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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 엄마 Apr 29. 2022

특별한 아이를 원했습니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나의 아이는 평범하지 않다.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첫째가 이제 혼자서도 숟가락질도 잘 하고, 기저귀도 떼고, 잘 뛰어다니는 그 무렵.

   

 또래 주변에서도 둘째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해서인지, 이제 곧 육아 휴직이 끝나간다는 마음에 성급해져서 인지 나는 둘째가 얼른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능력과 나의 몸과 마음 상태는 거들떠 보지도 않고 하게 키울 수 있을 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에 더 욕심을 부렸나보다.

  

 큰 어려움 없이 둘째를 갖게 되었고, 하늘에는 특별한 아이를 달라고 기도했다. 아인슈타인처럼 비상한 두뇌를 가진 특별한 아이, 김연아처럼 하늘이 내린 스포츠 실력을 가진 특별한 아이, 김태희처럼 아주 아름다운 특별한 아이를 달라고 기도했다.

  

 유난히 동요'작은 별' 노래를 좋아하는 첫째의 영향도 있었지만 아이가 자기 인생에서, 그리고 이 세상에서 반짝 반짝 빛나는 별처럼 태양처럼 살기 바라는 마음으로 태명도 '반짝이'라고 지었다.

 

 우리 '반짝이'는 엄마의 기대처럼 엄마의 뱃속에서 잘 자라 주었다. 각종 산전 검사들을 아주 안전권에서 양호하게 통과했다. 주수에 맞게 몸무게도 늘고, 키도 잘 자랐다. 평소 몸이 약했던 내가 문제라면 문제였지 우리 '반짝이'는 아주 잘 자랐다.

 

 출산이 다가올 그 무렵, '반짝이'가 역아로 자리잡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첫째는 자연분만을 했기 때문에 당연히 둘째도 자연 분만을 생각하고 있던 내게 수술로 분만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아이 방향을 바꾸는 자세를 취해봐도 우리 '반짝이'는 똑바로 앉아 조금씩 더 커갔다. 그렇게 고집이 쎈 공주님은 분만하는 날까지 똑바로 앉아 있었다.

 

 수술이 끝나고 쪼글거리는 몸으로 아빠 가슴 위에 놓여져 세상의 차가운 공기를 느끼던 '반짝이'는 손가락,발가락 10개씩 다 있는 정상적인 아이로 마취에서 덜 깨 비몽사몽한 내 품에 안겼다.


  '특별한 아이로 커주렴.'

 엄마의 큰 바람, 그리고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 바람을 온 몸에 간직하고 세상에 나온 '반짝이'는 모유도 잘 먹었고, 잠도 잘 잤다. 눈을 뜨고 똘망똘망 세상을 바라보기도 하고 배시시 웃기도 했다.  

 그렇게 백일이 지났다.

 

 엄마로서 나는 부족했지만 그래도 아이는 잘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지 백일쯤 반짝이는 감기에 걸렸다. 여름 감기라 쉽게 지나갈 거라고 생각했던 나의 오만함은 산산조각이 났다. 감기는 끝나지 않고 두달여를 괴롭혔다. 병원에서도 아이가 너무 어려워 쓸 수 있는 약이 거의 없다고 했다. 내 몸이라도 잘라서 끓여 먹여 낫는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완쾌를 간절히 바랬지만 상태는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반짝이'는 그 무렵 잠도 많이 자고, 토도 많이 했다. 먹는 족족 토하는 거 같았다. 모유도 거의 나오지 않아 분유로 바꿨는데 많이 먹지도 않았고, 초기 이유식이며 그 뒤 중기 이유식이며 먹는 것의 반 이상은 토하는 것 같았다. 매일 매일 너무 괴롭고 슬펐다. 엄마로서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호명반응도 없고, 눈맞춤도 없다고 느낀 그 무렵,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았다. 그 갸녀린 팔에 숨어 있는 정맥에도, 동맥에도 바늘이 꽂혔다. 머리에는 각종 전선을 연결하고 붕대를 감았다.


 이상 없음.


 진단과는 다르게 아이는 평범하지 않게 자랐다. 처음에는 자라지도 않는 듯 했다. 고통 속에서 시간은  나한테만 흐르는 것 같았다.


 욕심 많은 엄마에게 하늘이 주신 건, 특별한 아이가 아니라 특수한 아이였다.

 

 미안해. 지금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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