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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서스 Oct 21. 2024

빅 프리즈, 빅 크런치, 그리고... 빅 뱅

1. 서론


가끔 언급했듯이 저는 '문송합니다.'로 30년 가까이 살아온 문돌이입니다.


고1때 (저에게 수학 쪽 재능이 있다는 걸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들어온 검사짱 돌림노래의 영향으로) 인문계열을 선택하고 대학도 법학과로 진학했었죠. 대학 간 이후에는 (1학년 때 잠시 교양수업으로 우주진화론 들은 거 외에는) 수학-과학 쪽은 아예 볼 일도 없었습니다.


다만, '취미'로 과학적 지식을 쌓는 건 지금도 좋아합니다. 물론 어려운 공식 같은 거 나오면 이해할 수도 없고 이해하려는 노력도 안 하지만 그래도 가끔 과학다큐 찾아보고 고생물학 관련 유튜브도 보긴 합니다. 소설 쓸 때에도 SF 장르를 버리지 않고 주기적으로 한 편씩 쓰고 있구요.


재작년까지는 BBC 다큐멘터리도 자주 봤었습니다. 물론 여기서 BBC는 영국 국영 방송을 말하죠. 가끔 19금 야설 작가로서 소재 발굴을 위해 또 다른 의미의 BBC들이 활약(!)하는 영상을 찾아볼 때도 있습니다만(;;) 공식적으로는 영국 BBC의 과학/역사 다큐멘터리를 시청하곤 했었습니다.



그 BBC 다큐멘터리 중에 '브라이언 콕스'라는 천문학 교수님이 진행하는 우주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는데요. 한국에서 브라이언 콕스 검색하면 무슨 미국 영화배우 이름이 제일 먼저 뜨고 나무위키 쪽도 이 배우 관련 챕터만 있습니다. 영국의 천문학 교수님에 대해 관심 갖는 한국인이 얼마 안 되나 봅니다;;


사진은 몇 개 있는데, 이 브라이언 콕스 교수님은 딱 봐도 정말 공부 잘하게 생겼고 또 평생 공부만 하면서 그걸 즐겨 온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우주론에 대해 이야기할 때에는 본인 스스로 즐거워하면서 설명하곤 하죠.


그 설명 중 '우주의 미래'에 대한 게 있습니다. 열역학 2법칙에 따라 우주 전체의 엔트로피가 계속 증가하고 그에 따라 모든 우주의 에너지가 골고루 퍼져 절대0도가 되면 결국 우주는 완전히 멈춘다는 게 브라이언 콕스 교수님의 설명입니다.


이 설명에 따르면, 블랙홀(Black Hole)도 조 단위의 시간이 흐르면 증발해 버리고 그 에너지를 다 잃어 절대0도로 귀속한다고 합니다.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빛(광자)까지 중력으로 흡수해 버리는 블랙홀이 '증발'한다는 게 선뜻 이해가 되지 않지만, 위대한 과학자 '스티븐 호킹'께서 블랙홀이 증발하는 원리를 공식으로 증명하셨다고 하네요. 저는 당연히 그 공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그렇다고 합니다.



우주 전체의 에너지가 균등해져 절대0도가 되고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상태.


다큐멘터리에서 이 설명을 들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최근에 문득 기억이 나서 다시 돌이켜보니 어릴 때 본 과학대백과 사전에서는 또 다른 가설도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증명은 안 됐을 것 같지만 또 다른 우주 모델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 검색을 해 봤더니... 다른 가설이 있긴 있네요. '빅 크런치'에 대한 가설입니다.


오늘은 우주의 종말에 대한 가설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이게 제 SF작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될지는 나중에 고민해 봐야죠.



2. 본론


(1) 빅 프리즈 (Big Freeze)


서론에서 언급한 BBC 다큐멘터리의 결론이 '빅 프리즈'입니다. 우주 시공간이 끝없이 팽창하고 또 그 과정에서 모든 물질이 분해되어 에너지(주로 열에너지)로 변했으며 그 에너지마저도 무한히 넓은 시공간에 균등하게 배포하면서 결국 우주의 모든 지역이 절대0도에 수렴하는 상태를 말합니다.


우주가 이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리는지는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이후에서 소개할 아시모프 단편작 '최후의 질문'에서는 10조 년이 지났을 때 빅 프리즈 상태가 된다고 하고 있습니다만, 이는 생화학 분야 과학자였던 아시모프가 본인 시대(대략 1960년대)의 천문학 가설을 토대로 한 것일 뿐이고 추가 연구에서는 10조 년보다 훠~~~~얼씬 더 긴 시간이 흘러야 된다고 한답니다.


10조 년보다 더 길고 긴 시간. 경, 해, 그 위 무슨 단위 등등을 끌어들이는 건 쉽지만 구체적으로 실감하긴 어렵습니다. '시간을 재는 것도 의미 없는 일이 되고 오로지 [간격]만이 존재할 때' 라는 표현이 더 낫습니다.


빅 프리즈에 이르려면 블랙홀까지도 모두 증발해 버리고 우주 공간에 원자 내지 그 구성물질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으며 물질이 에너지로 바뀌어 그 에너지도 우주 전체에 완전히 동일하게 분포해야 합니다. 시공간이 무한으로 팽창했으니 '에너지의 동일한 분포'는 사실상 0이라는 거죠. 끝없이 넓고 허무한 시공간에 단 한 점의 빛도, 에너지도 없는 상태입니다.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죠. 45억 년의 지구 역사, 50억 년의 태양 역사, 138억 년의 현재 우주 역사로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보면, 138억년 되었다는 현재의 우주는 매우 젊고 활기 넘치며 싱그러운(!) 시공간입니다. 우주 곳곳에 뜨겁게 타오르는 항성들이 조~경 단위로 널려 있고, 그 항성들이 타고 남은 잔해가 뭉쳐 블랙홀이 되거나 / 새로운 항성으로 다시 태어나며, 그 항성의 에너지를 받은 행성 중에서는 일정 확률로 (하지만 몇억년의 시간 범위 내에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생명체가 등장합니다. 그 생명체들은 각자의 본능에 따라 미친 짓을 하며 우주의 에너지를 소모하는 데에 아주아주 사소하게 기여를 하곤 합니다.


100년도 못 살 우리 인간에게 138억 년의 우주 역사는 별 의미가 없고, 경~해 또는 그 이상 단위로 이어지는 미래의 허무공간 같은 것도 전혀 의미 없습니다만... 그래도 상상해 볼 수는 있죠.

모든 것이 아득하게 소멸하여 정보조차도 사라진 절대 허무 시공간. 그걸 상상할 수 있는 게 우리 지성체들의 특권입니다. 지구의 에너지를 소모하며 더욱 더 격렬하게 환경을 파괴하고 있는(!)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2) 빅 크런치 (Big Crunch)


브라이언 콕스 교수님의 다큐멘터리에서는 빅 프리즈 상태만 다루고 끝내는데, 제가 어설프게 주워들은 지식으로는 이러한 '절대 허무 시공간' 결론 외에 또 다른 결론이 있습니다. 무한으로 확장되던 우주가 어떤 계기로 인해 역으로 축소되기 시작하고 결국 다시 하나의 점으로 찌그러진다는 거죠.


지구와 태양계 정도는 먼지 급으로 만들어 버릴 만큼 아득하게 넓어진 우주가 다시 털끝만한 점으로 찌그러진다. 생각해 보면 이것도 무서운 일입니다. 모든 물질을 에너지로 바꾸고 나서 극도로 압축시킨 상태일 테니, 그 작은 점의 온도는 우주 하나를 통째로 소멸시킬 정도로 뜨겁겠죠.


블랙홀(Black hole)급에서는 '빛도 탈출할 수 없는 중력'이 발생하는데, 그래도 이 단계에서는 물질이 존재하긴 합니다. 그 물질들이 모두 에너지로 변화되고 그 에너지가 무한으로 압축되면서 모여든다면 뭐...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러한 빅 크런치 현상이 실제로 일어날지 아닌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빅 프리즈 상태에서 뭔가 암흑물질의 중력 같은 게 개입하면 무한팽창이 멈추고 축소되기 시작할 거라는 가설이 있긴 합니다만 증명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BBC 다큐멘터리에서도 빅 프리즈까지만 다루고 빅 크런치는 다루지 않는 거겠죠.


그런데, 실제로 빅 크런치가 생겨났다면 이 '무한에 가깝게 뜨거워진 에너지 덩어리'는 또 한 번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바로 [새로운 우주의 탄생]이라는 변화 - 빅 뱅(Big Bang)입니다.



(3) 빅 뱅 (Big Bang)


빅 뱅. 한국에서는 가수 그룹 이름으로 유명합니다. 그 멤버 중 한 명이었던 누군가가 '불타는 태양'이라는 클럽을 이용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기도 했죠;;


한국 한정으로는 약간 부정적인 느낌입니다만, 원래의 빅뱅은 꽤 멋진 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와 태양계를 비롯한 모든 것이 만들어진 첫 출발점'이니까요.


우리 우주도 처음에는 '무한에 가까울 정도로 뜨거운 에너지 덩어리'였습니다. 이 에너지 덩어리가 폭발하면서 엄청난 속도로 팽창해 갔고, 그 폭발로부터 비교적 짧은 시점(우주적 측면에서 몇천만년 정도는 짧은 편이라고 하죠)에 물질이 탄생했습니다. 순수한 에너지는 소립자의 형태를 거쳐 원자가 되었고, 가장 간단한 원자였던 수소(H)원자는 항성을 이루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며 빛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빅 크런치를 맞아 다시 에너지 덩어리로 압축되었던 우주는 그 시작 단계와 비슷한 상태에서 다시 한 번 폭발합니다. 빅뱅을 시작하면서 새로운 우주가 되는 거죠.

에너지로 전환되어 사라졌던 물질들이 다시 등장하고, 몇십억~몇백억년 후에는 우리 지구와 유사한 암석행성에서 또 다른 지적 생명체가 태어날 수도 있을 겁니다. 몇십억년 이상의 단위와 끝없이 넓은 우주 공간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우리 인간들과 거의 비슷한 탄소생명체가 생겨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무한히 낮은 우연함이라 해도 무한한 경우의 수를 돌릴 수 있으면 필연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빅 프리즈 - 빅 크런치 - 빅 뱅 3단 순환이 무한히 이어진다면... 어쩌면 그게 불교~힌두교 등에서 말하는 '윤회전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시간 단위가 달라지긴 하겠지만 어차피 경~해 넘어가면 시간을 재는 게 의미가 없고 [간격]만 존재하게 되니 대충 이해할 수 없는 시간은 넘어간다 치면 얼추 비슷해 보입니다.



우리 인간 개개인은 우주 전체에서 티끌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입니다만, '윤회전생'을 통해 무한한 간격 너머에서 필연적으로 반복 출현할 수 있다면 의외로 중요한 존재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인간 같은 지성체들이 빅 프리즈 - 빅 크런치 - 빅 뱅 3단 순환에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르죠.


이 거대한 우주적 상상력을 소설로 구현한 게 바로 아이작 아시모프입니다. 단편소설 [최후의 질문]은 그 아득한 스케일만으로도 경외감을 불러 일으킬 정도죠.


'최후의 질문'이 어떤 내용인지는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가볍게 검색만 하면 다 나오는 건데 제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겠죠.


제가 그 아득한 스케일을 반영한 소설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양한 상상을 해 봅니다만 우주 자체를 창조하고 소멸시키며 다시 창조하는 수준에서 어떤 스토리를 꾸며 갈 수 있을지 감을 못 잡겠습니다.


그래도 상상은 해 봐야죠. 티끌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가 우주 그 자체를 꿈꾸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하찮은 지성체들에게 최고의 낭만일 테니까요.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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