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류(逆流)

[사전투표 폐지일지 1]

by 신아연

나는 학생이다.


황도수 교수님을 처음 만난 건 지난 여름학기 교양 수업에서였다.


‘인문사회 글쓰기’라는 과목명을 보고 그저 글쓰기 수업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글에 앞서, 교수님의 인류 지성사를 관통하는 강의는 마치 광맥을 발견한 듯 값을 매길 수 없을만큼 소중한 깨달음을 가져왔다.


한 학기 수업을 마치고도 교수님과의 인연은 이어졌고, 얼마 뒤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았다. 이 책의 표지와 디자인 전 과정을 맡아달라는 말씀이었다.


처음엔 많이 망설였다. 사전투표, 선거의 공정성, 국민주권! 예술대 학생인 내가 이 무게를 표지 한 장으로 담아낼 수 있을까. 그런데 생각 할수록 오히려 그게 이유가 됐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정치에 무관심한 편이 아니었다. 뉴스를 보다 답답해진 적도 있고, 또래들과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한 대화를 나눈 적도 있다.


우리는 기성세대가 구축해 놓은 제도 위에서 살아가야 하고, 그 제도가 만들어 낼 결과를 온전히 감당해야 할 세대이기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위태로운 사안들을 그저 흘러가듯 바라보기만 하는 건 단순한 방관을 넘어 국민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다.


과정이 썩으면 결과도 썩는다. 그 단순한 사실이 지금 이 나라에서 증명되고 있다.


2030세대는 정치를 외면한다고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외면이 아니라 어디서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할지 모르는 것에 가깝다.


이 책은 내게 그 거스름의 시작점이 됐다. 목소리를 높이거나 거리에 나서는 방식이 아니어도, 한 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는 과정에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는 것, 그 자체가 나에겐 적지 않은 역류였다. 그것도, 무너진 국민 주권을 면밀히 검토하여 국가 신뢰를 다시 세우자는 이 책에! 많은 이들이 시류를 따라 흘러가는 현시점에서.


젊다는 것은 아직 잃을 것이 많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지금 이 세태의 흐름에 그냥 몸을 맡기는 것은 나에게 허락되지 않는 일이다.


부패 앞에서 침묵하는 것은 동조와 다르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다시 미래를 기대하며


2026년 3월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산업디자인과 2학년


이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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