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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사람에겐 있고, 없는 사람에겐 없는 존재란?

by 신아연


오늘은 황도수 교수님과 종교대담을 해볼까 합니다. 이 글은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에서 나눈 내용입니다.



황도수 교수님과 저는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를 운영하면서, 세평을 비롯하여 법, 정의, 철학, 종교, 역사 등 인류지성을 폭넓게 아우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의 벌거벗은 삶과 생각이 약방 감초처럼 재미를 더하지요.^^



유료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밤샘을 하여 글을 쓸 때도 있고, 오늘도 새벽 4시에 잠자리에 들었지만 전혀 눈을 붙이지 못하고 지금 여러분들과 만나고 있습니다.



관심가져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종교대담 시작합니다.


https://contents.premium.naver.com/dshhhhhh/justice



신아연 :


인간은 어차피 생각이 모자라는 존재이니 신(하나님)의 힘을 빌려오는 건 어때요? 신은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이니 세상의 구석구석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을 테니까요.



황도수 :


종교는 부족한 인간이 생각해 낼 수 있는 아이디어 중 하나일 수 있어요.


그러나 문제가 있어요. 신이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인간의 이성(생각)으로 알 수 없다는 거예요. 인간 생각이 시간과 3차원 공간에 갇혀 있으니, 시공간을 초월한 존재를 인식할 수 없는 거죠.



신아연 :


그래도 목사나 도사들은 신과 소통하는 거 아닌가요? 접신을 했으니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모시는 신이 노하셨다"는 등 하는 거겠지요. 작두를 타는 무당도 신이 내렸으니 작두 위에서 춤을 추는 거 아니에요?



황도수 :


그런 현상들을 부인할 것까지는 없어요. 인간이 인식할 수 없다고 해서, 모른다고 해서 "없다"는 게 아니니까요. 또한 인간 이성은 '신이 있다'는 것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신이 없다"는 것도 명확히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 인간의 생각, 이성은 "잘 모른다", "시공간에 갇혀 있다", "시공간의 한계 속에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거죠.



이런 인식 상황 속에서 생기는 가장 큰 문제는, '신의 존재, 부존재'를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소통할 수 없다는 거죠. 즉 경험을 공유할 수 없다는 거에요.



목사, 승려, 도사, 무당, 기타 접신자들이 자기들의 신과 소통하고 실제로 인식한 것을 사실이라고 강경히 말할 수도 있지만, 만약 자기 체험을 거짓으로 꾸며 말한다 해도 그 말이 거짓인지 뭘로 입증하겠어요. 그 사람들은 신의 음성을 들었다고 주장하지만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입증할 방법이 없잖아요.



그걸 두고 '있다, 없다'를 대화, 토론할 수 없는 거에요. 사람들의 이성이 모두 3차원 공간에 갇혀 있는 상태니까요. 3차원 인간 존재들이 그 차원 밖의 일이나 존재에 대해 서로 강변해봤자 합의적으로 소통이 될 수가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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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


사람들이 신이 있는지 없는지, 있다면 신이 무슨 계시, 어떤 위안을 했는지를 서로 명확하게 소통할 수 없으니, 사람들은 종교를 두고 제각기 다툴 수밖에 없겠네요. 그리고 그 다툼은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이 없겠는데요?



황도수 :


맞습니다. 그러니 현재로서는, 인간은 어떤 부분은 '잘 모른다'고 서로 인정하는 게 타당하다고 봅니다. 신의 존재, 부존재가 바로 그 부분이죠.



이때 '잘 모른다' 개념은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어요. 항상 일정하게 반복되는 어떤 패턴을 확보하는 과학-물론 과학이라고 항상 참인 건 아니지만-이 될 수 없다는 뜻에서 '잘 모른다'는 거죠. 즉, 사회 구성원들이 '공통개념'으로 통용할 수 없다는 거예요.



누구에게는 분명하게 맞는 것이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혀 아닐 수 있으니까요. 가령 기독교인들 사이에서는 엄연한 진리가 비기독교인들이 들으면 헛소리라고 치부해 버리듯이.



서로 통용될 수 없는 '불확정 개념'으로 사회질서, 법질서를 만들면, 사회가 혼란에 빠져들게 되겠죠.



신아연 :


방금 말씀하신 게 무슨 뜻이에요. 조금 더 설명해 주세요. 특히, 불확정 개념과 사회에 관해서요.



황도수 :


예를 드는 게 좋겠어요. 역사적으로 군주국가의 질서를 생각해 볼께요. 당시 군주는 신과 자기가 특별한 관계에 있고, 신의 뜻에 따라 국가를 통치한다고 백성들을 세뇌했죠. 자기가 신의 아들이니, 자기 말대로 법질서를 만들면, 정의로운 사회가 될거라고요.



국민들은 그 신과 직접 소통하지도 못하면서 군주의 말에 속았고, 군주는 제멋대로 법질서를 만들었죠. 그런 법들 대부분은 결과적으로 모두 군주와 그들 측근 귀족들을 이롭게 하는 데 기여했고요. 나머지 국민들은 신의 뜻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군주에게 복종하고 이용만 당하게 돼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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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군주가 신과 소통했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왜냐하면 신과 소통했다는 사람은 오로지 군주였고, 다른 국민들은 그 신의 뜻을 알 수 없었잖아요. '신의 말'을 두고 군주와 국민이 서로 소통할 수 없었으니, 신의 말이라는 불확정 개념 속에서 군주에게만 유리한 사회질서가 세워진 거죠.



신아연 :


그렇다면, 오늘날은 각자가 주권자인 세상이 되었으니, 주권자들이 서로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확정 개념'을 기초로 법질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씀이네요.



다음 시간에는 그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https://naver.me/FzSeg1t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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