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열한 자리

아직도 그 번호를 기억하다니

by 노랑다랑

오늘은 글을 쓸 생각이 없었다.

그냥, 눈 감고 조용히 하루를 끝내고 싶었다.

그런데 자기 전에,

습관처럼 카톡을 켰다.


별생각 없이 화면을 넘기다가

그 사람의 이름이 문득 떠올랐다.


3년 가까이, 가장 오래 머문 사람이었다.

어렸기에 감정에 서툴렀고,

그래서 서로에게 상처를 남겼다.

그땐 진심으로,

그 사람과 결혼할 줄 알았다.


잊었다고 생각했는데—

손이 먼저 움직였다.

그의 이름을 검색창에 입력하고 있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고,

사실, 하고 싶은 말도 없는데,

그냥 그 사람의 존재 여부가 궁금했다.


현재 프로필 사진은

나 아닌 누군가와 찍은 그림자 사진이었다.

보자마자, 이유 없이 짜증이 났다.


나는 아직 잊지 못한 사람처럼

그 번호 열한 자리를

지금도 외우고 있었고,

그 사람의 흔적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잊었다고 믿고 싶었던 오늘,

그 번호가 다시

머릿속을 떠올랐다.


그러니 이젠—

차라리, 그 번호라도 바뀌었으면 했다.

작가의 이전글두 번째 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