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호박 막걸리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새벽이다.
샤워를 막 마치고, 평소처럼 별그램에 흔적을 남길까 하다가 오늘은 여기에 마음을 풀어본다.
샤워를 하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아침부터 정신없던 하루였지만, 마무리는 참 따뜻했다.
두 달에 한 번, 엄마의 육 남매가 돌아가며 주최하는 친척모임.
오늘은 엄마차례였지만 작은 이모네에서 하기로
오늘은 우리 네 가족이 다 함께한 하루였어서
더 좋았던 거 같다!
안방까지 내어주신 이모의 배려 덕분일까.
나는 왜 혼자 방 안에 있어야 겨우 괜찮아질까…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큰삼촌, 작은 이모와 깊은 대화를 나눴다.
그 자리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준 친척 동생에게 참 고마웠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셔서 오늘은 그냥 쉬고 싶었을 친척동생이 늦은 밤 잊지 않고 찾아왔다!
결국 이 대화들이 더 충만한 하루가 되게 해 주었다.
요즘 나를 가장 무겁게 누르는 고민은 목요일 연재의 내용이다.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어렵다.
오늘 만난 또 다른 친척 동생은 무려 20kg을 감량했다고 했다.
“70kg일 때는 말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
이제 마지막 10kg만 남았어!”
그 말을 들으니
지나야 만 말할 수 있는 혹은 편히 얘기할 수 있는..
정말 파이팅이다!
나도 내 연재에서 썼듯, 희귀병을 앓고 있다.
3~4년 전,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그날을 기억하지만, 솔직히 기억하고 싶진 않다.
돌이켜보면,
담배로 인한 폐 손상이라면 ‘금연’이라는 분명한 해결책이 있다.
그조차 쉽진 않겠지만, 방향은 명확하다.
하지만 나는? 원인조차 알 수 없다.
오늘 막걸리를 마시며, 삼촌에게 들은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다.
미국에서 의사로 계신 외숙모의 남동생이 내 병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단다.
“스스로 인지하고, 잘 돌보는 방법뿐이다.”
순간 머리가 번뜩였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삼촌의 삶 이야기.
개인적인 내용이라 자세히 밝힐 순 없지만,
지금은 매년 1억 이상 저축이 가능한 삶을 살고 계신다.
그동안의 노력과 과정,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가정.
멋졌다.
그리고 나의 목표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부자.”
하지만 요즘 나는 자주 회의감에 빠진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건 병과 지침뿐이었다.
그래도,
‘열심히’라는 가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은 있다.
단지 그 크기와 모양이 다를 뿐,
우리는 그것들을 잘 관리하며 성장해 가는 중이다.
그렇게 막걸리 한 병, 큰 병 하나를 거의 다 마셨다.
아빠는 우리 가족을 두고 친척 차에 먼저 타고 가셨던 게 당황스러웠지만 이런 기회를 만들게 되었다.
가족이 있고,
든든한 친척이라는 아군이 있어서
오늘따라 참 고맙고 든든하다는 감정이 더 커지게 된 날이랄까?
아, 그리고
나는 맥주를 끊기로 했다.
첫 번째 이유는 탄산 때문이고,
두 번째는 너무 쉽게 찾을 수 있는 술이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가 내 몸과 마음에 더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꼈다.
막걸리는 좀 다르다.
그래서 오늘은, 막걸리 한 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