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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의 밥상에서 피어난 꿈

by 이민자의 부엌


안녕하세요. 저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미시사가에 살고 있는 59세 한국계 캐나다인 주부입니다. 이곳에 이민 온 지도 어느덧 20년이 흘렀네요. 남편과 함께 세 자녀를 키우며 살아온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습니다. 지금은 세 아이 모두 독립해 큰아이는 영국에서, 둘째는 뉴욕에서, 막내는 토론토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현직에서 일하고 있고요.


이민 초기엔 오롯이 자녀들의 뒷바라지에 집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다 막내가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으로 '나만의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 시간은 낯설고 어색했지만, 동시에 설렘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저는 중년의 나이에 다시 책을 펴들었습니다. 토론토의 칼리지에서 시작해 4년제 대학까지 졸업하며, 배움의 기쁨을 온몸으로 느꼈습니다.


공부하는 동안은 오직 공부에만 몰두했기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었지만, 졸업 후 다시 찾아온 고요한 시간 속에서 오래된 꿈 하나가 조용히 고개를 들었습니다.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이민자의 삶 속에서 수없이 미뤄지고, 때로는 잊혀졌던 꿈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영국에 있는 딸이 제게 말했습니다. "엄마, 글을 블로그에 올려보는 건 어때요? 아니면 유튜브도 좋고요. 다른 사람들과 소통해보세요." 그 말이 제 마음에 불씨를 지폈습니다. 그렇게 여러 플랫폼을 알아보던 중, 브런치 스토리를 알게 되었고, 제 감성을 담기에 가장 따뜻한 공간이라 느껴졌습니다. 용기를 내어 첫 글을 보냈고, 감사하게도 작가로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스토리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또 하나, 제 삶의 중심에는 '밥상'이 있습니다. 남편이 고혈압과 고지혈증 약을 복용하고 있고, 당뇨 전 단계라는 진단을 받으면서부터 저는 식습관을 철저히 바꾸기로 결심했습니다. 6개월 동안 집밥을 고집하며, 된장, 청국장, 고추장 같은 전통 발효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 그 결과, 남편의 건강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당뇨 전 단계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육체적으로는 고된 일이지만,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할머니와 어머니가 지켜오신 전통을 이곳 캐나다 땅에서 이어가는 일은 제게 큰 기쁨입니다. 발효음식의 깊은 맛과 정성, 그리고 그 속에 담긴 가족의 건강과 사랑을 독자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 공간을 통해 저희 부부의 소소한 일상, 이국땅에서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한국인의 밥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저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되기를, 그리고 이민자의 삶 속에서도 꿈은 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전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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