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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선우 Nov 04. 2022

서브컬쳐에서 조폭을 다루는 세가지 방식

<도쿄 리벤저스>와 <극주부도>, <내부자들>을 중심으로

딱 까놓고 말하면, 미화물, 개그물, (정치)느와르 물이다. 현재 가장 유행하고 있는 장르는 개그물쪽에 가까운데, 각각의 대표작들을 늘어놓으며 어떤 이야기인지 해 보도록 하자. 미리 이야기를 하자면, 각 국가마다 다른 폭력 집단들이 있고 그 특색들도 다르지만(마피아물이 갖는 특성과 홍콩 느와르, 야쿠자물이 갖는 분위기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 만으로 크게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는 말이길어지니 한국 작품은 조폭물로, 일본 작품은 야쿠자물 정도로 호칭을 간략화하여 서술하겠다.


세가지를 모두 관통하는 이야기로, 조직폭력배, 마피아, 야쿠자, 갱스터 등에게는 주로 남성향에서 다루어지는 환상적인 이미지가 있다. 예술가에게 있어서 창녀와 비슷하게, 실제로 가까이 하고 싶지는 않으면서, 어둠속에서 일을 한다는 점에서의 신비로움과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가엽고 애처롭게도 보이는, 그런 복잡한 요소들이 미묘하게 섞여서 선망을 만들어내는 면이 있다.

 



그러한 선망에 디테일한 모에요소의 이름을 붙이자면 의리, 우정, 물리적 강함이다. 다소 촌스럽게 보여질 수도 있겠지만 이 요소들은 소년만화의 주요 키워드이다. 소년 점프에서 주장하는 3대 소년 만화의 덕목이 우정, 노력, 승리인 것을 생각하면, 조폭물에서는 대다수의 주인공들이 성인인만큼 노력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편이지만 우정과 승리 요소는 챙겨져 있다. 또 소년 만화와 조폭물을 관통하는 주요 요소는 속어로 "가오" 라고 불리는 것이다. 소년 만화에서 불필요한 기술명이나 화려한 연출처럼, 오타쿠들은 환장하고 일반인은 낯부끄러워 책을 덮게 만드는 것은 다른 매체와 구분되는 만화만의 매력이자, 앞서 오타쿠들이 환장한다고 말했듯, 몹시 주요한 셀링포인트이다. 조폭물에서는 전투보다는 특정 분위기에서 흘러나오는 것에 가까운데,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사람은 명대사라면서 외우는 지점이고, 취향에 안맞는 사람에게는 학을 떼게 만드는 요소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끌림 요소들의 극대화가 조폭 미화형 작품들이다. 이들의 요소는 앞서 말한대로 소년만화, 혹은 무협의 협객물의 성격을 강하게 띄고 있기에 아주 어린 남성, 혹은 중년 이상의 성인 남성들 일부에게서 마이너하면서도 깊은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의 조폭물은 이를 대체로 청년만화 및 액션 장르를 맡고 있으며 경우에 따라 느와르나 개그가 가미되기도 한다. 현대 한국에서는 조직폭력배에 대한 반감이 몹시 큰 편이기 때문에 2010년대에 들어서는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작품군이나 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조폭을 다루는 통상적인 방법 중 하나였다. 드라마 <야인시대>(2002), <조폭 마누라>(2001)시리즈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까지 생존한 조폭 미화 및 추앙물은, 해당 작품이 그러하다, 라기 보다는 작가의 성향이 조폭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 이와 같은 작품을 주로 낸다, 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있다. 웹툰에서 박태준 유니버스, 김성모 유니버스, 한국 영화에서 이미 고인이 되었지만 김기덕 유니버스, <도쿄 리벤저스>(2017)로 대표되는 와쿠이 켄 유니버스와 게임 <용과 같이>시리즈가 해당된다.

 

참고로 조폭미화의 경향은 여성향에서도 나타난다. 근래에는 사장당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비슷하게 2000년대 초반까지 순정만화에서 주로 다루어졌던 조폭 및 일진 남주에 대한 선망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앞으로 여성향만화에서도 이런 것들이 다루어질지는 미지수이긴 하나, 아래와 같은 경우에서는 이미 여성향쪽이 앞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는 조폭 개그물이다. 조폭 개그물 역시 90년대 전후부터 나타난 장르로 국내에서는 <달마야 놀자>(2001), <가문의 영광>(2001)시리즈가 대표적이었다. 00년대에 들어서 나온 조폭물들은 대체로 조폭 개그물적인 특색을 띄는데, 이는 앞서 말했던 진중한 협객과 무서운 분위기가 반대로 비틀렸을때 큰 아이러니를 자아내는 탓에 코믹물로 쓰이기에 적합했다. 앞선 문단에서 말했던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으로서의 조폭역시 위험해 보이지만 한 여자에게만은 순종적이다, 라는 갭에서 오는 아이러니를 필두로 만들어진 것이니, 장르는 다르지만 조폭 개그물과 유사한 선상에 있다고 말 할 수 있다.

 

조폭 개그물은 그것이 메인이 되는 것은 한국에서는 근래에 찾아보기 어렵지 않나라고 느껴지지만, 일본쪽에서는 2010년대 후반부터 몇개의 히트작을 내고 있다. <극주부도>(2018), <백스트리트 걸즈>(2015), 개그물 보다는 순정에서 보여지는 특정 인물에게만 다정한 조폭 이라는 이미지를 가져 온 쪽에 가까운 일상물<보스따님과 돌보미>(2019)가 이에 해당한다.

 

나는 이러한 한일간의 차이가 조직폭력배들의 쇄락 시기와 맞닿지 않나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박정희 정권시절부터 조폭에 대한 탄압을 국가가 주도해 왔고, 1990년 범죄와의 전쟁을 통한 대대적 숙청을 통해 조직폭력배와 정치깡패들을 크게 몰아내었다. 즉, 한국에서 조폭 개그물이 유행한 시기는, 실제로 조직폭력 집단들이 쇄락하고 있던 시기로, 그들에 대한 이미지가 강함과 마초적임 보다는, 이제는 때릴 수 있게 된 다소 우습게 된 사람들, 에 가까워 졌던 것이다. 그들의 단물이 일찌감치 빠지고, 누구나 깡패라고 했을 때 부정적인 인식만 갖고 있는 2020년대에 와서 국내에서 조폭 개그물은 그다지 주목받을 수 있는 요소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정치깡패로서의 야쿠자 세력이 근래까지도 굳건한 편이었다. 그러던 중 2010년대에 들어 인구감소와 젊은이들에 대한 비선호로 인해 야쿠자 집단에서도 신규 유입이 많지 않게 되었고, 노령화로 인해 폭력사태역시 예전만큼 발발할 수 없게 되었다. 야쿠자의 자연 도태는,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야쿠자에 대한 이미지를 바꿈과 동시에, 이제는 공격 할 수 있는 대상으로의 격하를 가져왔다. 조폭 개그물이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시기도 이 즈음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조폭 개그 자체가 메인은 아니더라도, 현재 조연 및 엑스트라로 등장하는 조직폭력배 및 깡패집단은 대체로 이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선망의 대상으로의 가치를 조폭이 크게 잃은 탓인데다, 저학력 혹은 저능이라는 속성을 가지면서도, 사회적 약자는 아닌, 공격적인 발언을 해도 사회적 비난을 받지 않는 집단으로 몹시 적합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느와르물이다. 국내에서, 특히 영화에서 다루어지는 조폭들은 대체로 느와르의 색채를 띄고 있다. <내부자들>(2015), <신세계>(2013)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은 악역을 악역 그대로 남겨놓고, 더 나아가 그들이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는 점에서 미화와 다소 다르다.

 

느와르에서 조폭은 그 자체가 사건의 주인공은 아니다. <대부>(1973)과 같이 조폭 그자체가 주요 인물이며 사건의 중심에 있는경우도 있지만, 이와 같은 장르들에서 조폭들은 사건의 진짜 중심인물들로부터 이용당하는 불우하지만, 짧은 시야각에 의해 그 불행을 잘 모르거나,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는 인물들이 많다. 특히 한국의 정치깡패물에서는 그러한 색채가 몹시 두드러진다.

 

무엇보다 느와르에서 조폭은 조직폭력배적 특성이라기 보다는, 인물의 비극을 위한 특성에 가깝다. 앞선 미화에서 육체적 강인함, 의협심 등이 선망의 요소로 사용된 것에 비해, 느와르에서 조폭은 불우한 성장환경, 그로 인해 의지할 상대는 동질감을 느끼는 일부 뿐, 심지어는 배신 등과 같이 주인공의 삶의 불우한 요소, 특히 그 불행을 향해 더욱 빠르게 내달리게 만드는 요소로서 조폭이 사용된다. 느와르에서는 미화에서 나온 마초적인 이미지에 대한 선망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보다 불행한 인물이 더 큰 불행을 겪게된다는, 비극서사가 좀 더 주류에 맞춰져 있다.




이와 같이, 조폭들은 코믹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주요 소재로서의 시용성이 몹시 떨어지는 것 처럼보였다. 그런데 이러한 가운데 2020년에 들어 <도쿄 리벤저스>의 인기가 상승하고, 위대한과 같은 조폭 BJ들의 수와 인기가 늘어나는 것은 또 좀 흥미롭지 않나 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조폭 미화물에 가깝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유행이 조폭 그 자체에 관한 선망 그 자체가 늘었는가에 대해서는 좀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러한 마초이즘적인 것이 유행하는 것에 대해, 선한 영향력과, 정치적 올바름 등 아름답고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대신 다소 미적지근한 전개와 복잡한 어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에 대한반발이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간단한 서사와 액션에 의한 강렬한 쾌락, 현실에서는 거의 사라지다시피한 우정에 대한 신화는 직관적이고 강력하다. 여가활동으로서 머리를 쉬게 한다. 라는 서브컬쳐의 근본적 이유에는 이러한 해석이 적합하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한다. 조폭미화물들은 계속 그리던 사람들이 그릴 뿐 신규 작가층은 비교적 적은 편인탓에 현재의 기준에서 맞지 않는 감정선이나 루즈한 전개를 갖고 있는데, 이는 이것을 그리거나 향유하는 것이 옳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젊은 작가층과 그럼에도 보고 싶다 라는 젊은 소비자층의 접점이 발생할 수 없어 생긴 공백이 아닌가라고 느껴진다. 특히 2000년대 초반으로 회귀한다는 설정을 가진 <도쿄리벤저스>쪽을 보면 작가와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폭주족 집단 그 자체보다도 그런 분위기를 가졌던 사회에 관한 향수가 아닐까라는 기분이 들곤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유행하는  <화산귀환>, <고수>와 같은 무협물이 2010년대 말부터 메이저로 다시 부상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조폭물은 협객, 무협의 성질을 갖는다. 젊은 신규 무협팬이 늘면서 그와 유사한 색감을 띄는 조폭물 역시 후광효과를 받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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