마에만 있는 것. (더 글로리, 카지노)




드라마를 사랑하는 구독자 여러분, 이 짤을 한 번쯤 보신 적 있으시죠? 역대급 스토리로 쫄깃한 긴장감을 주던 내 최애 드라마가... 뒤로 갈수록 개연성 없는 전개와 허무한 엔딩으로 끝난 경험. 이러한 '용두사미 드라마'는 최근까지도 여전히 국내 시청자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키워드입니다.






아래 이미지는 작년 대박 흥행을 터뜨린 모 TV 드라마의 소셜미디어 반응을 긍정/부정/중립의 감정별로 나눈 건데요. 방영 초기에는 재미, 새로운, 기대감으로 가득했다가, 후반부에는 망하다, 아쉽다, 최악 등의 단어가 늘어난 것이 보이시죠. ㅠㅠ 특히 대작 드라마에서 이러한 경향이 종종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TV 드라마(=연속극)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쟁에서 이기기'입니다. 편성 시간과 채널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동시간대' 타 방송사 프로그램 사이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해야 하죠. 시청률은 광고 수익이 되고, 편성시간은 광고 단가와 직결되니까요. 동시간대 1등은 하나뿐입니다.


동시간대 경쟁, 그리고 시청자가 중간에 유입되기 어려운 TV 특성상 드라마 흥행을 위해서는 초반에 시청자를 잡아야 합니다. 그래서 드라마 초반에 예측불허의 강렬한 사건을 빵 터트리는 게 필승 전략이 되기도 했죠. (1화에서 꼭 누군가 죽어나가던 드라마들이 스쳐가네요.) 그러다 후반부로 갈수록 '떡밥 회수를 제대로 못했다.', '흐지부지 되었다.'며 비난받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 OTT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기존 TV 드라마들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더 글로리>, <카지노> 두 작품이 대표 사례인데요. 두 드라마 모두 초반부(시즌1)는 각 캐릭터 설명과 과거 서사를 통한 빌드업, 후반부(시즌2)는 갈등 폭발, 사건 중심의 몰아치기로 앞뒤 역할을 분배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초반 서사를 통해 각 인물과 충분히 친해진 시청자는 후반부에 펼쳐질 사건과 인물의 선택에 더 높은 개연성을 부여하며 깊게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드라마의 완성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겠죠.


이렇듯 '동시간대 경쟁'에서 자유로운 OTT 드라마는 새로운 시청 행태를 낳기도 하는데요.

<더 글로리>, <카지노> 각 사례를 좀 더 살펴보겠습니다!




Netflix <더 글로리>

: 떡밥은 시청자 참여를 부르고, 이것이 곧 마케팅이 된다.


프로그램 특성과 목적에 따라 공개 방식이 가변적인 것이 OTT의 특징이죠. <더 글로리>는 파트1, 2 분할 공개를 선택했습니다. 초반 빌드업이 끝나고 뭔가 시작될 것만 같은 딱 그 순간에 파트1이 끝났죠. 떡밥 회수가 전~혀 되지 않은 채로 끝났지만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공백 기간 동안 시청자들이 알아서 떡밥을 해석하고, 추리하니까요. OTT를 벗어나 다양한 플랫폼에서 여전히 다른 시청자들과 얘기하며 파트2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포스터 분석은 기본!)



하지만 시청자들의 자발적 '화력'을 공백기 내내 계속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죠. 이럴 때 필요한 땔감이 바로 공식 마케팅 콘텐츠들입니다. 유튜브 영상과 스틸컷 등이 새로운 떡밥의 역할을 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얘깃거리를 만들도록 부추기고 있습니다. 심지어 한 달 텀이 있었던 스틸컷과 티저 영상을 조합해 진짜 탐정이라도 된 듯 재밌는 추측을 쏟아내기도 하면서 말이죠. 이렇게 기다림의 시간이 불만과 이탈이 아닌, 기대와 시청자 영업의 시간이 되고 있습니다. 

(3/10 언제 오냐고 대학생들이 개강을 기다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래 <더 글로리> 오픈 후 타임라인을 살펴보면, 오픈 3주차에 접어들며 감소하던 소셜 언급량이 세 차례 확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빨간색 그래프) 

이 시기마다 파트1 재탕이 아닌, 파트2 관련 새로운 공식 떡밥이 올라왔고요, 적극적인 시청자들은 크리에이터가 되어 바로 해석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하기도 합니다. (회색 그래프)


이렇게 뚜렷한 상관관계를 보이니, 공식 떡밥이 좀 더 자주 공급되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밀당 쉽지않네요? ㅎㅎ







Disney+ <카지노>

: IP가 있어야 플랫폼도 있는 법. 유튜브 '몰아보기'로 봐도 OK.


드라마 <카지노>는 단순히 카지노 배경의 오락 범죄물이 아니라, 한 인물의 인생 전체를 따라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즌1의 (조금은 지루한) 과거 서사와 캐릭터 설명 덕분에 시청자들은 주인공 '차무식'을 완벽히 이해한 채 드라마 스토리에 더 깊이 몰입하게 되는 거죠. 카지노 오락물로 초반에 관심을 끌려면 손석구 배우가 1화에 등장했겠지만 5화에 등장하는 것만 봐도 완성도 있는 큰 그림이 느껴집니다. 


이러한 초반부의 서사 빌드업 구간이 지루하지 않게 소비되면서 지금의 화제성을 만들어낸 데는 유튜브 '몰아보기', '요약', '리뷰' 영상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리뷰 전문 유튜버들의 '요약본' 제작은 더 이상 개인 창작 영역이 아닌, 어느 정도 공식 마케팅의 영역이 되었습니다. 특히 <카지노>의 특이한 점은 '결말 포함' 영상도 유튜브에 다 공개되어 있다는 거예요. TV 드라마였다면 선택할 수 없는 길..!


<카지노>의 요약본은 단순히 홍보 수단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아예 본편 대신 시청자 니즈에 따라 골라볼 수 있어요. 해설과 함께 한 회씩 차분히 몰아보기, 빨리빨리 3회차씩 몰아보기, 아예 시즌1 전체 몰아보기 등등. 요즘은 요약본만 봐도 "나 그 작품 봤다"고 말하잖아요. 오히려 "꼭 본편을 다 봐야 봤다고 할 수 있나?" 싶기도 하죠. (본편도 빠른 배속 기능으로 보니까..)


'지무비' 채널 1-3화 몰아보기 클립 (40분)

'캡틴라미' 채널 결말포함 전 회차 몰아보기 클립 (2시간)




<카지노> 리뷰 채널 중 가장 누적 조회수가 높은 '지무비' 채널과 영상 공개일을 비교해 봤습니다. 대부분 본편과 같은 날 영상이 업로드되는 게 보이시죠?


"꼭 디즈니+에서만 보라고 하지 않겠다. 아무도 안 보느니 일단 유튜브에서라도 많이 보게 한 뒤, 본편으로 유입시키겠다."는 쿨한 결정이 돋보입니다.




활발한 리뷰 채널 활용 덕분에 <카지노>는 전 회차가 다 공개된 이후에도 입소문이 유지되었습니다. 


<카지노> 리뷰 영상이 얼마나 활발했냐면, ~1월 누적 조회수 약 5,900만 뷰(120개 영상)를 기록했는데, 이는 동일 기간 화제성을 압도했던 <더 글로리> 리뷰 영상 약 5,500만 뷰(50개 영상) 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카지노가 더글로리 때문에 묻혔다. 대진운이 없었다." 라고들 하던데, 이렇게 보면 꼭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더 글로리> 본다고 <카지노> 못 보는 거 아니니까요. TV가 아니니 '대진'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지도 모르죠.



<카지노>는 유튜브 리뷰 영상만 소비된 것이 아니라 디즈니+ MAU도 성장시켰습니다. 소문 듣고 시청자들이 슬슬 본편으로 찾아들기 시작하는 거죠. <카지노> 공개가 모두 완료된 1월 말, 디즈니+의 MAU는 런칭 이후 처음으로 2백만 명을 넘으며 급성장했습니다.


지난 :D레터에서도 요즘 사람들의 새로운 시청 방식으로 유튜브 몰아보기, 요약본 시청을 언급했었죠.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적응한 OTT 오리지널 콘텐츠가 메가 IP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작품의 높은 완성도 + 가변적인 공개 방식 + 시청자 참여 + 유튜브 요약본 등 OTT로 인해 더욱 가속화되는 여러 변화들에 시청자들은 즐거운 비명 중!


클릭!

작가의 이전글 <피지컬: 100>은 어떻게 글로벌 1위가 되었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