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웅덩이를 피한다고 해서, 마음이 마르는 건 아니다
장마가 오면, 길 위에 작은 거울들이 생긴다.
물웅덩이라고 불리는 그것들은 대개 무시당하거나 피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문득, 그 위에 발을 멈추고 들여다보게 된다. 이유는 단순하다. 물웅덩이만큼 감정을 닮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웅덩이는 본래 투명하지 않다.
비가 내리고, 먼지가 섞이고, 하늘을 잠깐 비추다 흐트러진다. 감정도 그렇다.
누군가의 말, 시간이 남긴 잔상, 예상치 못한 기분의 낙차들이 고이고 섞인다.
결국 우리는 흐릿한 수면 위에서
무언가를 해석하려 애쓴다.
그 위에 비친 얼굴은 대개 본심보다
더 낯설고, 더 정확하다.
물웅덩이는 기억도 반영한다.
과거의 하늘, 지난주 쏟아진 비, 굽이진 타이어 자국, 말없이 흘러간 사람들. 감정도 과거의 압력 아래 생긴다. 현재라고 믿는 감정의 상당수는, 과거라는 시간의 무게에 눌려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그리고 그걸 들여다보지 않으려 애쓴다.
하지만 물웅덩이를 피한다고 해서
물이 없던 일이 되진 않는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은 얕고 고요해 보여도,
그 안에 얼마나 많은 하늘이 스쳐갔는지를
아는 사람만이
그것을 건너는 법을 안다.
결국, 나는 깨닫는다.
감정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