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망할 것 같던 날, 나는 전 재산을 걸었다.

2020년 3월, 멸망에 베팅했던 의사의 기록

by 닥터 플로우

2020년 3월,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격리 병동이었다.

창밖의 거리는 기이할 만큼 조용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서로의 눈을 피한 채 스쳐 지나갔고,
뉴스는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매일같이 카운트다운하듯 쏟아냈다.
공기에는 소독약 냄새와 설명할 수 없는 공포가 섞여 떠다녔다.

그러나 의사인 내가 그날 당직실에서 응시하고 있던 것은 환자의 CT가 아니었다.

그것은 파랗게 질려 점점 질식해 가는 대한민국 증시의 심전도였다.


코스피 1400 붕괴. 코스닥 서킷브레이커 발동.

주식 창은 온통 하한가의 멍 자국으로 뒤덮여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제 끝났다.” “대공황이 온다.”
“자산이고 뭐고 현금 챙겨서 숨어라.”

공포는 바이러스보다 전염력이 강했다.

모두가 “팔아라!”라고 비명을 지르던 그 아비규환의 중심에서,

나는 조용히 MTS를 켰다.
그리고 검색창에 두 개의 단어를 입력했다.

‘KODEX 레버리지’
‘KODEX 코스닥 150 레버리지’

시장이 1% 오르면 2%를 먹고, 1% 떨어지면 2%가 증발하는,
본능적으로 피해야 할 야수 같은 상품.

나는 내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현금을 끌어모아 ‘매수’ 버튼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
손끝이 아주 미세하게 떨렸다.

이것은 투자라기보다는 자살에 가까운 행위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이상할 정도로 차갑고 냉소적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
의학적 지식도, 거창한 경제 이론도 아니었다.

그저 하나의 사고 실험. 나는 이것을 속으로 ‘멸망의 역설’이라 불렀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여기서 지수가 더 무너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만약 코로나가 인류를 압도해 코스피가 1000을 깨고, 500을 향해 내려간다면

그건 단순한 가격 하락이 아니다.

공장이 멈추고, 물류가 끊기고
기업이 도산하고, 은행이 문을 닫는다는 뜻이다.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붕괴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현금’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화폐란 국가와 시스템이 보증할 때에만 가치를 갖는 종이일 뿐이다.
시스템이 붕괴한 매드맥스의 세계에서 5만 원권 지폐보다 값진 것은

참치캔 하나, 항생제 한 알, 그리고 샷건 한 자루일 것이다.

결론은 놀라울 만큼 단순했다. 여기서 더 떨어져 세상이 망한다면 어차피 내 돈은 휴지 조각이 된다.

투자해서 잃으나, 현금으로 들고 있다가 증발하나 결과는 같다.

반대로,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다면?

시스템은 복구될 것이고 공장은 다시 돌아가며 사람들은 언젠가 마스크를 벗을 것이다.

자본주의는 그 어떤 바이러스보다 질긴 생명력으로 결국 다시 우상향 할 것이다.

그 순간, 내 자산은 폭발한다.

“망하면 다 같이 끝이다. 하지만 산다면, 나는 승자가 된다.”

이것은 무모한 도박이 아니었다.
오히려 극단적인 비관을 전제로 한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헤지 된 ‘손실 없는 게임’이었다.


2020년 3월 19일. 공포가 바닥을 찍던 그날,
나는 매수 버튼을 눌렀다.

주문 체결음이 정적을 가르며 울렸다.

그것은 내가 자본주의의 생존 본능에 내 인생을 맡긴 순간이었다.

그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가 아는 대로다. 시장은 V자로 반등했다.

아니, 폭등했다. 연준은 달러를 쏟아냈고
유동성의 파도 위에서 내 계좌는 두 배, 그 이상으로 불어났다.

사람들은 내게 “야수의 심장”을 가졌다고 말했다.
어떻게 그 공포 속에서 살 수 있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용감했던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비관적이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고.

나는 인류의 선의를 믿지 않았다.

다만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어떤 바이러스보다 강하다는 것을 믿었을 뿐이다.


그해 봄, 벚꽃은 어김없이 피었고
내 통장의 숫자도 만개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 깨달았다.

진짜 위기는 공포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공포를 끝까지 밀어붙여 논리로 뒤집지 못한 우리 머릿속에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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