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계속 써도 되는지, 스스로에게 묻는 날

by 이민자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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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 데뷔한 지 이제 겨우 세 달이 지났다.
그동안 시리즈별로 글을 써 왔고, 한동안은 거의 매일같이 글을 올렸다. 어느새 구독자는 390명 가까이 되었고, 하루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들도 백 명이 넘는다. 남편과 친구 두 명을 제외하면, 모두 한 번도 얼굴을 본 적 없는 사람들이다.


처음에는 그저 쓰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하루라도 글을 거르지 않고 쓰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내 글에 댓글을 남겨주는 사람들의 수고가 떠올랐다.
매일 올라오는 글에 마음을 써서 반응해 주는 일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요일 하루만큼은 글을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앞으로도 글을 계속 쓰겠지만, 속도는 조금씩 줄여갈 생각이다.


그분들에게서 받는 이 과분한 마음 덕분에 지난 3개월 동안 거의 쉼 없이 글을 써 왔다.
글을 쓰는 일이 즐거웠고, 누군가에게 닿고 있다는 감각이 고마웠다.
그래서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문득 회의가 찾아왔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따뜻한 공감과 응원을 보내주지만, 가끔은 댓글 한 줄이 마음에 오래 남아 상처가 되기도 한다.
물론 그 말들이 누군가를 아프게 하려는 의도로 쓰였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아직 마음이 단단하지 못한 탓에, 작은 말에도 흔들릴 때가 있다.


나 역시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고 댓글을 남긴다.
하지만 글의 의도를 백 퍼센트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내가 느낀 대로 쓴 댓글이, 작가의 본래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 가능성마저도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또 하나의 고민은 시간이다.
댓글을 남겨준 사람들의 글을 모두 찾아 읽고, 가능한 한 성의 있게 답글을 남기려 하다 보니 정작 책을 읽을 시간은 거의 사라졌다.
퇴근 후 남편과 보내는 시간도 눈에 띄게 줄었다.


새벽 네 시에 일어나 글을 쓰고 댓글을 달고, 저녁 여섯 시부터 아홉 시까지 다시 글을 쓰고 댓글을 답한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순간 삶의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이야기를 글에 담는 일도 점점 조심스러워졌다.
남편은 참 자상한 사람이고, 함께 살아온 시간이 내게 큰 힘이 되기에 자연스럽게 글에 스며든다.
그런데 며칠 전, 늘 따뜻한 댓글을 남겨주던 한 구독자가 이미 남편을 하늘로 떠나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분의 글을 읽고 난 뒤에는 하루 종일 일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너무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였다.
퇴근 후에는 그 이야기를 남편에게도 조심스럽게 꺼냈다.
말로 다 전할 수는 없었지만, 그날은 괜히 더 조용해졌다.


나는 캐나다에 사는 한국계 캐나다인이다.
이민 온 지 20년이 넘었고, 아이들을 다 키워놓고 마흔아홉에 다시 공부를 시작해 토론토의 칼리지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지금은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혹시 자랑처럼 보이지 않을까 늘 조심한다.
남편 이야기도 절제해서 쓰고, 자식 이야기는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아주 조심스럽게 꺼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에게는 그것마저 자랑처럼 읽힐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그래서 오늘은 글을 올리지 않았다.
댓글도 쓰지 않았고, 다른 작가의 글도 읽지 않았다.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보고 싶었다.
왜 나는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며 글을 쓰고 있는 걸까. 왜 스스로를 이렇게 몰아붙이며 살아야 할까.


나는 브런치에서 출판사에 선택받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
나는 내 힘으로, 내 방식대로 책을 낼 계획이다.
이미 80편의 글을 썼고, 앞으로 올릴 글도 100편 가까이 남아 있다.
나는 내 글로, 내 길을 갈 것이다.


오늘의 멈춤이 끝이 아니라, 다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숨 고르기이기를 바란다.
계속 쓰기 위해서, 잠시 멈추는 선택도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앞으로는 모든 반응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마음을 닫지는 않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싶다.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되, 그로 인해 나 자신을 잃지 않는 글쓰기.
그 균형을 배우는 시간이 지금의 나에게는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오늘, 다시 묻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글을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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