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중반과 후반, 남여성향으로 나누어
육아물이란 말 그대로 아이를 키우는 것이 주요 소재가 되는 작품들을 말한다. 육아물의 유행은 두갈래로 나누어 생각해봄직한데, 첫 번째는 본인이 어려져서 양육자들에게 사랑 받는 것이 소재였던 소설들이다. 2010년대 중반 <황제의 외동딸>(2014),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2015), <나는 이 집 아이>(2017)와 같은 웹소설들이 붐을 일으켰던 때이다. 이전까지 고등학생 이상의 남녀의 사랑 위주로 다루던 웹소설 시장에서 이전과 방향성과 질이 완전히 다른 애정을 다수로부터 독식하는 형태는 눈에 띌 수 밖에 없었고 이후로 악역영애물과 더불어 카카오페이지를 먹여 살리다 시피한 소재중 하나가 된다.
두번째 유행은 2010년대 말엽에 들어서는 본인이 어려지기 보다, 성인인 여자주인공이 어린 아이, 특히 남자아이를 키우는 쪽의 작품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악당의 엄마가 되어 버렸다>(2019), <남주를 주웠더니 남편이 생겨버렸다>(2020)등이 이에 해당하며, 거의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정도로, 여주는 미혼이었던 상태에서 아이를 가진 남자와 재혼, 혹은 가족이 아닌 양육자의 상태에서 아이를 케어한다는 설정을 공유한다. 이러한 형태의 육아물은 남성향 웹소설에서도 보통 나타나는데, 남성향의 경우 웬만해서는 생물학적으로 친자식, 특히 딸을 키운다는 설정인 경우가 많다. <내 딸은 드래곤!>(2017), <내딸은 최종보스>(2021)등이 이에 해당된다.
성인주인공이 아이를 키우는 형태의 육아물의 유행은 일본의 남성향 라이트노벨에서 먼저 나타난 적이 있는데 <전생했더니 검이었습니다>(2016), <마왕님 리트라이!>(2017)등이 해당되지만, 이것이 국내 웹소설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이러한 작품들은 국내의 웹소설과의 차이를 보이는데 첫 번째로 해당 작품들에서 아이는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으로 양육자에 대한 이성적 관심을 갖고 접근해 오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로 이러한 작품들은 남성향임에도 국내 남성향 웹소설에서 육아물의 유행과는 반대로 친자가 아닌 경우가 많으며 나아가 하렘을 형성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어찌보면 여성향의 육아물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육아물이 유행한 이유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귀여워서에 해당한다. 광고에서 눈길을 끄는 소재로 미인, 동물, 어린아이를 꼽는 것 처럼, 어린아이를 전면에 내세운 육아물도 그것이 초기 눈길을 잡아끄는 이유는 귀엽기 때문이다. 그러나 육아물에서 아기는 소모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다. 육아물의 주요 독자는 10대와 20대이다. 실제 자식을 키워 본 적 있는 독자들의 입장에서 어른스럽고 말 잘 듣는 영유아는 판타지에 가깝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에 회차가 지속될수록, 어린아이가 주요 소재라는 것은 외형을 제외하면 잊혀지는 경향이 있다.전혀 아이답지 않은 행동과 생각들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어린아이는 결국 소재로서 이용당했을 뿐이라는 평가 역시 피할 수 없다.
육아물은 구원서사의 성격도 갖는다. 주인공이 어린아이일 경우 가정에 태무심한 아버지나 상처 받은 어린 남자아이들을 어린아이 특유의 화사함과 전생의 기억을 가졌다는 설정을 통해 변화시킨다는 설정이 뒤따르고, 양육자가 주인공인 경우에도 편부모 가정이었던 가정에 자신이 들어가고 애정으로 돌봄으로 인해 다른 사람, 특히 아이를 구원했다는 것이 주가 된다. 이외의 유행 요소에 대해서는 세부적으로 나누어 살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여성향에서 육아물은 대체로 로맨스 판타지의 범주에 해당한다. 앞서 이혼물의 남녀 차이에서 말했듯, 여성향에서 주요한 것은 인물간의 관계이자 애정의 방향성이다. 주인공이 어린아이라는 설정은 어리고 귀여운데다, 성인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기에 똑부러져 눈에 띈다는 설정과 더해져 만인으로 부터 무한한 애정을 받도록 만든다. 에로스가 아닌 스토르게(부모애)에 가깝긴 하지만 사랑 받고 싶다는 욕망에 직접적으로 보일 뿐 아니라 개연성면에서 부족한 부분이많은 하렘/역하렘물과 달리 육아물에서 사랑받는 주인공은 보다 순수해 보일 뿐 아니라 사랑 받는 이유가 자연스러운 것 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점을 극대화 하기 위해서인지 소설이 인물의 영유아기부터 다루는 경우가 많으며, 남자주인공격으로 젊고 미형인 주인공의 아버지, 오빠들, 주인공이 어느정도 자란 후에는 혼약자들이 나오는 등 남성인물의 등장이 다른 장르에 비해 많은 편에 해당한다. 게다가 이들은 팬덤으로 부터 딸등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과도하게 주인공에게 애착을 갖는 경우가 많으며, 어머니 정도를 제외한 여자 형제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성인이 주인공인 경우도 마찬가지에 해당한다. 먼저 결혼한 후 점점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은 <궁>(2002)을 비롯해 이전 세기부터 존재해온 유서 깊은 장르에 해당한다. 거기에 어린아이가 포함됨으로 인해, 어머니에게 무한한 사랑을 주는 어린아이와 전통적인 선결후연의 관계인 남편, 혹은 가끔 아이가 성인기가 된 후 성애적 대쉬를 해 오는 경우 등, 모두로부터 가족이라는 이미 만들어진 울타리 내에서 안정적으로 사랑받는다. 결국 형태가 바뀌었을 뿐 그 본질은 하렘물과 다를 것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남성향에서 육아물은 판타지에 해당한다. 앞서 말했듯 국내 남성향에서 양육 대상은 친자식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는 힐링 혹은 남주의 성장에 따른 시각적 성장을 느끼게 해주는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양육 대상들의 나이는 유치원생 수준으로 양육자가 주인공인 소설에서 가장 어린편에 속한다. 현재 남성향에서의 육아물의 경우 아내와 딸로부터 애정과 치유를 받는 것이 주가 된다. 다만 장르적 특성상 딸의 애교와 같은 힐링적 요소가 주요 요소이고, 아내와의 관계는 여성향에서 남편이 주는 애정만큼 깊이 묘사되지는 않는 편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해당장르에서 이혼물들이 유행하고 있으므로, 이혼물과 육아물이 결합된 소설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들기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