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종종 그러하듯이 엽기 잔혹 소재를 들고 왔습니다. 동족포식(同族捕食). 불길하고 찝찝한 제목이긴 합니다.
일단 출처를 밝혀야겠죠. 지난번 '비황메뚜기'에 대해 썼을 때처럼 유튜브 [과학드림]을 참조했습니다. 과학드림에 '사람고기를 먹으면 안 되는 합리적인 이유'라는 주제의 영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나서 드는 의문 및 기존에 나온 동족포식 작품들을 정리해 보고 제 나름대로 시나리오를 짜 보도록 하겠습니다.
(1) 과학드림에 나온 주요 가설 : 기생충 및 각종 질병 오염 가능성으로 인해 동족포식을 피하게 됨
(2) 과학드림에 소개된 가설에 대한 반박 : 효율성은 좋을 듯
(3) 창작물의 동족포식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소일렌트 그린
- 공포엽기 영화는 너무 많아서 대충 패스
(4) 개인적으로 구상한 시나리오
순서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과학드림에 나온 주요 가설 : 기생충 및 각종 질병 오염 가능성으로 인해 동족포식을 피하게 됨
과학드림을 비롯한 다수의 과학(유사과학 포함) 유튜브에서 '동족포식'을 다루고 있고 또 그 영상 대부분은 조회수가 높습니다. 과학드림에서도 사람 간 동족포식을 다룬 영상의 조회수가 다른 영상 대비 10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더군요. 엽기적이긴 하지만 흥미로운 소재인 것 맞는 듯 합니다.
일단 '사람 간 동족포식'은 사냥 성공률 측면에서 매우 비효율적이긴 합니다. 사람끼리 싸워 보면 알겠지만 사냥(?)하는 게 매우 어렵죠. 서로 대등한 지적능력과 무기사용능력을 보유한 데다 그 '무기사용능력'이 지구상 어떤 생물보다도 탁월하게 진화해 버렸거든요.
과학드림 채널에서는 이렇게 '사냥하기 어렵다'는 문제점도 지적하지만, 그것보다는 '기생충 및 각종 질병 오염 가능성'을 더 강조하고 있습니다. 생물학 전공하시는 과학자들도 [기생충 및 질병 오염 가능성 때문에 본능적으로 동족포식을 피하게 되었다.]는 가설을 많이 밀고 있는 것 같더군요.
동족포식을 할 경우 가장 치명적이고 무서운 게 '쿠루병'입니다. 한때 지구를 벌벌 떨게 만들었던 광우병(mad cow disease)의 인간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뇌(腦) 안에서 변형 단백질 '프리온'이 발생하고 이게 연쇄적으로 뇌세포를 변이시키면서 뇌 기능을 망가뜨려 버리는 무서운 병입니다.
광우병의 경우 인간이 소 사료를 만들면서 '효율을 위해' 기존에 도축한 소의 부산물을 갈아넣은 게 문제였는데요. 식용으로 쓸 수 없는 소의 뇌(腦)를 갈아서 소 사료에 섞었다가 변형 단백질 프리온이 사료에 들어갔고 이 사료를 먹은 소가 픽픽 쓰러져 죽었었습니다. 한때 우리나라도 이 광우병 때문에 난리였죠.
(* 광우병 사태 당시 우리나라 한우들도 미국산 사료를 대량 섭취하고 있었다는 건 안 비밀. 미쿡 소를 먹을 바엔 청산가리를 먹겠다는데 코리안 카우들도 미국사료 먹고 있었다는 건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모른 척. 이걸 보도하는 언론도 거의 없었습니다. 우리몸에 우리건데 미국사료 왠말이냐 신토불이 신토불이 신토불이야~~)
아무튼 인간광우병 '쿠루병'은 인간의 뇌와 내장을 먹는 전통(?)이 있던 사람들에게 발생했었다고 합니다. 굳이 사진까지 찾아보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과학드림에서는 쿠루병 사례 말고도 '동족포식시 기생충 및 질병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의 근거를 몇 개 더 제시합니다. 박쥐에서 인간으로 넘어왔다는 코로나 바이러스, 중동 낙타를 조심해야 한다고 난리쳤던 메르스 바이러스 등 이종(異種)간 감염은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켜야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드물게 일어나는데 / 인간-인간 사이의 동종(同種) 감염은 매우 쉽게 일어난다고 하죠.
또 하나의 근거로 제시하는 게 '대변 냄새'인데요. 인간/돼지/소 3종류의 대변 냄새를 맡게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은 인간의 대변 냄새를 가장 싫어했다고 하는데, 이건 '동족의 분변은 기생충 및 질병 오염 가능성이 높아서 이를 혐오하도록 적응진화했다'는 증거라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가설을 뒤집으면... [기생충 및 질병 오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면, 역으로 동족포식의 효율성이 가장 좋은 거 아닌가?] 라는 가설이 탄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게다가 우리 인간에게는 기생충 및 질병 오염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는 강려크한 방법이 있습니다. '불'이죠.
네. 우리 인간은 불로 고기를 구워버릴 수 있습니다. 고기에 있던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등 어지간한 건 다 업화의 불길로 정화시킬 수 있죠. 물론 뇌를 파괴하는 변형 단백질 프리온은 업화의 불길로도 막을 수 없습니다만 그거 빼면 거의 다 정화 가능합니다.
이렇게 불로 구워서 정화 가능하다면... 인간 동족의 고기는 효율적일까요?
항을 나눠서 써 보겠습니다.
(2) 과학드림에 소개된 가설에 대한 반박 : 효율성은 좋을 듯
우선 대략 37년 전 국딩 때 기억부터 되새겨 보겠습니다. '개고기'에 대한 것입니다.
(* 절대 N소프트 회사의 L니지 게임을 까려는 의도가 아닙니다. 진짜 오리지널 개고기 얘깁니다.)
제가 국딩6학년이던 시절에는 개고기를 섭취하는 데에 법률적인 문제가 없었어요. 학교쌤들도 개고기 잘 드셨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고딩 때 먹어 봤습니다만 국딩 때에도 보신탕집이 엄청 많았어요.
그 때 당시 담임쌤도 개고기를 즐기셨던(!) 것 같아요. 수업시간에 이런 얘길 하시더군요.
"병원에서 수술 하고 나면 의사가 꼭 물어보는 얘기가 있대요. '개고기 드실 줄 아십니까?'라고 물어본다고 하네요. 그만큼 상처 회복에 좋다는 거겠죠?"
뭐, 개고기 취식이 법적으로 금지된 2025년에 이런 얘길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개고기가 원기회복에 좋다는 말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없다.'라고 나오네요. 과거 동의보감에는 '개고기는 양기를 보충해 주고 피를 맑게+많게 한다'고 나왔다는데 증명은 안 된답니다.
개고기를 먹어 본 세대로서 경험적인 판단(!)을 해도 딱히 대단한 거 없긴 합니다. 개고기에 철분이 많다는 얘기도 있는데 요즘은 워낙 먹을 게 많아서 굳이 논란 있는 제품을 먹을 필요도 없죠. 그냥 다른 거 많이 먹으면 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먹을 게 부족했던 시대였다면? 몇 주 ~ 몇 달 동안 풀때기만 먹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하다가 갑자기 고기를 먹고 원기회복할 수 있던 시대였다면?
이런 시대에는 소/닭/돼지/개 등등 각종 고기를 비교해 보고 그 효능을 직접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을 겁니다. 특히 '보릿고개'로 고통받던 한반도(헬조선) 사람들은 더 절실하게 체험했겠죠.
그 경험과 느낌적인 느낌으로 볼 때... 개고기는 소화흡수율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키우던 개들은 인간과 거의 동일한 음식물을 섭취했으니 신체 구성비율이 인간과 유사했을 것이고, 그래서 소화흡수율도 더 좋게 나온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위 '대변 냄새 실험'에서는 개 대신 돼지가 등장하는데요. 돼지는 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간과 더 비슷하게 먹는 잡식성 동물이죠. 대변 냄새 실험에서는 인간 다음으로 혐오스러운 냄새로 판정받았구요.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돼지고기를 아주 잘 먹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소고기보다 돼지고기를 더 선호해요. 소고기는 기름이 굳어서 혈관에 쌓이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이 드는 반면, 돼지고기 기름은 잘 흡수되어 내장지방으로 축적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인간과 비슷한 음식물을 먹는 동물의 고기는 인간이 먹었을 때 소화흡수율이 더 좋다.'는 경험적 판단을 내릴 수 있는데요. 당연히 과학적으로 증명된 건 아닙니다. 제가 이 주제로 무슨 과학연구를 할 것도 아니구요.
다만, 이 경험적 판단이 맞다면... 소화흡수율 1위는 '인간 고기'가 될 것입니다. 찝찝함과 혐오감을 내려놓고 오로지 '효율성'으로만 본다면 인간고기가 킹왕짱 먹을 겁니다.
일단 여기까지만 하고 다음 챕터 넘어가겠습니다.
(3) 창작물의 동족포식
- 클라우드 아틀라스
이 영화를 중간중간에 잠깐씩 보긴 했는데... 전체를 다 본 적은 없습니다. 다 본 사람들은 힘겨워 하시더군요 ㅠ.ㅠ
아무튼 이 영화에는 한국배우 '배두나'가 나옵니다. 대략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가진 복제인간 컨셉인데, 작품 중간에 수백 명의 복제 배두나가 기계에 달아매인 채 분쇄기에 떨어지는 장면이 있습니다. 수명이 다 된 복제 배두나를 갈아서(!) 단백질 블럭으로 재가공하는 거죠.
배두나는 분쇄되는 복제들을 보며 조용히 중얼거립니다.
"We eat... us." (우리는 우리 자신을 먹고 있었군요.)
- 소일렌트 그린
저는 이 영화를 본 적이 없습니다만... 이미 결말을 알게 되었습니다. 1970년대 영화라고 하니 굳이 찾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네요. 아무튼 제가 스포일러 당했으니 여러분께도 스포일러 자행하겠습니다 ㅠ.ㅠ
지구의 자원이 바닥나서 음식물을 얻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집니다. 이제 최상류층도 소고기 한 점을 얻기 어려울 정도고, 콩 정도만 먹을 수 있으며 중산층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소일렌트'라는 식품회사에서 희대의 히트상품 '소일렌트 그린'을 출시합니다. 사람들이 환장하죠. 소일렌트 그린 한 통에 목숨을 거는 시대가 열렸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이 소일렌트 그린의 실체를 파헤치죠. 주인공의 마지막 대사는...
"It's people... soylent green is people!" (그건 사람이야... 소일렌트 그린은 사람이야!)
참고로, 미국-유럽 쪽에서 '마시기만 하면 한 끼 식사'인 기능식품을 팔면서 그 제품 이름을 '소일렌트 그린'으로 정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제품은 people로 만든 게 아니고 plant(식물)로 만들었다고 하네요. 양키센스 대단합니다.
- 공포엽기 영화는 너무 많아서 대충 패스
동족포식을 시행하는 공포영화는 너무 많습니다. 대충 '한니발 렉터'가 지존이긴 합니다만 그 분 빼고도 많아요. 대충 넘어가겠습니다.
(4) 개인적으로 구상한 시나리오
변형단백질 프리온. 바이러스도 아니고 세균도 아닌 것이 이렇게 치명적이라니.
동족의 뇌(腦)를 먹는 과정에서 발생한다는 변형단백질 프리온은 인간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쿠루병 사태뿐만 아니라 '인간이 소에게 강제 동족포식을 시전하면서 발생'한 광우병은 인간에게 경각심을 주는 듯 했으나...
경각심? 아몰랑. 우리는 계속 고기 먹어야 해. 변형단백질이 문제되면 그 변형단백질을 추가변형시켜서 안전하게 만들면 돼. 좋아 빠르게 진행시켜!
프리온을 집중연구하는 과학자가 있다. 뭐 딱히 인류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연구하는 건 아니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다시 소 사료에 소 잔여물을 갈아넣을 수 있으니 하는 거다. 결국 '돈' 때문이다. 생명윤리 같은 건 아몰랑.
프리온을 추가변형시켜 '안전한 2차 변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특이한 현상이 발견된다. 2차 변이된 프리온은 일종의 생체컴퓨터 칩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즉, 2차변이 프리온은 그 자체로 바이오컴퓨터(Bio-Computer)로 기능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걸 계속 연구하는 과정에서 더 대단한 게 밝혀진다. 바이오컴퓨터 프리온은 '기존 개체의 기억'을 저장하고 옮길 수도 있다!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지구에 존재하는 천재들의 기억 상당수를 옮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속에 바이오컴퓨터를 장착할 수 있다. 지금 겨우 걸음마 단계에 있는 AI보다 몇 배 더 뛰어난 연산능력과 저장능력을 가진 '걸어다니는 인간 컴퓨터'가 탄생하는 것이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2차 변형 프리온 바이오컴퓨터를 '인간 내부에서 합성해야 한다'는 문제.
즉, 이 기술을 완성하려면 '먹어야 한다'. 1차 프리온에 감염된 쿠루병 환자들을 먹어 2차 프리온을 합성해야 한다. 그게 안정되고 난 후에도 계속 동족을 먹어 프리온 바이오컴퓨터에 연료(?)를 공급해 줘야 한다.
동족포식을 해야만 완성할 수 있는 기술.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IQ 2000 초슈퍼 울트라 캡짱 천재로서 인류의 미래를 바꿀 수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인간을 잡아먹어야 하고 한 번 시작하게 되면 절대 멈출 수 없는 기술.
이 기술... 실현할 수 있을까?
실현해야지. 과학윤리 생명윤리 따윈 아몰랑. 할 수 있으면 하는 거야. 일단 지르고 나중에 생각해!
한 명이 성공한다면 분명 뒤따르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과학자의 연구를 지원하는 싸이코패스 회장 정도면 따라하고도 남는다. 동족포식 과정에서 젊어진다는 보너스(!)까지 붙으면 회장님은 당근빠떼루로 시행한다.
결국 인간 컴퓨터끼리 전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1호 인간컴퓨터 과학자가 승리할지, 돈의 힘으로 무장한 2호 회장님이 승리할지, 혹은 제3의 존재가 승리할지. 그건 아직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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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고 보니 내용이 좀 짧네요. 단편 모음집 정도에 포함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