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가 양자컴퓨터를 포기했다 — 양자컴의 현재

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22

by herbom헤르봄

골드만삭스가 양자컴퓨팅 조직을 해체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월가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이 기술에 투자하던 회사였다.

아마존과 함께 연구진을 구성하고 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할 알고리즘을 개발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의미 있는 투자 성과를 내려면 논리 큐비트가 최소 800만 개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고,

현재 기술로 구현한 건 100개 미만이다.

현재 시점의 기술로는 이 알고리즘을 수백만 년 동안 돌려야 답이 나온다는 계산이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시점의 기술로 단순 계산하면 수백만 년이 걸린다는 것이 골드만삭스의 판단이다.

그리하여 골드만삭스는 본인들은 기다릴 수 없는 시간이라는 결론을 내고 떠났다.


그렇다면 양자컴퓨터는 끝난 것일까

그렇지 않다.

글로벌 주요 은행 50곳 중 80%가 여전히 양자컴퓨팅 분야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JP모간은 50명이 넘는 연구진을 유지하며 포트폴리오 관리·보안 분야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HSBC는 IBM과 협력해 양자컴퓨팅으로 채권 거래를 시연했고,

매매 예측 정확도가 34% 개선됐다는 결과도 나왔다.

골드만삭스가 포기한 건 양자컴퓨팅 자체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골드만삭스가 포기한 건 '양자 우위'다.

양자컴퓨터가 모든 면에서 기존 컴퓨터를 압도하는 전면 승리 시나리오가 너무 멀다는 판단이다.

반면 JP모간과 HSBC는 '양자 이점'을 챙겼다.

특정 계산에서만 부분적으로 도움을 받는 이점이라도 먼저 챙기겠다는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현재 위치를 솔직하게 파악해 보자.

2026년 지금의 양자컴퓨터는 에러가 많고 규모도 작아서

대부분의 실용적 과제에서 기존 컴퓨터를 이길 수 없는 과도기다.

비유하자면, 비행기가 발명됐지만 아직 10미터밖에 못 나는 라이트 형제 수준인 것이다.

비행기의 미래가 있다는 건 맞지만 지금 항공권을 팔면 안 되는 단계인 것.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타임라인은

제약·화학·암호 분야에서 초기 상업 적용이 가능한 시점은 2027~2030년,

본격 상용화는 2030~2035년, 광범위한 채택은 2035년 이후이다.


작년에 양자컴퓨터 붐이 일면서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올랐다.

그리고 올해 초 크게 급락했다.

또 올해 4월에는 엔비디아가 양자컴퓨팅 전용 오픈소스 AI 모델 아이싱(Ising)을 공개하고

양자 기업들을 공식 파트너로 지명하면서 관련 주가가 다시 급등했다.

거대언어모델을 학습시키는 과정에서

일부 연산을 양자 알고리즘에 맡기면 학습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이다.

아이온큐와 디웨이브 퀀텀은 한 주 만에 50% 넘게 올랐다.

이런 식으로 호재나 악재 뉴스가 나올 때마다 주가가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될 것이다.

원래 꿈을 먹는 업계들은 그렇다.

중간에 잡음이 많고 확신이 흔들리는 구간이 반복된다.

골드만삭스의 조직 해체 같은 부정적 뉴스가 나오다가도

엔비디아 아이싱 발표 같은 긍정적 뉴스가 나오면 다시 올라간다.


안타깝지만 방향이 맞아도 시기를 잘못 잡으면 기다림이 너무 길어질 수 있다.

누군가는 엔비디아라는 이름에 열광해 뛰어들고 누군가는 800만이라는 숫자에 절망해 떠난다.

기술의 필연성을 믿는다면 '보유'하되,

자본의 효율성을 믿는다면 골드만삭스처럼 '관망'하는 것이 답일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이 기술이 완성되는 날 세상은 바뀌겠지만,

그날까지 투자자의 포트폴리오가 버텨줄지는 기술이 아니라 인내심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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