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을 따라 걷는 사람들에겐
햇살조차 눈부신 진실이다.
숨고 싶은 마음은 늘 그늘 쪽으로 먼저 발을 디딘다.
아파트 담장을 따라 내려오던 길목,
나는 마음 한 구석에서 조용히 피어난
노란 말을 발견했다.
그건 ‘달맞이꽃’이라는 이름의 침묵이었다.
햇살 속에서는 절반만 피고,
저녁이 되어야 비로소 입을 여는 꽃.
낮의 소란을 지나,
밤의 조용함 속에서야
자신의 마음을 다 꺼내 놓는 그런 꽃.
그런 게 있다.
햇빛 속에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달빛 아래서야 비로소 울음을 터뜨리는 마음.
그 꽃 앞에서 나는,
사진보다 선명한 감정을 찍었다.
어쩌면 우리 마음도
달맞이꽃처럼,
어둠이 와야 활짝 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달맞이꽃 부연 설명
학명: Oenothera biennis
꽃말: ‘기다림’, ‘침묵의 사랑’, ‘인내’
특징: 해가 진 뒤 피기 시작해 밤새 피어나는 특이한 야생화로, ‘달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특성 때문에 조용한 위로와 내면의 성찰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