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기 싫은 당신을 위한 기계적 매수 리스트
"그래서 원장님, ETF가 좋은 건 알겠는데... 당장 뭘 사면 되나요?"
종종 듣는 질문이다. 술자리에서, 라운딩이 끝난 클럽하우스에서, 혹은 늦은 밤 카톡으로.
“검색해 보니까 종류가 너무 많던데… 딱 정해주세요.”
그 질문에는 우리 모두의 솔직한 욕망이 묻어 있다. ‘공부하기는 귀찮지만, 바보처럼 돈을 날리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 그 마음은 너무나 정상적이다. 나 역시 의사로 일하면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집에 가면 육아를 하면서 매일 밤 경제 뉴스와 재무제표를 현미경처럼 들여다볼 여유는 없다. (그럴 시간 있으면 잠을 자겠다.)
그래서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단순한 처방전을 내드리고자 한다.
ETF가 너무 많을 때 필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포기’다. 서점에 가면 ETF 관련 책만 수십 권이다. S&P500 하나만 추종하는 ETF도 운용사별로 수십 개고, 2배 레버리지, 인버스, 커버드콜까지… 조금만 검색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이 망한다. 0.1%라도 더 좋은, 더 완벽한 ETF를 찾으려다 지쳐서 결국 아무것도 사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반대로 생각했다. ‘더 잘 고르기’를 포기하자. 대신 ‘절대 망하지 않을 선택’만 남기자. 그 결과 현재 내 포트폴리오에 살아남은 건 딱 세 가지다.
1> SPYM – 미국이라는 나라의 '하방'을 산다
이 녀석은 화려하지 않다. 테슬라처럼 하룻밤에 10%가 오르는 기적은 없다. 하지만 이 ETF의 진가는 '방어력'에 있다. 기술주가 쉴 때 움직이는 은행, 에너지, 소비재, 보험사들. 경기가 흔들려도 끝까지 살아남아 배당을 주는 기업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이들은 기어이 돈을 벌어온다.
기술주가 '창'이라면, SPYM은 든든한 '방패'다. 나는 이것으로 “미국 경제의 안정성”을 산다.
2> QQQM – 결국 세상은 '기술'로 간다
나스닥 100을 추종한다. (QQQ와 똑같지만 수수료가 더 싸다. 가성비는 중요하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이건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지금 당신 손에 들린 스마트폰, 우리가 쓰는 클라우드, AI, 반도체… 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다.
물론 변동성은 있다. 금리가 오르면 얻어맞고, 조정장에서는 남들보다 더 아프게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계속 사 모은다. 10년 뒤 세상은 지금보다 기술에 더 의존하면 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게 확실하니까.
이 ETF는 미래에 대한 낙관을 아주 싸게 사는 방법이다.
3> SOXQ – 반도체는 인류의 '쌀'이다
반도체는 이제 선택 영역이 아니다. 필수재다. 전기차에도, 의료기기에도, 데이터 서버에도, 심지어 무기에도 들어간다. SOXQ는 반도체 산업 전반을 담는다. (이 역시 SOXX보다 수수료가 합리적이다.) 엔비디아 하나에 올인했다가 피 말릴 필요 없이, 삼성·TSMC·AMD·퀄컴의 운명을 통째로 가져간다.
나는 반도체를 이렇게 정의한다. “앞으로 인류가 쓰는 전기의 상당 부분은, 결국 실리콘(반도체) 위를 흐를 것이다.” 그래서 SOXQ를 사는 건 성장 베팅이 아니다. 문명 베팅이다.
그래서 이것들을 그냥 무지성 적립하면 되냐고? 아니, 나는 '영리한 사냥꾼'처럼 산다.
나는 "무조건 장기 투자가 답이다"라는 말을 반만 믿는다. 우상향을 믿지만, 굳이 비쌀 때 살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의사답게 차트를 '진단'한다. RSI(상대강도지수)가 과매수 구간을 뚫고 올라가면? 욕심부리지 않고 조금 덜어낸다. (익절은 언제나 옳다.) 반대로 공포에 질려 RSI가 바닥을 기면? 그때는 평소보다 더 과감하게 담는다.
"남들이 탐욕을 부릴 때 두려워하고, 남들이 두려워할 때 탐욕을 부려라." 워런 버핏의 이 말을 항상 실천하고자 노력한다.
떨어지면? “아, 바겐세일 기회다.” 하고 줍는다. 오르면? “아, 과열됐네.” 하고 챙긴다. 숫자와 차트가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다. 이것이 내가 게으르지만 영리하게 시장을 이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