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집

관동대학살 100주기 동행기 7

by 신아연


오늘부터 다시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다녀온 지 한 달도 더 지났는데 무슨 뒷북이냐 하실 수도 있겠지만 추모기간이 길어지면 더 좋죠. 부지런히 가보죠.



시계를 9월 2일로 돌립니다. 나리타공항에 내려 경유지 케이세이 우에노역에서 허겁지겁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 야히로역에 도착했지요? 시각은 대략 오후 12~ 1시 사이. 새벽 2시에 집에서 나와 드디어 목적지에 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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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목적지는 야히로역 바로 뒷편의 상설추모공간 '봉선화집'입니다. 그래봤자 주택가에 마련된 박스 형태의 작은 사무실과 손바닥만한 마당이 전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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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이게 어딥니까. 잔혹한 학살로 희생된 조선인들의 추모를 양심 있는 일본인들이 몇 십년째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이 단체가 있었기에 학살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고, 씨알재단의 금번 100년만의 제사도 지낼 수 있었던 것이죠. 마치 나루터나 항구처럼 모든 추모행사는 이곳에 일단 정박하게 되니까요. 베이스캠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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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촐한 추모비 앞에 놓인 참이슬 소주와 신라면이 도드라져 보이네요. 재일동포들이 다녀간 것일까요? 일본산 우롱차도 놓여져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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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살이 일어난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니만큼 추모객들이 줄을 잇습니다. 모두 일본사람들입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좁은 골목길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습니다. 날은 또 왜 그렇게 무덥던지요. 제 기억 속 가장 더운 날로 남을만큼. 처참하게 죽임 당한 6,661명 원혼의 숨결이 뒤엉켜있었던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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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도 추모비 앞에 섰습니다. 역에서 내려 추모 공간 반대편 나이스 호스텔에 짐을 풀지 않고 바로 왔는데, 주변이 워낙 좁아 가방 둘 곳이 없어 그대로 등에 맨 채.



사진은 김양호 PD의 뒷모습입니다. MBC, SBS, 전주방송(JTV)을 비롯, 멀티플레이어로 30년 이상 일하며 이번 씨알재단의 뜻 깊은 일에 동참, 관동대학살을 일반에 알리는 유튜브 동영상을 제작하신 분이죠. 지금은 또 100주년 추모제 행사를 담은 동영상을 만들고 계시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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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PD





김피디님은 제가 따로 '돼지코 피디님'이라고 부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다음에 말씀드릴게요. ^^ 아, 이분 코는 결코 돼지코가 아닙니다. 돼지코는 커녕 미남이기만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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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전춤'으로 관동대학살 조선인들의 원혼들을 모실 항일여성독립운동기념사업회 양혜경 이사장은 즉석으로 넋전을 만들어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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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추모회를 왜 '봉선화집'이라고 부를까요? 관심있게 글을 읽은 눈치 빠른 분들은 이렇게 물으실 것 같은데요. 위 추모 사진에도 봉선화가 심어져 있는 게 보이시죠?



그 이유는 내일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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