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에게 보내는 네번 째 수요편지
어제 쓴 '60억 연봉 전한길(학원 강사)과 100kg 폐지 주워 6천원 버는 88세 노인'의 이야기가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네프콘)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글로 인해 또 한 분의 독자와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되어 '나쁜 보수, 좋은 보수' 개념 인식이 공유되어 기뻤습니다. 그 대화 내용은 다음 시간에 이 자리에서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dshhhhhh/justice/contents/250204124432610yj
오늘은 우리의 호프 하남 미사고 3학년 장** 학생에게 편지를 쓰는 날이죠.
장** 학생, 무척 추운 날이군요. 이 추운 날, 동동거리며 등굣길에 올랐겠군요.
**학생과 친구가 된 후, 아주아주 오래 전 나의 고3을 돌아볼 때가 종종 있답니다. 공부가 워낙 지겹고, 공부를 잘 하지 못하니 두렵고 괴로워 지나가는 똥개가 다 부럽던 시절이었죠.^^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만 그때는 죽고 싶을만큼 고3인 게 싫었어요. 그만큼 미숙했단 뜻이죠. 장** 학생은 어떤 마음으로 고3 생활에 임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글에서 내가 한 가지를 물었지요? 바쁜데도 불구하고 답해 줘서 고마워요.^^
종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냐는 나의 물음에 학생이 이렇게 답했네요.
"저는 현재 무교라서 종교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 종교란 힘들 때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변 친구들을 봤을 땐 부모님의 종교를 따라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우선 무교라고 하니 안도합니다. 부모님이 종교를 갖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 학생은 아직 선택하지 않은 것이 또한 다행입니다. 종교는 누구를 따라, 심지어 부모님일지라도 함부로 따라 가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친구따라 강남은 갈 수 있을지언정.^^ 그 이유는 다음 기회에 말해 줄게요.
오늘은 학생의 네번 째 질문, "죽음은 왜 두려운 것일까요?"에 답할게요. '모르기 때문'이죠. 답이 너무 간단한가요? 하지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알면 두렵지 않지요.
이런 놀이가 있죠. 밀폐된 통에 들어있는 뭔가를 손으로만 더듬어 알아맞추기. 통에 손을 넣기도 전부터 두렵고 떨리고 망설여지죠. 그 안에 뭐가 들었는지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만약 그 물체가 차갑고 물컹한 무엇이라면 손끝만 닿아도 소스라치게 놀라죠.
죽음도 그런 것 같아요.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전인류를 통털어 죽음에서 되돌아 온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죽음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완전히 '꽝'인 상태에서 우리 모두 죽어야 하니 두려울 수밖에요. 그것도 혼자서.
나는 스위스 안락사 현장을 다녀온 후, 바로 내 눈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본 후 (그것도 순전히 자기 의지로) 죽음을 매우 가까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죽은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고, 그 답을 종교가 줄 수 있기를 갈구하게 되었습니다. 내 경우는 기독교가.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그 이야기도 다음 기회에 더 하겠습니다.
다음 주 수요일에는 학생의 다섯 번째 질문, '세상의 선과 악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해 답해 볼게요.
또 알차게 한 주 잘 보내고 다음 주에 만나요~~
내가 사는 동네에 위치한
망우 공동묘지를 노상 산책하며
죽음을 늘상 마주하는 아연으로부터
202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