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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미 Jun 29. 2023

자존감 회복, 이렇게 해보세요

당신이 해결해야 할 문제

밤늦게 혼자 술을 자주 마신다는 친구 B의 눈동자는 공허했다. 무엇인가를 갈망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식어 버린 커피잔만 만지작거리던 친구는 뜬금없이 이혼하고 싶다고 했다.

    


연애 기간이 짧고 인격적으로 미성숙하며 결혼하는 나이가 어릴수록 결혼 생활에 실패하기 쉽다고 한다. 반면 순수한 사랑의 동기와 이해, 공통의 흥미와 목표가 있을 때 결혼 생활은 좀 더 행복할 수 있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 부부도 짧은 연애 기간 만큼이나 관계에 미숙했고, 8년이라는 나이 차이만큼이나 서로를 모르고 달랐다. 거기에 부모님, 육아, 친구 문제까지 우리 부부는 이혼할 만 가지 이유가 있었다.  

    

“다 먹을 수 있어? 한꺼번에 많이 사지마”

남편은 장에 가면 집어 드는 물건마다 트집을 잡는 사람이었다. 그런 날은 꼭 다투고 서러워서 울었고 함께 장 보러 가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애써 차린 밥상을 보며 반찬이 많다고 잔소리를 했고, 퇴근 후 냉장고를 열어 보고는 식재료 많이 사서 채우지 말고, 버리는 것 없게 하라며 지청구를 놓기가 일쑤였다. 나는 남편이 쪼잔해서 싫었다.

      

바르고 검소했던 남편은 별스럽지 않게 습관으로 한 말인데, 나는 죽자고 말꼬리를 잡았다.

싸울 때는 물불 못 가리다가 어떤 방향으로든 다툼이 끝나고 나면 ‘참을걸’ 자책하곤 했다. 죄책감을 이겨내기 위해 오히려 나쁜 사람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해 뻔뻔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목에 핏대를 세우며 조목조목 남편의 잘못을 따져 물어 항복을 받아내도 속 시원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쑥대밭이었고 관계는 틀어져 오해만 깊어졌다. 나는 화만 안내면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쩌면 해결해야 할 다른 문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사진: Unsplash의Amy Sibert

직장에 다녔던 B는 쉽게 감정적인 사람이 된다고 했다.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닌데 상대의 말에 쉽게 감정이 상해 부부관계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힘들 때가 많다고 했다. 감정이 튀어나올까 봐 마땅히 말해야 할 때 말하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그때 이 말을 했었어야 하는데’ 후회하며 이불킥을 하거나, 묻어 든 감정이 와르르 쏟아져 나와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손해를 보기도 한다고.

      

윤홍균 박사는 그의 책 <자존감 수업>에서 자존감이 회복된 사람에 대해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대화 중 참지 못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B는 예전의 나처럼 자존감이 회복되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런 B에게 상대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감정을 잘 다루면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세 가지를 알려주었다.  

   

목소리 톤을 낮추어 말하라. 마음에 들지 않거나 흥분하면 목소리부터 커지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경향성이다. 괜찮다.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니까. 그래도 당신이 분노를 다스리기 원한다면 목소리 톤은 아래로 낮추어보라. 목소리를 높은 도에서 낮은 도로 낮추려면 호흡도 필요하고 의식적 노력이 필요한데 이렇게 하면 감정을 가라앉히기 쉬운 상태가 된다. 이 방법이 좋은 것은 내 감정을 스스로 자유롭게 다루는 느낌이 들게 하고 스스로 대견하게 바라보게 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훈련되면 자존감이 회복된다.

    

우리 부부는 의견이 대립 되거나, 감정이 상해 다투다가 서로 “목소리 좀 낮춰”라고 말한다. 그 말에도 기분이 나쁜 건 사실이지만 막장드라마를 찍지 않으려면 들어야 한다. 그렇게 톤을 낮추다가 빵 터져 웃고 다툼을 끝낸 적도 있다.

     

사진: Unsplash의Leighann Blackwood

두 번째로는 평상시 했던 말을 반대로 해보는 것이다. 다투다 보면 극단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부부라면 “그래 이혼해” 이런 마음에 없는 소리를 먼저 내지른다. 그동안 충분히 나쁜 말 많이 했다면 이제는 반대로 해보자. 이렇게 말해 보는 것도 좋겠다. “그래. 나는 당신 없이는 못살아. 그러니까 그만할게.” 이렇게 말하는 것만으로 자동 목소리가 낮아진다. 충분히 지혜를 발휘해 진짜 원하는 상황, 더 발전된 상태를 다투는 중에도 입 밖으로 내뱉으면 감정이 가라앉는다. 이렇게 하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선명해진다. 자신의 감정을 찾게 되고 자신을 잘 알고 이해하는 일은 자존감 회복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

    

말하는 대로 된다고 했다. 아들에게 쓰레기 같은 욕을 내뱉는 것이 습관이었던 개그우먼 이성미 이야기를 들어보니 하나님이 이렇게 음성을 들려주셨다고 한다. ‘네 아들 네가 말한 대로 되게 해줄까?’ 그렇다. 말에는 생명력이 있어 말한 대로 된다. ‘말하는 대로 맘먹은 대로 될 수 있다고’ 노래 가사에도 있지 않은가.  

    

마지막으로 매일 다이어리에 하루 한 가지씩 자신을 칭찬하는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아주 작은 것 하나를 칭찬해라. 웃어준 거, 잘 참아준 거, 특별히 나 자신을 받아들이며 용서하고 모두에게 더 좋은 선택을 한 일에 대하여 칭찬하라. 휴대 전화 적게 사용한 일, 청소한 일, 산책한 일. 한 장이라도 책을 읽은 일 등 무엇이든지 좋다. 조금씩 변화되고 발전하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은 자존감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하기로 선택할 뿐 상대가 나를 사랑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다. 어쩌면 바라는 마음, 갖가지 요구들 때문에 다툼이 되는 거니까. 상대가 요구 사항에 기꺼이 응해주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안전하게 함께 하려면 이해하고 참고, 덜 이기적이어야 할 뿐 아니라 양보하고 억울할 때도 그러려니 견뎌야 한다. 그런다고 고마워하지 않으며 알아주지 않을 때가 더 많은 것이 죄 많은 인간의 본성이니까. 그러니 무엇보다 먼저 사랑하라. 사랑은 주는데 기쁨이 있고 좋은 선택은 자존감을 키우는 훌륭한 도구가 된다.

     

우리의 사랑이 충분히 여유 있고 크거나 대단한 의기가 있어서가 아니다. 너희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뿌린 씨앗이 다시 넘침과 감사로 안겨 올 것을 기대하는 믿음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저 주고 자족하며 우리가 짊어져야 할 짐을 지고, 책임을 다하려는 선함을 지향하는 삶이 아름답지 아니한가.      


사진: Unsplash의Carli J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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