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배신 : 착한사람이 주식하면 망하는 이유

긍정의 미덕이 계좌를 망가뜨리는 순간

by 닥터 플로우

내 주변에는 정말 '법 없이도 살 친구'가 한 명 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사람을 잘 믿고, 웬만한 일에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웃어넘긴다. 내가 무슨 얘기를 해도 그는 늘 고개를 끄덕이며 따뜻한 반응을 건넨다. 인류애가 넘치는 이 친구의 삶은 대체로 행복해 보인다.

반면 매사에 투덜대는 ‘프로 불편러’ 친구도 있다.

의심이 많고, 시니컬하며, 남의 말에 꼭 토를 단다. "야, 그게 말이 되냐?", "뒤에 꿍꿍이가 있는 거 아니야?"라며 세상을 삐딱하게 본다. 솔직히 말해서, 같이 있으면 좀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런데 참으로 잔인한 것은, 이 둘의 주식 계좌를 열어봤을 때 벌어지는 반전이다.

착하고 긍정적인 친구의 계좌는 파란색 비가 내리다 못해 홍수가 났다.

반면, 의심 많고 부정적인 친구의 계좌는 얄미울 정도로 빨간불이 켜져 있다.


도대체 왜일까?

신은 착한 사람에게 시련을 주고, 까칠한 사람에게 부를 주시는 걸까.



심리학에는 인간의 행동 동기를 설명하는 두 가지 거대한 축이 있다.

하나는 ‘접근 동기(Approach Motivation)’이고, 다른 하나는 ‘회피 동기(Avoidance Motivation)’다.

컬럼비아 대학의 토리 히긴스(Tory Higgins) 교수는 이를 '조절 초점 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으로 설명한다.

전자는 '좋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랑, 성취, 기쁨, 합격을 꿈꾸며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다.

후자는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질병, 가난, 실패, 이별을 막기 위해 방어하는 에너지다.

우리는 흔히 전자의 삶을 동경한다.

긍정의 언어들 -사랑, 감사, 열정, 도전- 을 주문처럼 외우는 삶.

이런 사람들은 친구들과의 모임에 빠지지 않고, 낯선 여행지로 떠나는 표를 끊으며, 새로운 기회를 향해 기꺼이 문을 연다. 그들의 삶은 '더하기'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나, 더 많은 경험, 더 넓은 관계를 향해 확장해 나간다.

확실히,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있어서는 전자가 우월해 보인다.

나쁜 것을 피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웅크린 삶보다는, 좋은 것을 쫓아 달리는 삶이 훨씬 더 다채롭고 풍요로운 무늬를 남기니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긍정의 법칙이 '투자 시장'이라는 문턱을 넘는 순간, 치명적인 독이 된다.

투자는 삶의 방정식과 정반대로 작동한다.

삶에서는 "최고의 순간"을 꿈꾸는 자가 행복해지지만,

투자에서는 "최악의 순간"을 상상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나는 수많은 낙관론자들이 시장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을 목격했다.

그들은 삶에서 그랬듯 투자에서도 '희망'을 노래했다.

"이번엔 진짜야." "조금만 버티면 크게 갈 거야." "이런 기회는 다시 안 와."

긍정은 어느새 확증편향이 되어 눈앞의 위험 신호를 '일시적인 시련'으로 포장했다.

결국 그들은 손절해야 할 때를 놓쳤고, 자산은 회복 불능의 상태로 부러졌다.

시장은 기도하는 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는다.


반면, 투자의 세계에서 끝까지 살아남아 부를 거머쥔 사람들은 대부분 '지독한 겁쟁이'들이었다.

그들은 '회피 동기'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얼마를 벌까?"를 상상하며 흥분하기보다,

"여기서 내가 틀리면 얼마나 잃을까?"를 먼저 계산하며 몸을 사렸다.

그들은 대박이라는 '좋은 것'을 추구하기보다, 파산이라는 '나쁜 것'을 피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다.


워런 버핏의 투자 원칙 제1조는 "돈을 잃지 말라"이고, 제2조는 "제1조를 잊지 말라"다.

세계 최고의 부자가 강조한 것은 '수익'이 아니라, '손실 회피'였다.

그는 평생을 낙관적인 몽상가가 아니라, 비관적인 현실주의자로 살며 리스크를 제거해 왔다.


나는 깨달았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나는 잘 될 거야"라고 긍정을 주입해야 하지만,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는 매일 밤 차트를 보며 "나는 틀릴 수 있다"라고 부정을 주입해야 한다는 것을.

삶은 '더하기'의 미학이다. 좋은 추억과 사람을 많이 남길수록 성공이다.

하지만 투자는 '빼기'의 기술이다. 욕심을 덜어내고,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치명적인 실수를 피하는 것만으로도 자산은 저절로 불어난다.


그러니 우리는 두 개의 심장을 가져야 한다.

진료실 밖, 일상의 나는 뜨거운 '접근 동기'로 살아가야 한다. 사랑하고, 여행하고, 감사하며 삶을 긍정으로 채워야 한다.

하지만 MTS를 켜는 순간, 나는 차가운 '회피 동기'의 스위치를 올려야 한다.

기적을 바라기보다 빠른 손절을 준비하고, 대박을 꿈꾸기보다 쪽박을 경계하는 겁쟁이가 되어야 한다.


삶은 긍정으로 꽃 피우되,

계좌는 부정으로 지켜라.

이 모순을 이해하는 순간, 당신의 부는 비로소 안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