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에 대하여

서문

by 일도

주역 서문


진리에 갈급하던 어느 시점, 나는 우연히 硏經연경 반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다. 일흔을 훌쩍 넘긴 선생님은 불교, 유교, 노자, 성경, 서양 철학까지 두루 섭렵한 분이셨다. 매주 삼십 명 안팎의 사람들이 모였지만, 서로 아는 척하거나 인사하는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신기하게도 선생님 역시 “잘 가시오”나 “또 오시오” 같은 말도, 악수도 하지 않으셨다. 나도 어느덧 知天命지천명의 나이에 이르러 더 깊고 높은 진리를 갈망하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 날, 선생님께 책에 사인을 부탁드렸다.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유영모 선생의 글귀를 써주셨다.


“首出高高 領玄外 要緊深深 以黃中”

(수출고고 영현외 요긴심심 이황중)


“너의 머리는 높고 높은 하늘 너머에 두고, 너의 가슴속 깊고

깊은 곳에 있는 황금—즉 진정한 중심—을 꺼내 사용하라”는

의미였다. 나는 그곳에서 3년간 공부했고, 선생님은 이후 5~6년을 더 강의하시다가 구십 초반의 연세로 세상을 떠나셨다. 나 역시그분이 걸어가신 길을 따르게 될 것이다.



『주역』은 기원전 1100년경에 쓰인 책이다. 공자는 기원전 5세기의 인물로서 주역에 해석을 붙였고, 주자는 『주역집해』를 남겨 후대 유학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주역』은 ‘변화의 책’이다.

하나가 64가지로 분화되어 나아간다. 이 64가지 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려면 ‘격물(格物)’의 과정을거쳐야 한다. 격물이란, 사물을 깊이 알려면 그것과 직접 부딪혀보아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나’라는 존재가 어떻게 64가지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여정이다.


주역의 말은 단순히 남의 말이 되어선 안 된다. 내 말, 내 삶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성경도 마찬가지다. 복음서가 단지 예수의 말로 머물러선 안된다. 그 말이 곧 내 이야기로, 내 삶과 연결되어야 한다. 예수의 말씀이든, 바울의 말씀이든 언제나 나와 직접 관계되어 있어야한다. 그래야 주역이 내가 되고, 내가 주역이 될 수 있다. 우리가 거울 속 사진을 들여다볼 때 결국 내 얼굴을 찾게 되듯, 주역은 곧 나 자신을 비추는거울이다.


많은 이들이 『주역』을 단순한 점치는 책으로 여긴다.

그러나 주역 1괘인 ‘건(乾)’의 처음 네 글자 “원형이정(元亨利貞)”만 봐도 그것은 오해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정(貞)’은 ‘정직할 정’이기도 하지만, ‘占점’과 함께 점복의 의미를 지닌다. 『주역』에서는 종종 ‘貞人정인’이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는 단순히 곧고 바른 사람이라기보다는, 점(卜)을 통해 바른 길을 묻고 그 이치를 따르는 사람을 의미한다.


즉, 占점은 단순한 예측이 아니라,

貞정은 그 점을 통해 도출된 올바른 길을 확인하고 실천하려는 태도이다. 주역이 점을 이야기한다고 해서 단순히 길흉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점은 우주의 질서를 묻는 도구이며, 정은 그것을 따르려는 실천의 의지다.


주역이 말하는 ‘변신’ 역시 점술적 의미를 넘어서, 우주적 원리와 섭리를 이해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영향을 받고 변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즉, 주역은 64가지의 변화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철학의 지도이다.


이와 같이 주역은 단순한 점술서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이며, 진리를 탐구하는 도구이다. 주역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도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붙들고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다.

주역의 가르침은 삶을 변화시키고, 우리를 더 나은 존재로 이끌어주는 깊고도 강력한 지혜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주역을 단순히 읽고 해석하는 데 머무르지 말고, 그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며 살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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