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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도 생명이야! - 암세포의 소설적 활용 가능성

by 테서스

1. 서론


한 드라마 작가님이 쓰셨다는 명대사(?)가 있습니다. "암세포도 생명이야. 내 몸에 생긴 암세포도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거라구. 같은 생명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지." 뭐 대충 이런 식입니다.


이 대사가 처음 나왔을 때에는 여러모로 안 좋은 반응이 많았다고 합니다만... 다행히 해당 작가님은 그 안 좋은 반응들을 너그럽게 포용하셨나 봅니다. '암세포도 생명이야'를 주제로 책 쓰셨다는 얘기를 어디서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저 대사 나오는 드라마를 본 적이 없지만, 대충 사회적으로 밈(meme)이 될 만한 유행어들을 알뜰살뜰 재활용하는 건 좋아합니다. 소설 쓸 때 분량 채우기 좋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암세포도 생명이야]를 주제로 다양한 썰을 풀어 보려 합니다. 일부는 제 소설에 반영되어 있고 또 일부는 장래에 새로 출판할 소설에 반영될 예정이라는 점 미리 말씀드립니다.


가볍게 목차부터 정리하면,


(1) 암세포의 기원 : 지구 생명체 대부분을 감염시킨 외계바이러스라는 썰이 있음

(2) 암세포의 특성 : 진짜로 독자적인 생명체인가?

(3) 헬라세포 : 영원히 사는 생명

(4) 제 소설에서의 재구성

- 소설 '가이안'에서

- 집필예정작 '전지적 ~암 시점'에서


순서로 서술해 보겠습니다.



2. 본론


(1) 암세포의 기원 : 지구 생명체 대부분을 감염시킨 외계바이러스라는 썰이 있음


전에 어디선가 언급했었는데, 저는 국딩(초딩 아니고 국딩입니다.) 5학년 말 즈음에 '과학어린이 표창'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군발이 쿠데타 내란범들이 나라를 다스리고 있었는데 나름 과학자 양성에 신경쓰고 있었나 봐요. 물론 저는 과학어린이 표창만 받고 인문계로 가서 법대 진학했으니 군발이 정부의 과학자 양성작전은 실패했지만 `80년대 말 기준으로 7만원이었던 과학대백과사전 받았으니 좋았쓰!


아무튼, 저 때 받았던 과학대백과사전 앞부분에 '당대 첨단 기술과 과학이론'이 여러 가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86년 제작본인가 그랬는데, 태양광 / 수소전지 / 파인세라믹스 등 21세기에 실용화 준비중인 기술도 있었고, 바이오에탄올처럼 이후에 상업적으로 실패한 기술도 있었으며, 인간복제 / 핵융합 등 아직도 실용화되기 어려운 기술도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암세포의 기원'이었습니다. 아마 그 때 당시 주목받던 과학이론 중 하나를 소개한 것 같은데, [암세포는 지구 생명체 대부분을 감염시킨 외계바이러스가 아예 유전자 일부로 편입된 것이다]라는 나름 충격적인 학설이었습니다.


읽은 지 오래되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요약하면


- 과거 지구 생명체에서는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는다 (화석화되어 세포 연구가 어려울 텐데 어떤 식으로 연구했는지는 아몰랑)


- 암세포는 대략 300만 년 전부터 전 지구의 모든 생명체에게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동물 식물 가리지 않는다.


- 300만 년 전에 (아마도 외계에서 유입된) 바이러스가 전 지구로 퍼졌고, 이 때 당시 지구 생물의 절반 이상을 궤멸시켰을 것이다.


- 살아남은 생명은 바이러스를 극복하고 내성을 갖게 되었으나, 해당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변형'시키는 특성을 갖고 있어 결국 대다수 지구생명체가 유전자 단위에서 암세포를 보유한 채 살아가는 운명에 처하고 말았다.


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학설... 맞는 얘기일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국딩 5학년 말에는 나름 과학어린이였겠지만 고딩 때 인문계 선택하고 대딩 때 수학 본고사 점수와 무관하게 법학과 진학했으며 남은 한평생 '문송합니다'로 살아왔는데 암세포 외계인 바이러스 학설을 검증하라고 하면 당연히 못하죠. 무리무리무리.


뭐, 검증은 못하지만 소설에서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외계 바이러스가 너무 독해서 지구의 모든 생명체 몸 안에 유전자 단위의 변형을 일으켰다면 아주 좋은 소설 설정이죠.


게다가, 관점에 따라서는 이 독한 외계 바이러스가 '선물'일 수도 있습니다. 어찌어찌 이 바이러스에 적응해서 살아남았고 T림프세포 등으로 바이러스 발현을 통제할 수 있는 현대인간 관점에서는 선물일 수도 있겠죠.


이게 왜 선물인지 따져보기 전에! 암세포의 특성을 조금 더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독자적인 생명체 썰' 및 '헬라 세포' 이야기입니다.



(2) 암세포의 특성 : 진짜로 독자적인 생명체인가?


암세포는 정상세포가 분열 과정에서 변형되는 것인데, 당연히 암세포는 정상세포의 역할을 못 합니다. 간에 암세포가 생기면 그 부위는 간 역할을 못 하고, 폐에 암세포가 생겨도 그 부위는 폐의 역할을 못 합니다. 영양분만 쫙쫙 빨아들일 뿐 원래 신체부위가 해야 하는 일은 전혀 안 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암세포가 사람의 몸 전체로 퍼져 '원래 신체부위가 해야 할 일을 거의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면... 암세포가 또 다른 변형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암세포 내부적으로도 역할분담(?)을 하는 듯 일부 생체기능을 발현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물론 이건 '일부 발현'에 불과하고, 원래 사람 몸의 정상적인 신체기능을 대체할 수준은 아닙니다. 암세포 스스로 더 많은 영양분을 빨아먹기 위해 변형되는 것이고 사람을 되살려 다시 건강하게 만들 정도는 아니에요.


그렇지만... 이렇게 일부 생체기능을 발현할 수 있다면, [암세포만 따로 성장시켜서 독자적인 생명체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좀 더 정교하게 생체기능을 발현시키도록 이끌어 준다면 암세포덩어리가 지능을 갖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SF 영화 중 라이프(Life. 제이크 질렌할 주연)라는 영화가 있는데요. 이 영화에 나오는 외계세포가 '독자적인 생명체'로 개체진화하는 모습을 보여 줍니다. 물론 이 영화의 외계세포는 지구의 암세포와 무관합니다만, 암세포 외계바이러스 썰을 채용하는 창작물이라면 '영화 라이프에 등장한 외계세포가 원시 암세포의 후손이라구욧 빼애애액!'을 시전해도 별 문제 없겠죠.


영화 라이프의 외계생명체는 '상황에 맞게 모든 세포를 변형시킬 수 있는 변신능력자'입니다. 각각의 세포가 매우 빠르게 분열증식하는 동시에 그 세포 하나하나가 모두 줄기세포 급 변형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고 있어서, 영화 내내 변형.적응을 반복하며 인간들을 농락합니다.


지구의 암세포에게 적절한 개량작업(?)을 해서 생체기능을 강화해 준다면. [암세포 인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여기에 더해, 암세포는 매우 강려크한 특징 하나를 더 갖고 있습니다. [영원불멸]이죠.



(3) 헬라세포 : 영원히 사는 생명


'서프라이즈'에 소개되기도 했고 인터넷에 검색하면 바로 나오는 내용인데, '헬라세포'라 불리는 암세포는 무한증식을 통해 영원히 생명활동을 이어 갈 수 있는 강려크한 암세포입니다. 생명윤리 따윈 똥구멍으로 씹어먹은 아주 나쁜 연구사례이긴 합니다만 어쨌든 인간에게 큰 도움을 줬으니 좋았...쓰?


헬라세포의 숙주였던 '헨리에타 렉스'는 자궁경부암으로 죽었지만, 그녀를 사망으로 내몰았던 암세포는 70년 넘게 세계 각국에서 확대재생산되며 여전히 무한증식하고 있습니다. 그 무한증식 특성 때문에 수많은 독성검사에 사용되었고 소아마비 백신 등 위대한 의학발명에 큰 기여를 했다고 하는데... 씁쓸하긴 합니다.


모든 암세포가 헬라세포처럼 영원불멸은 아닐 겁니다. 헬라세포 급 무한증식 암세포도 결국 생물조직인 이상 영양분 공급이 끊기면 죽을 거구요. [안정적으로 계속 영양분을 공급해 줄 때 세포분열의 한계를 넘어 지속 증식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고, 무조건 영원불멸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일단 '무한증식 가능하다'는 것만으로도 SF소설가들에게는 좋은 소재입니다. 특히, 저 위 (2) 챕터에서 서술한 대로 '암세포 자체가 하나의 독자적인 생명체로서 호흡+소화+혈액 등 순환을 완전하게 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결합한다면 소설적 활용 가능성은 더 커지겠죠.


사실, 저는 이 설정을 이미 써먹었습니다. 전면적으로 쓴 건 아니고 일부 챕터에 나오는 정도였지만 쓰긴 썼죠.


제 소설 설정을 간략히 언급하도록 하겠습니다.



(4) 제 소설에서의 재구성


- 소설 '가이안'에서


제가 나름 20년 넘게 계획했고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폭삭 망한... 첫 작품이 '가이안'입니다. 가이아 파워로 행성 전체의 창조와 진화를 주관할 수 있는 능력자들 컨셉인데, 막상 이 능력자들 간 대결은 몇 편 안 되고 능력자가 되기까지의 인류 발전 역사가 대부분입니다.


아무튼 이 '가이안'에서, 27세기 경 인류는 큰 위기를 맞게 됩니다. 인간보다 200배 이상 강하고 빠르며 인간 급으로 똑똑한 외계생명체의 공격을 받게 되죠.


뭐, 인간이 망하면 안 되니 이 외계생명체를 박살내야 합니다. 인간은 장갑보병(폴아웃 시리즈에 나오는 파워아머 형태)을 만들어서 외계생명체에 맞서고 결국 그 괴물들을 다 죽입니다.


죽이고 나서 보니... 외계생명체는 인간이었습니다. 몇백년 전에 다른 거주가능 암석행성을 탐사하겠다고 인공동면 상태로 우주공간을 날아갔던 과학자들이 이상한 외계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괴물이 되었고, 회귀본능에 따라 지구로 돌아왔다가 학살당한 겁니다.


괴물 외계생명체는 다 죽었지만 인간들은 계속 이 괴물들을 연구합니다. 그럴 만 하죠. 인간 200배의 근력과 이동속도를 보여 주면 당연히 연구해야 합니다. 그것도 원래 '인간 기반'에서 변형된 거라면 더더욱 연구해야죠. 모든 인간들이 이렇게 하이퍼 진화를 할 수도 있잖아요.


연구는 계속 실패하지만... 인류는 늘 해답을 발견해 왔습니다. 한 천재가 해결 방안을 찾아내죠. [암세포를 백업 세포로 활용하여 새로운 외계유전자의 무한증식을 통제하는 기법]입니다.


이 암세포 백업 기법 덕분에, 인류는 '원래의 인간 모습을 유지한 채 새로운 외계유전자의 능력을 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인간의 외형은 그대로인데 200배의 근력과 속도를 발휘하는 거죠. IQ 1000 넘어가는 초 고지능은 보너스.


인간은 완전히 바뀝니다. 그 전까지는 연장질 없이 늑대 한 마리도 못 잡는 비실이였지만, 이제는 지구 내에서 당해낼 생물이 없고 우주 단위에서도 맨몸맞짱능력이 최상위권입니다. 거기에 연장질이 더해지면 인간이 우주 최강입니다.


인간은 '가이안'으로 진화하는 위대한 첫걸음을 내딛었고, 다른 외계지성체들을 압살하며 어마무시하게 세력을 넓혀 갑니다. 그 첫 시작은 [300만 년 전에 지구에 주어진 무한증식 통제 백업 세포], 즉 '암세포'였습니다.



- 집필예정작 '전지적 ~암 시점'에서


이건 아직 세상에 공개하지 않았고 집필중이다가 (회사 이직으로 인해) 중단한 소설인데... '전지적 ~암 시점'에 암세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킬 예정입니다. 매우 똑똑한 천재 암세포 이야기죠.


뭐, 이직으로 인해 중단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직한 회사에서 19금 소설을 쓰는 게 영 거시기 하거든요. 예전 회사의 제 자리는 남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는 위치여서 19금 소설을 쓸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됩니다. 월급 받는 사무공간에서 공개적으로 19금 쓸 수는 없잖아요;;


아무튼, 이 '전지적 ~암 시점'은 영 언급하기 곤란한 신체부위에 생겨난 암세포가 독자적인 지능을 갖추고 매우 똑똑하게 원본육체와 협력하는 내용입니다. 기존 [네안데르탈 시리즈의 각성차원 설정]을 그대로 활용하고 있어서 마법판타지 쪽으로도 전개하고 있구요. 마법 쓰는 천재 암세포, 나름 독특하겠죠?



이것도 언젠가는 다 쓸 겁니다. 언젠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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