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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ho Feb 16. 2024

돌선물 사다드림을 거부합니다

3자 시점 싱글족 축하선물 구매기

나는 동생의 바이어다. 기프트 바이어? 동생은 쇼핑에는 영 소질이 없고, 바쁘다 보니 상대적으로 한가하고 쇼핑에 관심이 많은(?) 내가 동생의 선물 리스트들 속 특정 상품을 구매대행 해 주기 일쑤.

말이야, ‘언니가 센스가 있으니까. 나보다 안목이 높으니까’. 하지만.

20여 년을 거쳐 내 내 싱글인 동생의 라이프를 보고 있자니 나도 사회제도와 관습 속 어느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싱글족들이 사회에 어울려 살기엔 '밑지는 장사를 할 수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동생의 주변인들은 이제 거의 결혼을 해서, 결혼을 하고, 결혼을 한 뒤, 아이를 낳고 둘째를 낳고 초등학교도 가고, 중학교도 가는데....

그럴 때마다 동생은 결혼식에 가서 축의를 하고, 축하 선물을 사고, 부부를 위한 집들이 선물도 사고, 출산 축하 선물도 사고, 돌 선물도 사고, 입학 축하 선물도 사고, 사고, 사고,... 또 산다.


누가? 내가.      


동생은 결혼도 안 하고 아기도 안 갖고 아기도 안 낳았는데. 이제는  아주 잘 봐줘 결혼은 한다 쳐도 아기를 낳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아무리 대차대조표를 대조해 보고 계산기를 두드려 봐도 이것은 손해 보는 장사를 넘어 꿋꿋이 살아가는 싱글 라이프에 대한 의지마저 허무하게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다음 주말에도 동생은 돌잔치가 있다며 한 달 전부터 걱정을 했다. 이유인즉슨 돌잔치 오가는 거리가 왕복 6시간이 걸리는 데다, 노구를 이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그곳을 가야하는 것이 큰 부담이었던 것. 시도했던 다이어트에 실패해 맞는 옷도 없는데 옛 동료들을 보는 것도 스트레스였나 보다.

어쨌든 돌잔치 선물을 나보고 사달라고 해서 동네 금은방에 갔다가 3자인 나도 현타가 와서 써보는 3자 시점 싱글족들의 돌선물 구매기...


‘돌선물 사다드림을 거부합니다’라는 제목은 이런 비슷한 글의 제목을 보고 따와 봤다.

반 돈 토끼 반지 이천 원 깎아 샀다고 좋아하는 거 보고 짜안 하다가, 끊으려는 말 끝에 하는 소리 또 있다.

곧 자기 선배 아들 대학 입학이라고.


‘입학 선물 사야 하는 거 잊지 않았지?’     


요즘의 20대들은, 이제 결혼이 선택이라고 하던데, 우리 나이대만 봐도 결혼 안 한 사람보다는 한 사람이 훨씬 많으니 동생은 이러한 과도기에 미혼에 접어들었고, 그럼에도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고픈 대가를 치르는 거겠지.

'너는 이제 그만해. 가지 마, 하지 마. 안 해도 돼. '

라고 말은 하면서도, 그들에 대한 동생의 애정이 순수하고, 동생에 대한 그들의 애정이 순수해 보이면 나도 어쩔 수없이 도움의 손을 내밀게 된다.


‘언니, 이제 갈 사람들 다 갔어~ ’

안타까워하는 내게 동생이 말하지만,     


동생아, 아직 큰 거 한방 남았다.

지인들 랜선이모 자처한 조카들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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