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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Apr 28. 2022

시골에서는 못 살아요!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우리 가족은 중소도시에 살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곳의 중소도시는 그 지역의 가장 대표적인 도시라해도  '중 '보다는  '소'에 가깝다. 특히 내가 사는 지역은 더 그렇다. 차를 타고 10분 정도만 이동하면 논, 밭, 과수원 다 볼 수 있다. 그래도 여기는 좀 더 큰 도시다. 백화점도 있고, 대형 브랜드의 3대 마트도 모두 있다. 대학병원도 아주 크게 있고 대형종합병원도 여러 개 있다. 대학교도 여러 개 있고, 중 고등학교도 선택할 수 있는 보기가 여러 개 있다.

 

 전에 살던 도시는 좀 더  '소'규모의 도시였다.  삶에 필요한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추어져 있는, 화려하지 않지만 욕심부리지 않으면 편안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도시였다. 전원 생활을 꿈꾼다면 안성맞춤인 도시였다랄까.


 나도 이 조용하고 예쁜 도시가 좋았다. 휴일에 갈 수 있는 휴양림도, 공원도 많은 이 도시에서 사는 건 나름의 즐거움이 있었다.  운전이 미숙한 나에게 혼잡하지 않는 도로와 널널한 주차장도 나에겐 큰 기쁨이었다.


 그런데,평범하지 않은 둘째가 태어나고 나는 그 도시가 너무 싫었다. 인프라의 부족. 교육 및 의료 인프라가 없어도 너무 없는 그 조용한 소도시가 너무 싫었다.


 모든 것을 다 거절 당했다.


  치료센터는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밖에 없어 선택권도 거의 없었고, 설령 선택한 자리라 해도 대기가 있었다. 어느 센터에서는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 하는 우리 아이를 받아줄 수 있는 선생님이 없다고도 했다.


 운 좋게도 집 근처 대학병원 치료실에서 보바스(대근육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치료실은 1평 남짓, 지하였다. 보바스를 받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사는 지역에는 보바스를 전문으로 하는 치료사는 그 분 한 분 뿐이었다... 그러다가 긴 대기 끝에 조작치료(소근육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는데 수업 공간이 화장실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방에 딸려있는 1인 화장실을 개조한 공간이었는데 변기는 어쩌지 못 하는지 그대로 있는, 1평도 안 되는 공간에서 내 작은 아이는 수업을 받았다. 그리고, 그 수업 공간에서 열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영안실이 있었다. 관을 이동하는 모습도 내 평생 처음 봤다. 안고 있었던 내 아이도 함께 봤다.


 그 어느 누가, 자기의 소중한 자식이 이런 공간에서 공부하길 원하는가? 그리고 가르치고 싶어하는가?


 절망스럽고 화가 났다. 평범하지 않은 내 아이가 받는 대우는 공간에서부터 이미 차별받고 있었다.      시에 건의하고 호소했다. 돌아오는 것은 무변화였다.


 어린이집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겨우 알게되어 찾아간 통합 어린이집에서 6개월을 간신히 버티고, 퇴원을 권유받았다. 우리 아이를 더 이상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이해해 달래고 했다. 늘 나는, 이해해달라는 말을 듣고,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들의  이해해야 하는 변명에 대해 공감하고 싶지 않다.


 병원도 그렇다. 평범하지 않은 아이의 발달추적을 할 수 있는 병원이 없어서  정기적으로 받는 진료 5분을 위해 2시간 넘게 고속도로를 달려야 했고, 아무런 긍정적인 이야기도 못 듣고  2시간을 또 달려서 돌아와야 했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는 날에는 달려간 소아과에서도 한의원에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은 나의 아이는 살기 위해, 좀 더 이 상황들 때문에 화가 나지 않기 위해, 조금 더 큰 도시로 이사를 결정했다.


  환경이 좀 더 복잡해지고, 쓰는 돈이 더 많아졌다. 그래도 여기서는 선택할 수 있고, 영안실 옆 화장실 교실도 없고, 유치원도 갈 수 있다. 소아과가 아주 많고 심지어 너무 친절한 의사 선생님 덕에 내가 힐링하고 오는 날도 있다.


 이제 곧 학교에 갈 때가 되어, 진학을 위해 타도시로 이사도 또 생각 중 이다. 살아야하니까.


 오늘 나는 이 글을 쓰며 불공평하고 부당한 공간에서 숨쉬던 과거의 나와 내 아이에게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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