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기다린다, 우리는 알고 있는가

세무사 출신 엄마의 매일 경제 읽기 — 03

by herbom헤르봄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는 빅브라더가 등장한다.

모든 시민을 24시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 권력.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읽은 기사는 그게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프리카 11개국이 중국으로부터 약 3조 원어치의 AI 감시 기술을 도입했다.

AI 안면인식, 번호판 추적 시스템.

도입 명분은 치안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범죄자를 잡는 데 거의 쓰이지 않았고,

정치적 집회를 탄압하는 데 활용됐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었다.

아프리카인들의 안면 데이터가 중국 서버로 전송되고 있다는 것.

수억 명의 아프리카인 얼굴이 AI 훈련 데이터로 쓰이고 있다는 것.

아프리카 국민들은 이걸 알고 있었을까.


이 기사를 읽으며 오래전부터 어렴풋이 느끼던 것이 구체화됐다.

거대한 자본은 먼저 인프라를 놓는다.

도로를 깔고, 항만을 짓고, 통신망을 세운다.

돈이 없는 나라는 그 제안을 거절하기 어렵다.

그렇게 인프라가 깔리고 나면, 그 위에서 데이터가 흐른다.

기술이 심어지고, 의존이 생긴다.


스리랑카는 중국의 차관을 갚지 못해 항구를 99년간 임대했다. (인도양의 핵심 항구)

잠비아는 국영 전력회사 지분을 넘길 뻔했다.

아프리카는 감시 데이터를 내어주고 있다.


악어는 서두르지 않는다. 물속에서 입을 벌리고, 오랫동안 기다린다.


그렇다면 나는,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국가 전략을 개인이 바꿀 수는 없다.

거대한 자본의 흐름을 개인이 막을 수도 없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아는 것이다.


나는 두 가지를 하기로 했다.

하나는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내가 쓰는 앱, 내가 투자하는 ETF, 내가 거래하는 플랫폼.

그 안에 어떤 자본이 얼마나 들어와 있는지.

알고 나서 쓰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종속이 아니라 선택이 된다.


또 하나는 흐름을 읽고 그 위에 올라타는 것이다.

거대한 자본이 움직이는 방향이 있다면, 그 흐름이 만들어내는 수혜가 어디에 있는지 찾는 것.


결국 이 두 가지는 같은 말이다.

눈을 뜨고 있는 것.

아프리카 국민들이 데이터를 내어준 건 몰랐기 때문이다.

스리랑카가 항구를 잃은 건 몰랐기 때문만은 아니지만, 알았다면 달랐을 수도 있다.


나는 매일신문을 읽는다.

거창한 이유가 아니다.

악어들 어디서 기다리는지, 오늘도 확인하기 위해서다.



오늘의 한 줄

악어가 어디서 기다리는지 알면, 악어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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